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 내란특검: 한덕수 세 번째 조사…진술 번복 논란과 구속영장 검토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22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세 번째로 소환 조사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9시24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기자들이 "내란 가담 방조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느냐", "계엄 문건을 윤석열로부터 받았나", "진술을 번복한 이유는 무엇이냐"라고 물었으나 대답하지 않고 들어갔다.
앞서 한 전 총리는 지난달 참고인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지난 19일 오전부터 20일 새벽까지 16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특검은 그가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해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 비상계엄 선포문 사후 작성·폐기 정황, 선포문 관련 거짓 진술,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통화 배경, 행정기관 출입 통제 관여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한 전 총리는 당초 "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에게 선포문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으나, 지난 19일 두 번째 조사에서는 "(계엄 당일) 윤석열로부터 선포문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다만 이는 "사실상 불법 계엄 가담·방조 혐의를 시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뿐 특검은 "범죄 시인 여부는 경위와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박지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전체 범죄를 자백한다면 증거인멸 가능성은 줄어들지만 일부만 인정한 경우라면 경위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신병확보 여부는 조사 종료 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동시에 견제하는 기관으로 헌법 수호 책무가 있다"며 "계엄을 막지 못했다고 곧바로 형사책임이 발생하지는 않으나, 책무를 다했는지는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외환 사건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이승오 합참본부장을 불러 평양 무인기 작전 보고 경로를 조사했고, 23~24일에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소환할 예정이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 4일, 11일, 17일 세 차례 조사받았으며, 계엄 모의를 위해 '햄버거집 회동'을 주도하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한 혐의로 재판 중이다.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노상원 수첩'에는 'NLL 북 공격 유도', '국회 봉쇄', '사살' 등이 적혀 있었다. 노 전 사령관은 해당 수첩이 본인 것임을 인정했다. 필체 대조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진행됐지만, 특검은 따로 하지 않았다.
◆ 김건희 특검: 건진법사 불출석·양평고속도로 의혹 재압수수색·측근 구속기소·수사인력 보강 추진

김건희 특검팀은 22일 통일교 청탁 의혹 핵심 통로로 지목된 전성배 씨(건진법사)가 구속 후 첫 조사에 불출석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건강 문제를 사유로 들었고 특검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재소환하기로 했다.
전씨는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구속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세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전씨는 2022년 4~8월쯤 통일교로부터 '김건희 선물용'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을 받고,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 지원,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 교단 현안을 김건희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날 특검은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과 관련해 양평군청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2023년 5월 국토부가突 변경안을 내놓았는데, 해당 지역에 김건희 일가 소유지가 포함돼 특혜 논란이 일었다. 여론 반발이 거세지자 원희룡 당시 장관은 같은 해 7월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특검은 김건희 최측근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주포' 이정필 씨에게 "윤석열 부부에게 말해 집행유예가 나오도록 해주겠다"는 취지로 회유하며 25차례 8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구속적부심 청구를 기각했으며, 이 전 대표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정황이 드러난 대화방에서 "삼부 내일 체크"라는 메시지를 올렸고, 해병대 출신 단체방에 참여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에도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용민·서영교 의원 발의 개정안을 상정해 특검 인력과 수사 기간을 보강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파견 검사 수를 40명에서 70명으로 늘리고, 수사 기간을 90일에서 120일로 연장하는 내용, 피의자 해외체류로 인한 공소시효 정지 조항 신설 등이 포함됐다.
◆ 채상병 특검: 군검찰 7차 소환·임성근 혐의 구체화…이종섭 도피성 출국 의혹 수사
이명현 특별검사가 이끄는 순직 해병 특검팀은 22일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김민정 전 국방부 검찰단 보통검찰부장, 이윤세 전 해병대 공보정훈실장을 소환해 채상병 사건 기록 회수 경위를 조사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이윤세 전 실장은 2023년 7월31일 해병대사령부 회의에 참석해 윤석열의 격노 사실을 접한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이 박정훈 대령 등에게 내린 지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의 'VIP 격노'가 사건 은폐·외압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보고 당시 회의부터 8월 2일 사건 이첩까지 과정을 집중 조사 중이다. 김 전 단장은 7번째 소환이며, 김 전 부장은 박 대령 구속영장 작성·검토에 참여한 인물이다.
특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호주대사 임명·출국'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법무부 이기흠 과장, 외교부 이용진 과장, 강수연 심의관을 소환했다.
윤석열은 2023년 3월 4일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에 임명했고, 법무부는 7일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은 출국해 부임했으나 여론 악화로 11일 만에 귀국했고, 25일 사임했다. 귀국 명분이었던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는 급조 의혹을 받았다. 특검은 외교관 여권 발급 경위와 회의 실체를 확인한 뒤 이 전 장관 직접 조사를 검토 중이다.

경향신문 취재 종합에 따르면 특검은 순직 당시 지휘관 박상현 전 7여단장, 최진규 전 11포병대대장을 불러 임성근 전 1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구체화했다. 박 전 여단장은 사고 당일 현장 최고 지휘관이었고, 최 전 대대장은 전날 '허리 아래까지 수중수색' 지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됐으며, 25일 재소환된다.
특검 안팎에서는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이 다른 사건보다 먼저 결론 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검은 내성천 사고현장 재조사, 생존 병사 진술 청취도 마쳤다. 이후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과 연결될 가능성을 본다.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24일 네 번째 출석 예정이고, 송호종 전 대통령경호처 경호부장도 25일 재소환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