지역 청년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역 (예비)창업자를 지원하는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정책’, 지역연계형 창업을 희망하는 서울시 거주 청년을 지원 ‘넥스트로컬’ 사업 등을 통해 지역 청년 기업을 지원한다. 민간에서는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와 강원도 지역 창업 기업을 위한 ‘로컬 펀드’를 조성하는 등 지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청년은 새로운 시각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기존의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든다. 이를 통해 지역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지역 청년 기업을 이로운넷이 만났다.

“첨성대는 종교의식을 위한 재단으로 사용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걸 활용해 첨성대를 게임의 배경으로하고 스토리를 구성한다면 어떨까요?”

비어드벤처는 지역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게임 회사다. 현재 군산을 배경으로 한 게임 ‘잃어버린 기록, 로스트’(이하 로스트)를 서비스 중이고, 서울·경주 편을 준비하고 있다. 

로스트 이용자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사진=비어드벤처
로스트 이용자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사진=비어드벤처

지역을 배경으로한 방탈출 게임

로스트는 미션형 빅게임이다. 빅게임은 특정 컨셉을 가지고 실제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플레이하는 게임을 의미한다. 로스트의 임무는 지식 습득 프로그램 칩 ‘델모칩’으로 기억조작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마빈기업’의 음모를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로스트는 방탈출 게임과 비슷한 점이 많다. 일정 배경에서 주어진 힌트를 가지고 퍼즐을 맞추듯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다만, 방탈출이 ‘방’을 배경으로 한다면 로스트는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주로 지역의 문화·역사 유적지와 옛골목, 관광지 등 지역의 특색이 묻어나는 장소가 게임의 무대가 된다. 게임 키트와 앱을 가지고 오프라인에서 게임을 진행한다.

김용진 비어드벤처 대표는 정부에서 주도하는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계기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서울의 역사를 담은 기록물을 정리하는 작업을 주로 맡았는데 학술자료로만 보관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작 지역 주민은 동네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런 자료를 활용해 게임으로 개발하면 지역 주민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관광자원으로도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봤다. 시행착오를 거쳐 2019년 3월 회사를 설립했다.

김용진 비어드벤처 대표는 IT를 전공했고, 대학시절 사회적경제를 공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사진=비어드벤처
김용진 비어드벤처 대표는 IT를 전공했고, 대학시절 사회적경제를 공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 경험은 비어드벤처가 예비사회적기업이 되는데도 도움을 줬다./사진=비어드벤처

지역과 로스트의 시너지

로스트의 첫 번째 시리즈가 군산에서 시작된 데에는 ‘로컬라이즈 군산’의 역할이 컸다. 사업 초기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지역적 특징도 도움이 됐다. 군산의 문화·역사 유적지는 가까운 범위 내에 몰려있다. 약 반경 2Km의 범위 안에서 진행되는 게임 특성상 콘텐츠를 구성하는데 이점이 컸다. 

김 대표는 “군산은 도보여행하기 좋을 곳으로 뚜벅이들의 성지”라며 “일제강점기 때 건물 등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는데 이들이 몰려있다. 덕분에 게임 코스를 짜는데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스트는 지역에도 도움을 준다. 지역에는 문화생활을 즐길 만 한 곳이 많지 않다. 지역 주민은 일종의 문화결핍을 겪는데 이를 해소하는데 기여한다. 또한 관광객을 유입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로스트의 고객을 살펴보면 익산, 김제 등 군산 인근 도시 주민이 많다. 방탈출 게임 마니아층, 커플 등이 로스트를 즐기기 위해 군산을 방문한다. 지역에 위치한 상점은 비어드벤처와 협업을 통해 광고효과를 볼 수도 있다.

로스트는 앱과 키트를 활용해 게임을 진행한다. 키트는 현장에서 구매하거나 배송 받을 수 있다./사진=비어드벤처
로스트는 앱과 키트를 활용해 게임을 진행한다. 키트는 현장에서 구매하거나 배송 받을 수 있다./사진=비어드벤처

로스트 확장성 높아

다만 아직은 사업 규모가 미비해 그 효과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 대표는 “우리 사업 더 커져야 지역에서도 체감할만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산업이 성장하는 단계로 전체 파이가 커지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기반만 마련되면 사업에 가속도가 붙고, 지역에 돌아가는 이익도 커질 수 있다. 로스트는 일관된 세계관을 유지한 채 어느 지역으로든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서울과 경주 편을 준비하고 있지만 부산, 강릉, 춘천, 제주 등 다른 지역도 여건이 맞으면 새로운 시리즈가 출시 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시리즈를 출시할 수 있다면 게임을 구독하는 형태로도 판매가 가능하다. 소비자는 로스트 게임을 정기 구독하고, 비어드벤처는 일정 주기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리즈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런 일이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고객의 반응이 중요하다. 김 대표의 말에서 그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지역 분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다. 서비스를 이용하면 다음 편이 언제 나오는지 문의도 많이 주신다. 다른 지역에서 온 분들은 자기 지역에서도 게임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최근에는 로스트 서울 성북동 편 크라우드펀딩 2200만원을 모금을 달성하는 등 고객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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