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로 손님이 확실히 줄었어요.”

“우리 가게는 배달전문 메뉴라 상황이 조금 낫지만, 주변 가게가 너무 장사가 안되니 미안하기까지 해요.”

코로나19는 골목상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만해도 “잠깐만 버텨보자”고 위안했던 소상공인들은 시기가 길어지면서 생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됐고, “더이상 버틸 수 없다”며 영업을 중단하거나 폐업하는 곳도 많아졌다.

사람이 사라진 골목. 다시 생기를 불어넣을 수는 없을까. 서울시는 소상공인들과 사회적경제 협업하는 방식으로 골목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서울시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개최한 ‘2020 소상공인X사회적경제 협업을 통한 골목상권 활성화 프로젝트’ 워크숍이 열렸다.

지난 6일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2020 소상공인X사회적경제 협업을 통한 골목상권 활성화 프로젝트’ 워크숍이 열렸다. 사진은 김미경 서울시 사회적경제과 정책팀장이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서은수 인턴 기자
지난 6일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2020 소상공인X사회적경제 협업을 통한 골목상권 활성화 프로젝트’ 워크숍이 열렸다. 사진은 김미경 서울시 사회적경제과 정책팀장이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서은수 인턴 기자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이유

“지금까지 사회적경제정책은 사회적경제에 진입한 기업의 성장을 지원해 왔습니다. 앞으로 사회적경제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함께 하는 시민, 좋은 소비자 등 여러 지지자들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가 소상공인이 담당하는 골목경제고요" -조주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 살리기’가 최대 이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소상공인들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소상공인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박정이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내세우는 사회적경제가 소상공인과 함께 손잡고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위해 고민할 때”라며 “붕괴되고 무너져가는 골목상권을 살리는 프로젝트를 다같이 해보려 한다. 소상공인도 살고, 사회적경제와 지역 골목상권. 그리고 그곳에 사는 시민들의 삶까지 풍족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미경 서울시 사회적경제과 정책팀장은 “소상공인들은 비즈니스 역량과 노하우가 있다. 그들이 사회적가치를 활동을 체험 하면서 매출을 올릴 수도 있다. 나아가 이들이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소상공인들과 사회적경제의 협업방식으로 골목상권을 활성화 시키려는 방법이 논의됐다./사진=서은수 인턴 기자
이번 워크숍에서는 소상공인들과 사회적경제의 협업방식으로 골목상권을 활성화 시키려는 방법이 논의됐다./사진=서은수 인턴 기자

“다양한 공동프로젝트로 지속가능한 지역순환경제 구축”

이번 사업에는 ▲은평구 ▲서대문구 ▲종로구 ▲성북구 ▲중랑구 ▲마포구 ▲용산구 ▲중구 ▲성동구 ▲강동구 ▲강서구 ▲양천구 ▲영등포구 ▲서초구 ▲광진구 ▲구로구 ▲관악구 ▲동작구 ▲송파구 등 19개 자치구와 78개 협업체, 350여명의 소상공인들이 참여했다. 상상우리, 쿱비즈협동조합, 커뮤니케이션 우디가 광역지원기관을 맡았다. 상상우리는 사업에 대한 전체 운영을, 쿱비즈협동조합이 교육·컨설팅을, 커뮤니케이션 우디가 홍보·마케팅을 맡았다. 이들 광역지원기관은 지역지원기관을 통해 협업체 소상공인을 지원한다. 사업기간은 올해 9월부터 12월까지다.

주로 협업체 소상공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박정이 국장은 “사업을 통해 함께 무엇을 할 것인지 공유하고, 교육, 컨설팅과 모니터링, 공동캠페인, 홍보 등을 지원할 것”이라며 “특히 최근 시민들의 트렌드가 온라인 배달 서비스인 만큼 이를 도입해 시민들의 필요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시민들의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다. 박 국장은 “소상공인들이 지역에서 계속 먹고 살 수 있고, 사회적기업들은 지역에서 좋은 파트너가 생길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핵심은 연대다. 지역사회에서 자원을 연대해 고립되지 않고, ‘나도 이 지역에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안에서 지속가능한 경제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소상공인-사회적경제 협업, 안 될 거라고요?”

이날 워크숍에서는 소상공인과 시민들의 협업 실천하는 ‘제로웨이스트’ 사례 '채우장’이 소개됐다. 채우장을 처음 기획안 정다운 보틀팩토리 대표는 “제로웨이스트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현재 운영하는 카페에서 포장없는 판매를 해보자고 생각하다가 '채우장'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채우장은 동네의 작은 가게들의 물건을 포장 없이 소규모로 판매한다. 주민들은 직접 가져온 용기에 커피원두, 레몬청, 더치커피원액, 세제, 베이킹소다 등 필요한 물건을 구매한다. 정다운 대표는 “불편하다는 느낌 보다 ‘예쁘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면서 “요즘은 생산자들이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을 더 편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만, 몸이 아니라 마음이 편한 방식을 고민하는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희동 지역에는 채우장을 시작으로 제로웨이스트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워크숍이 끝난 후에는 지역지원기관 간담회가 진행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지역지원기관 관계자들은 사업이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현장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사진=서은수 인턴 기자
워크숍이 끝난 후에는 지역지원기관 간담회가 진행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지역지원기관 관계자들은 사업이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현장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사진=서은수 인턴 기자

“보여주기식 사업 아닌, 실질적 효과 위해 노력해야”

워크숍 이후 이어진 지역지원기관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강동구(사회적협동조합 함께강동) ▲영등포구(온동네협동조합·㈜보노보씨) ▲마포구(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 ▲광진구(사회적협동조합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 ▲중구(사회적협동조합 파인트리·유한회사법인 더함) ▲양천구(동네발전소협동조합) ▲성북구(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 ▲송파구(㈜맘이랜서) ▲중랑구(꽃가람누리마을협동조합) ▲강서구(㈔강서구사회적경제협의회 ▲관악구(㈜다숲) 등의 관계자가 참여했다.

“소상공인을 사회적경제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이 주인이 되는 사업’이어야 한다. 이번 사업이 사진을 찍거나, 숫자를 내는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지속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

간담회는 지역지원기관의 역할과, 기관에 소속된 협업체들의 활동을 소개하며, 남은 기간 동안 사업이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지역지원기관 관계자들은 “모여서 사진을 찍는 것부터 줄여야 한다”며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라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사업이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소주 보노보씨 대표는 “사업이 끝나고 나면 지역에서는 은연 중에 이런 사업이 계속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이야기하는데, 다음이 없으면 소상공인들은 ‘안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서울시도 이번 사업에 신청하고, 활동하는 팀들을 어떻게 성장·정착 시킬 것인지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짧은 사업기간에 아쉬움을 전한 중랑구 관계자는 “사람이 모이지 않는 곳은 죽어가는 공간이 될 수 밖에 없다. 누군가가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민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며 “사업기간이 짧아서 걱정이지만, 작은 가능성이라도 보여준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미경 팀장은 “서울시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사회적경제 지원을 위해 상반기에 여러 에너지를 쏟았다. 내년 초 본예산을 받아 진행하면 좋았겠지만, 워낙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보니 추경으로 빨리 진행하게 됐다”면서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예산을 투입한 소상공인-사회적경제 공동 프로젝트가 더욱 도움됐으면 한다. 실질적으로 협업체를 통해 매출이 생기고, 골목상권이 살아나 상황이 나아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주연 센터장은 “골목상권, 골목경제와 사회적경제는 무관하지 않다. 시민의 일상 중 중요한 부분이 붕괴되는 상황을 함께 해결하며 협업의 가능성을 보자는 것”이라며 “올해 실험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후 사회적경제와 소상공인이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볼 것이다. 이후 소비자들이 사회적기업을 소비하는 연결고리를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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