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이수진 에디터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협회)는 지난 23일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이 '서부지법 사태' 관련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주장하며 항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정 감독은 이번 사건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헌법적 문제"라고 규정하며, 그 판단을 국민과 함께 받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감독은 항고서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건조물침입이 아니라,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예술가의 기록 행위가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본질적 질문"이라며 "사건의 핵심은 폭동이 아닌 표현의 자유"라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지난 20년간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순간을 기록해온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이번 사건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논란과 민주주의 위기를 예술적으로 기록하는 과정에 있었을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JTBC 기자의 현장 취재가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것처럼, 예술가의 카메라 역시 시대를 증언하는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며 "기록 행위 자체를 범죄시한 검찰의 기소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자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정 감독의 입장에 대해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 정치권의 지지도 잇따르고 있다. 박찬욱·김성수 감독을 비롯한 영화인 2781명과 51개 영화 단체가 "예술가의 렌즈는 가해가 아닌 증언의 도구"라며 무죄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정 감독은 극우 폭력세력의 일원이 아닌, 국가적 위기를 기록한 예술가"라는 내용의 별도 탄원서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또한,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21조넷)'는 169개 시민사회단체와 1만1831명의 시민 서명을 모아 "범죄자와 기록자를 구분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협회는 정 감독이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감독은 "블랙리스트 사태의 반성으로 제정된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7조는 국가기관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검찰이 예술가의 기록 행위를 폭도와 동일시한 것은 오히려 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 지난 5월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39명이 정 감독의 무죄를 촉구했다는 사실도 알렸다. 이 자리에서 한국독립영화협회 백재호 이사장은 "진실을 기록한 예술가의 행위가 범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고,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위원장은 "정윤석 감독의 사례를 외면한다면 모든 언론인도 같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감독의 항고심은 24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김우현) 303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정 감독은 사건 당일, 민주주의 위기가 현실화되는 순간을 예술가로서의 윤리와 책무감에 따라 기록하기 위해 서부지법 폭동 현장을 찾았으며, 당시 JTBC 취재진과 함께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JTBC는 해당 영상으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지만, 정 감독은 동일한 현장을 기록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영화계는 "무엇이 언론이고, 무엇이 예술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중 기준을 비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