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이수진 에디터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후보들이 막판 지지호소에 나선 가운데 '한국 경제의 허리'인 소상공인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자영업자 부채는 380조 원을 넘었고, 폐업 우려는 현실이 됐다. 소비자심리지수는 반등했지만, 내수와 실물경제는 여전히 제자리다. 반복된 위기 속, 이번엔 새 정부가 진짜 '소상공인 회복'의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소상공인 살린다"는 대선 후보들...실물경제 난항
'한국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소상공인이 흔들리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高)' 위기와 내수 침체가 겹치면서 자영업자 부채는 코로나 이전보다 380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폐업 소상공인이 100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며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소상공인 기업체수는 596만 1000개, 종사자 수는 955만1000명, 기업체당 평균 종사자 수는 1.60명에 불과하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기업 수의 99.9%는 중소기업이고 그 중 95%가 소상공인으로 확인됐다.
같은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생산·소비·투자는 모두 감소한 '트리플 하락'을 기록했다. 소매판매는 두 달 연속 줄었고, 광공업 생산도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이와는 달리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4년 7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을 회복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정권 교체 기대감에 따른 일시적 반등", "반짝 허니문 심리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며 실제 내수 회복은 새 정부의 실질적 정책 집행력에 달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 정권마다 달랐던 소상공인 정책
소상공인 정책의 본격적인 출발점은 김대중 정부다. IMF 외환위기 여파로 실업률이 8%를 넘자, 정부는 창업 지원과 신용보증 확대에 나섰다.
노무현 정부는 재래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정책 핵심으로 삼았고, 이명박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과 온누리상품권 도입으로 대형마트 규제와 소비 촉진에 집중했다.
박근혜 정부는 소상공인 전담 기금을 신설해 재정 지원을 확대했고,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 법제화 등으로 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윤석열 정부는 '소상공인 회복과 도약'을 제1호 국정 과제로 삼고 상환유예, 대환대출 확대 등의 금융지원 3종 세트를 내놨다.

◆ 이재명, 전방위 소상공인 지원 공약...구조적 생태계 개선 약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회복을 위한 정책 기조로 '부담은 줄이고, 매출은 늘리는 나라'를 내세우며 구체적인 지원 공약들을 발표했다. 코로나19와 내란 사태로 이중고를 겪은 자영업자들을 위한 금융·경영·복지 전방위 대책이 핵심이다.
이 후보는 먼저 코로나 시기 누적된 자영업자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저금리 대환대출, 이차보전 등 정책 자금 확대를 통해 채무조정에서 탕감까지 단계적인 해법을 추진하고, 소상공인 맞춤형 장기 분할 상환 프로그램도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불법 계엄 사태로 인한 소비 위축에 따른 피해 보상도 공동체가 함께 나눠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내란 사태로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 몫이었다"며, 공동체적 책임 분담을 통해 피해 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영 여건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담겼다. 임대료, 인건비, 에너지비용을 포함한 고정비 부담을 덜기 위한 종합 대책을 세우고, 관리비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임대료 인상 꼼수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키오스크, 테이블오더 등 무인 주문 기기 도입과 간편결제 수수료 부담 완화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내수 회복을 위한 소비 진작책으로는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지역 대표상권 및 골목상권을 집중 육성하는 ‘상권르네상스 2.0’을 통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또한, 폐업 소상공인을 위한 재도전 지원 체계도 강화한다. 폐업지원금을 확대하고, 채무조정부터 재창업과 취업까지 아우르는 통합형 재도전 시스템을 구축해 소상공인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 벌어지는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제도적 대응도 포함됐다. 플랫폼 수수료, 광고비 과다 청구 등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공정경제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추진한다.
복지와 안전망 강화를 위한 공약도 눈에 띈다. 여성 소상공인의 범죄 피해 예방을 위한 '안심콜 시스템' 전국 확대, 육아휴직수당 확대, ‘아프면 쉴 권리’ 제도화, 화재공제 보상한도 현실화 등을 통해 보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영업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집권 직후 비상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경제 위기 극복과 내수 활성화를 총력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놓았다. 지역사랑상품권 확대, 중금리 대출 특화 인터넷은행 설립, '소상공인 내일채움공제' 도입 등 자산 형성 지원 공약도 포함됐다.
◆ 김문수 "서민경제 살릴 정책금융기관 설립… 위기 소상공인 긴급지원 강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제21대 대선 제7호 공약으로 '소상공인, 민생이 살아나는 서민경제'를 내걸고, 소상공인을 위한 전방위적 구조 개편과 긴급지원 대책을 약속했다. 대통령 직속 전담 조직 설치와 전문 금융기관 신설, 위기 대응 패키지 등이 핵심이다.
김 후보는 우선, 대통령 직속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단'(가칭)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부처별로 분산된 지원 시스템을 통합해 소상공인의 다양한 요구를 정부가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수렴·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직접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소상공인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강조했다. 서민·소상공인 전문 정책금융기관을 새롭게 설립해 대출 창구를 넓히고, 저신용·영세 사업자들이 1금융권 수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제안한 '지원 인프라 강화 핵심 정책 과제'와도 궤를 같이한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소상공인의 67.2%가 '정책금융기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바 있다.
아울러 김 후보는 '소상공인 응급지원 3대 패키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생계방패 특별융자를 제공하고, 경영안정자금 확대, '새출발 희망프로젝트' 지원금 강화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들을 실질적으로 돕겠다는 방침이다.
고정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도 병행한다. 전기요금 등 에너지 비용을 경감하고, 온누리상품권 발행 예산을 5조 5천억 원에서 6조 원으로 확대해 지역 소비를 활성화하고 골목상권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 전문가들 "재정지원보다 구조개편… 생계형과 성장형 나눠야"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지원책을 넘어, 정책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업체 규모별로 분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책 목적을 '생계형'과 '성장형'으로 나누는 이원화 구조가 필요하다"며 "생계형은 보증·채무 조정이, 성장형은 R&D 투자 환경 조성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소상공인의 통증을 줄이는 정책도 의미 있지만 결국에는 구조 개선을 해야 한다"며 "과당 경쟁을 완화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채무 구조조정을 핵심 해법으로 지목했다. "코로나 때 정책 자금으로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들이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빚을 갚지 못하는 악의 고리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소상공인 대출이 늘고 있는 것도 코로나 상황과 연관이 있어 탕감으로 악의 고리를 한 번 정도는 끊어야 한다."

대선을 하루 앞둔 지금, 소비자심리지수는 정권 교체 기대감에 반등했지만 실물 경제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단기 처방을 넘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회복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할 정책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내수 회복의 열쇠는 '민생의 허리'인 소상공인의 회복에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온 '소상공인 살리기' 약속이 이번에는 실제로 생존 가능한 생태계로 이어질 수 있을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