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경제 현장의 노동 관련 이슈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주체, 즉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 환경, 노동권에 관한 이슈이다. 사회적경제 섹터가 1세대를 지나 2, 3세대로 진화하면서 노동 환경과 가치관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세대 간의 생각도 변화하고 있다.

이 현상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기존에 터부시되어 온 노동 관련 이슈들을 공론화하고 사회적경제가 고민해야 할 이상적인 노동의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둘째는 급격한 노동환경의 변화 속에서 ‘자본’보다 ‘사람’ 중심의 경제를 지향하는 사회적경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최근 노동 환경의 변화와 기술의 발달, 2020년 전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19(COVID-19)를 겪으며 노동 환경과 관련한 취약한 문제들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또한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노동, 원격근무 노동의 유형까지… 다양한 노동 방식이 양적·질적으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정책이나 제도의 한계 속에서 사회적경제가 어떠한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필자가 해당 주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러 경로를 통해 20~30대의 다양한 프리랜서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은 일반적인 취업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주체적으로 하길 원하는 젊은 프리랜서들이었다. 그들은 내게 종종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안정감은 필요하지만 회사나 조직에 구속되고 싶지 않고, 불안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요.”

​청년 프리랜서들은 스스로의 불안정한 노동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조직에 소속된 형태가 아닌 방식으로 노동을 유지하며 자기실현을 하고자 하는 뚜렷한 욕구가 있었다. 노동의 가치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이들을 담아낼 마땅한 그릇이 없다고 해야 할까.

실제로 2019년 필자가 참여한 ‘한국 청년 프리랜서의 일의 방식과 사회보장제도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이승윤·박경진·김규혜, 2019)’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 프리랜서들은 표준적 고용관계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안전망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정책의 변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당면한 현실에서 이들이 원하는 노동 환경의 변화와 가치관에 따른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사회안전망이라는 기초적인 그릇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은 최근 사회적경제, 특히 프리랜서협동조합이나 플랫폼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국내보다 조금 더 빠르게 이런 유형의 협동조합 시도가 이루어졌는데, 1998년 벨기에에서 문화예술 종사자의 지원 목적으로 설립된 스마트(SMart)협동조합은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스마트협동조합은 문화예술인들의 사회보장, 저작권 등의 창작활동을 보호하기 위하여 플랫폼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이 협동조합의 주요 목적은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적, 법률적, 사회보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스마트협동조합은 프리랜서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로 이해되고 있다. 프랑스에는 사업고용협동조합이라는 것도 있다. 이 협동조합은 1인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인큐베이팅이나 행정지원을 해주는 협동조합인데 창업 프로젝트를 보유한 사람에게 급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여 예비 창업자들의 불안정한 지위를 보장한다.

올해 7월 7일일 열린 플랫폼·프리랜서노동자 협동조합협의회 출범식 기자회견 장면.
올해 7월 7일일 열린 플랫폼·프리랜서노동자 협동조합협의회 출범식 기자회견 장면.

국내에도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몇몇 프리랜서협동조합이 탄생하기도 했다. 대리기사들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만든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은 조합원인 대리운전기사에게 정보와 교육 등을 제공하며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력한다. 번역협동조합은 통·번역사들이 업계의 불공정한 관행에 대응하기 위하여 공동영업을 하여 안정된 일감을 찾거나 수수료를 낮추는 등의 사업을 하는 프리랜서 에이전시 모델이다.

그 외에도 강사들의 프리랜서협동조합, 유연한 노동방식을 희망하는 경력보유 여성들이 만든 협동조합 등 다양한 프리랜서협동조합 모델이 지속적으로 출현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아직은 역사가 길지 않아 성과를 논하기에 이른 감이 있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사회적경제가 변화하는 노동 환경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들을 열어 보이고 있다.

최근 우리는 노동환경의 변화를 매일 목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 변화는 더욱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노동이 인류에게 지속적으로 중요한 문제였던 것은 그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권과 직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은 노동으로 자기실현을 해왔기 때문이다. 전통적이고 표준화된 노동만이 아닌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삶의 욕구로서 표출되고 있는 노동의 다양한 모습을 사회적경제가 하나의 대안으로서 어떻게 그려갈 수 있을 것인가. 사회적경제가 미래의 노동을 실험할 수 있는 ‘장’으로서 어떻게 기능할 수 있을 것인가가 우리에게 주어진 의미 있는 과제일 것이다.

                                                                  박경진 대표
                                                                  박경진 대표

※이 글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시민경제연구유닛에서 발행하는 '이슈브릿지(Issue Bridge)'에 게재되는 글입니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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