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기간인 30일 부산 연제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기간인 30일 부산 연제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로운넷=조은결 기자

6·3 대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투표관리의 허점을 계기로 '부정선거'를 외치며 현장 질서를 흔드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참관인들은 투표함 훼손이나 폭언, 폭행, 불법 촬영에 나섰고, SNS에서는 유권자 혐오까지 확산되며 선거제도의 신뢰를 위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주권자들이 선관위를 불신하게 만드는 상황이 되면 안 된다"라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책임은 묻되, 민주주의를 겨냥한 선동은 단호히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전투표 첫날이던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기표 전에 외부로 반출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 장면은 현장에서 유튜브 생중계 중 포착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에 대해 "관리 부실이 있었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30일에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20대 여성 유권자 A 씨가 관외투표를 위해 받은 회송용 봉투 안에서 특정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지를 발견했다며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했으며 문제의 투표지는 무효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사전투표소에서는 선거사무원이 29일 오전에는 남편의 신분증으로 대리 투표를 하고 오후에 본인의 신분증으로 다시 투표를 시도해  오늘 긴급체포 됐다.

해당 사안에 대해 선관위는 같은 날 공식 입장을 내고 "해당 선거인이 타인으로부터 기표한 투표지를 전달받아 빈 회송용 봉투에 넣어 투표소에서 혼란을 부추길 목적으로 일으킨 자작극으로 의심된다"며 수사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관위의 관리 책임을 지적하면서도, 사전투표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부정선거'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30일 선대위 회의에서 "어제(29일) 투표용지를 받은 시민들이 밖에서 기다리는 일이 발생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엄정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소한 실수도 생겨서는 안 된다"며 선관위에 촉구했다. 

윤여준 상임총괄선대위원장도 "사전투표에 부정선거가 있다는 저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사전투표는 이제 제도로서 확고하게 국민 속에 자리 잡았다"고 언급하며,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경계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선관위가 전날 범한 잘못을 잘 평가하고 다시 반복되지 않게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이런 부실한 관리가 주권자들이 선관위를 불신하게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윤여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공동선대위원장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언주 공동선대위원장, 정은경 총괄선대위원장, 윤여준, 박찬대 상임총괄 선대위원장, 이석연 공동선대위원장. /사진=뉴시스
윤여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공동선대위원장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언주 공동선대위원장, 정은경 총괄선대위원장, 윤여준, 박찬대 상임총괄 선대위원장, 이석연 공동선대위원장. /사진=뉴시스

민주당은 상황종합실을 중심으로 120시간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한다. 강 실장은 상황종합실 가동을 통해 가짜뉴스·흑색선전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조직적 투표 방해 행위, '유권자 실어나르기' 등을 살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인원이 법적 절차에 따라 (개표 등을) 참관함에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건 대선 불복 위한 사전작업이자 내란연장 시도에 불과하다 할 것"이라며 "선관위에 투표방해 행위에 대한 대응 강화를 요청하고 확인되는 대로 방해 행위에 무관용 원칙, 엄정 처벌을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날 추미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선거 관리 부실 논란과 관련해 "누군가 댓글로 대선을 부정선거로 몰고 가려는 조짐이 드러났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당 차원의 조사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강 실장은 "지금은 선거 중이라 개별 사안을 조사하지 않는다"며 "이후에라도 저희가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면 확인하고 점검하고 또 거기에 필요한 대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가만두지 않겠다" 투표소 난입까지…확산되는 '부정선거 프레임',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6·3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 위치한 사직동주민센터 앞에는 이른 점심시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2025.05.29/사진=조은결 기자
6·3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 위치한 사직동주민센터 앞에는 이른 점심시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2025.05.29/사진=조은결 기자

일부 사전투표소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참관인들이 선거사무를 방해하거나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극우 커뮤니티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지침을 따른 것으로 보이는 이들의 행동은 투표함 훼손, 공무원 폭행, 무단 촬영 등 다수의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선거관리시설에 대한 무단 침입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29일 밤, 경남 하동군의 선거관리위원회 건물에 30대 남성 A씨가 배관을 타고 2층 발코니로 침입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부정선거를 감시하려고 문이 잠겨 있는지 확인해본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A씨는 2층 출입문이 열리는지 확인한 뒤 문을 닫고 건물을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8일에는 부산 강서구의 대선 개표 예정지인 강서체육관에 30대 남성 B씨와 50대 여성 C씨가 무단으로 들어가 내부를 촬영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SNS를 통해 부정선거 의혹을 주고받던 중 함께 현장에 침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공범인 C씨의 행방도 추적 중이다.

경찰은 "선거의 공정을 해치는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정 대응하겠다"며 유사한 행동을 자제해달라고 시민들에게 경고했다.

30일 서울 서초구 방배본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는 황교안 무소속 대선후보 측 선거참관인이 투표함과 봉인지 위에 노란 펜으로 간인 서명을 하며 투표함을 훼손했다. 

같은 날 광진구, 전날인 29일에는 인근 방배3동, 인천 서구 등에서도 유사한 행위가 이어졌다. 일부는 사전투표소 앞에 '감시 집회'를 조직적으로 신고하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부정선거 하고 있다"며 투표관리관을 폭행한 유권자까지 나왔다. 

X(구 트위터)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에게 "중국인 아니냐", 무슨 띠냐"고 추궁하는 영상/사진=X 갈무리
X(구 트위터)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에게 "중국인 아니냐", 무슨 띠냐"고 추궁하는 영상/사진=X 갈무리

X(구 트위터) 등 SNS에서는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에게 "중국인 아니냐", 무슨 띠냐"고 추궁하는 영상이 확산되며, 혐오와 의심이 투표현장을 압박하는 분위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일부는 SNS에서 퍼지는 영상이나 메시지를 근거로 선거 자체를 의심하거나, 투표 인증자들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듯이 촬영·공유하기도 했다.

잇따른 선관위의 관리 실수는 분명한 책임을 따져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이를 넘어 사전투표제도 자체를 전면 부정하거나, 선거 결과를 예단하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연결하는 시도는 위험하다.

민주주의는 제도에 대한 신뢰 위에서 작동한다. 그 신뢰를 흔드는 시도는 결국 유권자 스스로의 권리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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