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한국의 주택 시장은 오랫동안 전세대출이라는 특수한 금융 구조에 기대어 움직여왔다.
당초 목적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이었지만, 시장에서는 이 대출이 '투기 자본'으로 전이되며 부동산 가격 상승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이제 이재명 정부는 자산 흐름의 전환, 이른바 '머니 무브(Money Move)' 전략을 본격 가동하며, '집에 몰린 돈'을 '금융시장'으로 돌리는 정책 실험에 나섰다.
◆ 전세대출이 만든 상승 사다리, 결국 부동산을 띄웠다
국책 연구기관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갭투자 비중이 1% 증가할 때 수도권 집값이 0.18% 상승하고, 전세보증 대출이 1% 늘면 전셋값이 같은 폭으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더 나아가 전세대출이 매매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0.37%포인트에 이르렀다. 이는 명백히 대출이 수요를 자극하고, 그 결과 가격이 왜곡되는 구조적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전세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대출로 확대되고, 이 돈은 결국 집값을 올리는 데 사용된다. 한 금융학자는 이를 "빚과 집값의 쌍끌이 질주"라며, 공공정책이 시장에서 반대로 작동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전세 대출이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보다 시장 내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제도가 의도한 정책 효과는 사라지고 있다.

◆ 이재명 정부의 승부수, '머니 무브'와 금융시장 체질 개선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국민들이 부동산 대신 주식 투자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단순한 진단이 아니라, 정권 초부터 예고된 정책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대통령이 공언한 '코스피 5000'은 단순한 주가지수 목표가 아니라, 자산 구조 자체를 금융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국가 전략이다. 한국 가계 자산의 70~80%가 부동산에 편중돼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일종의 ‘경제 체질 개선’ 선언이다. 선진국들은 금융자산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같은 전환은 단순한 투자 유도책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조적 개혁, 즉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과 안정성 강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돈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정책적 조정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 자본의 문제"라고 말한다.
◆ 금융시장,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부동산에 자산이 몰리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실물자산이라는 안정성, 다른 하나는 지속적 가격 상승에 대한 믿음이다. 주식 시장이 이 두 가지 요건을 대체하지 못하면, 아무리 정책으로 유도해도 자산 흐름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 IPO 시장 부진, 경영진 리스크, 주가조작 등의 이슈는 금융시장에 대한 불신을 확대시켰다. 금융당국의 감시체계 강화, 회계 투명성 확보,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이 함께 추진되지 않으면, '머니 무브'는 구호에 그칠 위험이 크다.
전세대출은 애초에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 제도는 집값 상승의 연료가 되었고, 가계의 부채는 함께 불어났다. 이제 이재명 정부는 금융 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부동산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길은 단순하지 않다. 자산 이동은 시장의 신뢰, 정책의 일관성,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이 모두 갖춰질 때에만 가능하다. 머니 무브는 정책이 아니라 문화와 구조의 전환이다. 과연 우리는 이 거대한 전환점을 넘어설 수 있을까. 지금, 그 길목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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