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 이후 한국 보건의료제도는 어디로?
[기고] 코로나19 이후 한국 보건의료제도는 어디로?
  • 이로운넷=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20.04.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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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의 경우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아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 “국내 의료 시스템이 체계적이어서 다행이다”라는 위안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같은 위기 상황에서 코로나19 이후 국내 의료시스템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로운넷>이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한국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협의회 상임대표)에게 코로나19 이후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4월 5일 기준, 세계 확진자 116만명. 사망자 6만 3천여명. 발생국가가 211개에 이를 정도로 코로나19 감염 사태는 심각하다. 미국은 하루 새 사망자가 1000명이 늘어나는 등 사망자가 1만명을 넘었다.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19 등 글로벌 유행병이 자주 발생하는데, 문제는 이들 글로벌 유행병의 발생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 것이다. 변종 바이러스의 위력이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다행히도 한국의 하루 확진자수는 100명 내외의 감소세로 코로나19를 통제하는데 성공한 듯하다. 하지만 아직도 수도권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끊이지않는다. 최근 해외 유입자중 확진자 수도 늘어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코로나19는 향후 몇 달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많다. 분명 쉽지 않은 싸움이다.

외신에서 보면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우리사회의 대응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많이 받았고 ‘대한민국이 이제는 차원이 다른 평가를 받고 있구나’ 하는데 자부심을 갖게 된다. 이렇게 코로나19 종료 이후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할까.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하면 우리사회가 또 한번 도약하여 의료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첫째,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민주화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사회에서 코로나19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그 일등공신은 시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와는 무증상자도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한 강한 전염성을 가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시민들이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위생 수칙(손 씻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불필요한 모임줄이기)을 준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민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코로나19의 전파를 차단할 수 없고, 고위험군을 분류해 신속하게 치료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코로나19 대응에는 시민들이 과도하게 불안감을 가지지 않고 차분히 대처하는 것이 핵심인데, 아주 다행스럽게도 우리 시민들의 차분한 대응은 코로나19 극복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 외국에서 일어나는 그 흔한 사재기 한번 없었다. 어느나라도 해내지 못한 감염병의 민주적인 통제 모델을 통해 코로나19 감염사태를 잘 마무리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는 쾌거이다.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의 유대가 우리사회가 가진 힘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시민들의 참여 영역을 보건의료, 복지 등으로 더 확대해야 한다. 시민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복지 모델은 지역공동체의 유대 강화, 시민들의 건강관리 능력 강화,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두 번째로 코로나19에 효과적인 대응을 가능케했던 긴밀한 민관협력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고, 시민들이 전체 상황을 이해하고 행동하도록 뒷받침했다. 지자체도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시민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한다. 코로나19 전용 페이지를 개설해 감염자 현황표와 감염병 예방수칙 등 정보를 게시한 이후 시민 의견을 수렴해 정보를 꾸준히 늘리고, 시각적인 효과도 가미해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이참에 정부의 정책투명도, 청렴도 수준을 세계 수위의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셋째로, 의료 복지전문인력, 돌봄 전문인력에 대한 육성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무증상까지 한꺼번에 검사를 할 수 있는 진단 역량을 어느나라 보다도 먼저 구축한 것은 이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얻어낸 큰 수확이다. 감염 위험을 줄이면서도 신속한 검사를 가능케한 드라이브 스루 검사와 같은 창의적인 방법은 외국의 큰 호평을 받았다.

입국자에게 주어진 코로나19 자가 관리 앱, 위치 정보를 이용한 감염자의 관리시스템 등 첨단 기술의 활용은 바이오, IT 기술이 위험관리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의료인들이 보여준 헌신은 우리사회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두려움을 가지지 않고 싸워 자신감을 가지게 한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진과 돌봄인력에 대한 배려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나 환자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간호사의 경우, 전반적으로 간호 인력이 부족하고, 근무 조건이 열악해 간호사의 이직율이 높다. 간호사로서 전문직 자격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간호사로 일하지 않는 비율이 다른 직종에 비해 월등히 높다.

또한 인구 1000명 당 의사수는 OECD 국가와 비교하여 그 수가 적어, 의사가 봐야 할 환자 수가 많고, 진료에 대한 부담이 크다. 전국민을 포괄하는 우리나라 의료보험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우수한지 이번 기회를 통해 잘 드러났다. 우리나라 보건의료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돋보이게 하려면, 전문인력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강화되야 한다.

넷째, 우리사회에서 취약한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정비, 체계 구축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보건의료 인프라로 공공병원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고, 민간의료의 공공성이 더 강화되어야한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음압병상등 투자가 많이 필요하면서도 언제 발생할지 몰라, 민간에서 이러한 막대한 시설을 유지 관리하긴 쉽지않다. 국가의 위기관리에 관련한 중대한 기반 시설인 만큼, 국가가 이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감염전문병원의 신설, 각 지역 공공의료 강화를 통해서 감염병에 대한 대응역량을 더 강화해 가야 한다.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났지만, 우리사회에서 아직 제대로 관리체계가 마련되지 못한 곳이 장애인 시설, 요앙병원이다. 이곳에서 집단감염이 이루어지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기 쉬운데, 그동안 이들 건강취약계층이 평소 건강관리가 잘 되지 않은채 방치되다시피 한 것이다. 청도 대남병원, 대구 제2미주병원 등 정신병원에서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발생하였다. 오랫동안 장기입원한 까닭에 면역기능도 떨어져 집단 감염의 온상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들의 입원 기간이 OECD 국가와 비교하여 월등히 긴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반인권적인 행위가 아직도 이루어지고, 정신질환자의 건강관리 지표가 열악한데, 어떻게 이를 받아들이란 말인가? 코로나19 이후 정신보건체계는 전면적으로 쇄신되어야 한다. 꼭 필요한 입원 외에 정신장애인들의 건강관리는 커뮤니티케어로 지역사회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사회는 어느 국가보다도 급격화 인구구조의 고령화를 겪고 있다. 고령층에게서 평소 건강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피해가 커질뿐더러, 만성질환의 증가는 의료비 증가로 전체 사회의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환자가 급증해서 3차병원에서 입원환자, 중환자가 넘쳐, 중환자 치료체계가 작동하지 못하는 사태가 올수 있으며, 우리 사회가 자랑하는 의료보험이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일차의료가 취약하면, 의료기관 간의 역할 분담과 유기적인 연계가 불가능해지고, 비효율성이 증가되고 관리운영비는 급증한다.

이번 기회에 감염병 대응능력 강화를 핵심으로 한 공공의료 강화, 주치의제를 도입한 일차의료 강화 및 지역통합돌봄체계 구축 등 의료체계의 대대적인 정비에 나서야 한다. 질병의 사전 관리를 통해 의료비가 절감되면, 의료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고 의료비의 본인부담금을 더 낮출 수 있고, 아팠을 때 기본 소득을 보존해주는 상병수당의 도입도 가능해진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하면 우리사회가 또 한번 도약하여 의료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주는 교훈을 잊지 않고 우리사회 시스템을 잘 정립한다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한국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협의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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