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화성시장께

늘 시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시정 방향에 고맙습니다.

코로나19 긴급생계지원에 대한 화성시민의 집단지성을 구하는 일이나, 시민들이 매달 모여 시정을 논의해 제안하는 ‘지역회의’ 등을 통해 볼 때 시민을 주권자로 인식하고 주권자의 의견을 들으려는 행정행위는 한두 번의 요식행위가 아닌 시장님 내면에 철저히 내재화된 시정방향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중앙정부도 주저주저 할 때 생존고통의 시민들을 위해 1457억원의 추경을 세워 선제적으로 재난생계비를 집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시민의 한 사람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사회가 변화해야 할 시점에 스스로 변하지 못할 경우 외부 요인에 의해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 코로나19가 바로 그 경우입니다. 이를 잘 이용하면 파도타기처럼 바람직한 사회로 더 빠르게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변화가 절실한데, 탄소배출은 줄지 않고 있던 차에 코로나19로 중국의 공장들이 문을 닫으니 청명한 하늘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시장에 내 맞겨진 의료체계의 부실이 자본주의 심장 미국에서 백일하에 들어나고 있습니다.

서철모 시장님. 코로나19의 당면문제를 해결할 때 우리 사회가, 우리 화성이 나아가고 싶은데, 여러 기존 질서 속에서 가지 못했던 것을 혁신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늘 제가 말씀드리던 문화농업적 관점이고, 농부로서 제안입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더 지속되고 확대될 수 있는 성격의 정책 제안입니다. 그리고 아주 직접적이고 세부적인 제안입니다.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이라는 말로 포괄적으로 했다면, 화성시는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눠서 접근하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크게 접근하면 행정의 공정성과 편리성은 담보되겠지만, 행정력이 더 들더라도 세부적으로 섬세하게 집행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첫째 농산물 소비자 보조금 정책입니다. 명칭은 농산물 소비자 지역화폐든 바우처든 다양하게 만들어가면 될 일입니다. 화성시 관내 로칼푸드점, 생협 등 화성시 관내 농산물을 사는 곳에서 쓰도록 하는 소비자 보조금입니다. 농민에게 주는 보조금만큼 농민에게 직접적인 승수효과가 발생할 것입니다. 도시민과 농민 모두를 만족하는 정책입니다. 농업의 문제를 농업 안에서 해결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이제 소비자와 함께 해결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농업관련 보조금을 도리어 소비자에게 지급해 농업으로 선순환하게 하는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재난 상황에서 먹거리를 안정되게 공급받을 수 있는 돈과 시스템을 제공받는 다는 것은 최고의 정책입니다. '재난=식료품 사재기' 아닌가요? 재난 상황에서는 농어민도 판로 개척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코로나19 이후 ‘친환경농산물 소비자 보조금’ 형태로 진화할 경우 ‘화성시 전역의 친환경농업 단지화 정책’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난임부부 친환경농산물 바우처는 바로 했으면 합니다. 2019년 안양 만안구에서 7쌍의 난임부부에게 친환경먹거리 지원정책으로 6쌍이 임신하는 결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임산부·저소득층 친환경농산물바우처, 급식 친환경보조금(학교에서는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과일을 마음껏 먹고 먹었듯이 친환경 과일을 마음껏 먹도록 지원하면 좋겠습니다.) 등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역화폐든 상품권이든 그 중 일부는 농산물 소비에 특정하는 것이 복잡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방행정이 더 섬세해야 하는 측면에서는 방법을 찾으면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큰 틀의 지역화폐로 할 경우라도 일부는 농산물 소비가 진작되겠지만,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세상을 실제화하기 위해 ‘농산물 소비자 보조금’ 정책을 섬세하게 하자는 말씀입니다.

둘째 이참에 로칼푸드 매장을 확대하시고(기존 농협 하나로 마트 등을 이용한 방식도 포함), 유통센터 집하장과 거리가 먼 화성농민들을 위해 거점 유통공간을 한두 군데 더 두셔서 재난 상황에서 농산물 수급에 문제가 없는 체계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마스크 대란보다 더 심각한 것이 식료품 대란입니다. 로칼푸드매장 확대 이유는 재난을 상정하면 명확해집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먹는 문제는 가장 심각해질 겁니다. 이에 대한 대비는 마스크가 아니라 식료품 공급체계 마련입니다.

곡물 수출국 베트남, 러시아가 쌀과 밀 수출을 중단했다는 뉴스를 접합니다. 곡물자급률 23%가 뭡니까? 식량전쟁 시 국민 77%가 굶는다는 것 아닙니까? 선진국이라고 하는 프랑스, 독일, 미국, 캐나다 모두 자급률 100%을 넘겨 수출까지 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국가안보는 식량안보이기 때문입니다. 까마득하고 힘들어도 100% 식량자급 구축은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입니다. 이참에 자본 중심의 사유 속에서는 좀처럼 동력을 얻지 못하는 정책들을 코로나19 대책 일환으로 접근해갔으면 합니다. 평상시에는 홍준표 전 대표처럼 진주의료원을 닫는 것이 효율이듯이, 농식품 자급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비효율이라고 생각하는 흐름이 주류입니다. 마스크 대란은 식료품 대란의 시그널입니다. 화성시가 코로나19 대책 의제를 선점하고 계신 마당에 농식품 자급시스템 구축도 크게 이슈화해서 한국사회를 이끌어 갔으면 합니다. 이것은 꼭 가야할 길이기 때문입니다.

향후 한국정치 지도자는 농업을 포괄적으로 바라보는 자이어야만 한다고 봅니다. 정치지도자란 국가적 위기상황을 언제든지 상정하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겠다는 거시적인 안목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농식품 자립시스템 구축은 마스크와 비교가 되질 않을 정도의 핵심과제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문화농업은 이런 농식품 자립시스템 속에서 지속가능한 삶의 이야기까지 생산하고 공급하자는 진일보한 제안입니다. 문화농업을 이루겠다고 하신 서철모 시장님께서 농식품 자급시스템 구축을 이참에 선포하셨으면 합니다. 문화농업을 통해 배도 부를 뿐 아니라 마음도, 정신도, 문화도 배부른 문화한국을 견인해가시지 않겠습니까?

셋째 사회적경제 틀거리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기후위기와 자본주의의 역기능을 극복하는 사회적경제틀의 필요성은 코로나19가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의 기초인 농업과 관련해서 말씀드립니다. 기본소득에 관해서는 일찍이 농민기본소득제가 주창되어 오던 차인데, 이번에 화성시에서 시스템적으로 바탕을 까셨으면 합니다. 개별농가별 지원형태의 지원금 중 1/5~1/3은 마을단위 지원으로 바꿔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개별농장별로 지원하는 치유농장, 교육농장 지원사업은 마을단위 지원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선회하는 것입니다. 마을이 치유공간이 되고 교육공간이 되어야 전인적 치유와 교육이 된다고 봅니다. 2년 전 일본농촌을 가보니 중고등학교 수학여행이 농촌마을로 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교육농업 마을, 치유농업 마을로 찾아오도록 체험바우처 등을 진행한다면, 농민이 시대의 교육자요 치료자로 우뚝 서지 않을까요?

로타리치는 경운방식이나 과육식 중심의 축산이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넘쳐나는 탄소를 땅에 저장하는 ‘저탄소농업’을 지원육성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화성시에서는 신규 축산업 허가를 내주지 않는 서철모 시장님의 축산 제로 정책은 미래지향적이며 타당한 정책입니다. 화성시 전체를 점진적으로 친환경 농업지역으로 선언하셨으면 합니다. 유기농업이나 자연주의 농업만한 지속가능하고 저탄소방식은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채식급식지원사업’도 바로 진행했으면 합니다. 과도한 육식을 바로잡지 않고 어떻게 기후위기를 넘기겠습니까?

또한 초고령사회 농촌의 문제는 단순 노인문제만이 아닙니다. 수 만 년 동안 전수되어온 다양한 생활문화유산의 상실이 코앞에 다가온 것입니다. 고령의 농민들은 모두 생활예술 장인들입니다. ‘마을노인 자서전 쓰기 사업’, ‘마을노인에게 배우는 생활문화, 지역문화 발굴 지원사업’ 등도 시급히 진행했으면 합니다. 5년 내외에 대부분 돌아가실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콘텐츠를 배우길 원하는 도시청년 작가, 예술가, 기자, 생활문화가, 정치가, 사회복지사들에게 지원금을 주면서 농촌으로 유혹하십시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까? 화성은 땅값이 비싸니 귀농이 쉽지 않습니다.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자녀 귀농정책, 고향 귀농정책도 진행하셔서 화성의 농촌을 지속가능한 곳으로 만들 때 난개발도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농사 안 짓고 판 땅에 우후죽순 공장이 들어서는 거잖아요.

코로나뉴딜이 그린뉴딜이 되고 농촌뉴딜이 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코로나19 추경을 좀더 섬세히 미래를 상상하며 집행 계획을 세운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문화농업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적농업 즉 ‘경관농업, 놀이농업, 치유농업, 교육농업, 공유농업, 예술농업(이야기농업), 명상농업(영성농업), 도시농업, 유기농업, 자연주의농업’을 다채롭게 진행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농정의 틀을 생산주의에서 문화주의로, 비교와 경쟁의 개별농가 중심에서 마을중심의 사회적 경제 틀로 바꾸는 계기가 된다면 도시 지역도 큰 덕을 입게 될 것이라 봅니다. 한국의 축소판 농도 복합도시 화성시가 어떻게 가느냐가 우리나라의 미래입니다. 사회적경제 전문가인 서철모 시장님께서 구상한 것들이 이번 기회에 현실화 되길 빕니다.

지금처럼 사회변동의 속도가 빠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4차산업이라는 전자문명의 변화과정 속에 코로나19까지 겹친 형국은 가히 예측불허입니다. 변화는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변동의 방향이 과연 우리의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할까? 서민과 약자를 아우르는 더불어 존재하는 방식인가? 생각할 때 의문이 많습니다. 기후위기, 불로소득으로 부를 축적하는 부동산문제, 사회의 가장 기저를 이루는 농어업의 소외문제(농도간의 불균형), 청년실업, 노인문제, 교육문제, 디지털의 비인간화 등 우리 사회가 변화해야 할 영역이 너무 많은 시점입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운 사람이 더 어렵게 되는 악순환이 가속화하고, 많은 회사가 외국 자본에 빨려 들어가므로 사회체질이 더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 변화의 방향을 선한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악한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가 시장님이 집단지성에게 나눈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농업적 측면에서 몇 말씀 드렸습니다. 모든 동물은 먹이로 길들입니다. 사람도 동물입니다. 한 사회를 개조하고 혁신하는데, 농산물, 농업보다 탁월한 콘텐츠는 없습니다. 문화농업이 4차혁명의 디지털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핵심이라고 보는 한 농부로서 몇 말씀 드렸습니다. 서 시장님이 주도하는 코로나19에 대한 화성시의 발 빠른 선제적 대처가 화성시뿐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서철모 시장님과 화성시 공무원님들의 안위를 빕니다.

화성시민 이상배 드림(시인이자 농부. 교육농장 '흙이 시를 만나면' 대표)

이상배 농부(사진 오른쪽 2번째)가 어린이들과 모내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문화농업연구소 '흙이 시를 만나면' 대표이자 시인이다. 제공=이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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