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 위치한 사직동주민센터 앞에는 이른 점심시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2025.05.29/사진=조은결 기자
6·3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 위치한 사직동주민센터 앞에는 이른 점심시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2025.05.29/사진=조은결 기자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오는 6월 3일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 위치한 사직동주민센터 앞에는 이른 점심시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광화문과 서대문 인근 직장인들이 주를 이룬 가운데, 투표소 앞에는 약 200미터에 달하는 대기 행렬이 형성됐다.

6·3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 위치한 사직동주민센터 앞에는 이른 점심시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2025.05.29/사진=조은결 기자
6·3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 위치한 사직동주민센터 앞에는 이른 점심시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2025.05.29/사진=조은결 기자

낮 최고 기온 26도, 내리 쬐는 태양빛에 시민들은 양산을 펼치거나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택시에서 함께 내리는 직장동료들, 인근의 대학교 학생들은 도착과 함께 "와 '역대급'이다", "저번 대선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라며 입을 떡 벌린 채 끝이 보이지 않는 대기줄을 향해 끝없이 내려갔다.

줄이 좀처럼 줄지 않자 일부 시민들은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정해진 점심시간 안에 투표를 마치기 어려워 회사 복귀를 택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줄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투표소 앞은 오후에도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6·3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 위치한 사직동사전투표소를 안내하는 종이. 2025.05.29/사진=조은결 기자
6·3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 위치한 사직동사전투표소를 안내하는 종이. 2025.05.29/사진=조은결 기자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국 투표율은 15.72%를 기록 중이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같은 시간대와 비교해 1.61%포인트 높은 수치로 역대 최고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전투표 첫 날인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국 유권자 4439만1871명 가운데 697만 842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사전투표 제도가 전국단위 선거에 처음 적용된 2014년 6·4 지방선거 이후 재·보궐을 제외한 전국단위 선거 기준으로는 동시간대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시간대를 기준으로 지난 2022년 대선(14.11%)보다 1.61%포인트 높고 2024년 국회의원 선거(12.6%)와 비교해서는 3.12%포인트 높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29.3%로 가장 높았고 대구가 10.74%로 가장 낮았다.

나머지 지역은 △서울 15.21% △부산 13.72% △인천 14.6% △광주 26.01% △대전 14.93% △울산 13.64% △세종 17.71% △경기 14.47% △강원 17.1% △충북 15.42% △충남 14.37% △전북 26.98% △경북 13.77% △경남 13.81% △제주 16.18% 등으로 집계됐다.

◆ "길바닥에서 되찾은 권리…이 표는 믿음과 희망에 찍는다"

6·3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한 유권자의 투표 인증 사진 2025.05.29/사진=독자 제공
6·3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한 유권자의 투표 인증 사진 2025.05.29/사진=독자 제공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시민들은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를 삶의 붕괴를 멈추고, 희망의 단초를 되살리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 믿으며 사전투표에 임했다고 답했다.

긴장이 풀린 듯 한숨을 푹 쉬고 나온 직장인 A씨는 "이전에도 투표는 했지만, 이번엔 정말 '진짜 대통령을 뽑는 기분'이었다. 개표소에 들어서면서 손이 떨릴 정도로 떨렸다. 그럼에도 긴장감 속에서도 끝까지 신중하게, 나의 선택을 했다"라고 말했다.

A씨처럼 긴장감이 엿보였던  B씨도 "투표 도장을 손에 쥐고서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내가 꾹 찍은 그 표에 믿음과 희망이 담기길 바랐다"며 간절함을 전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이번 선거만큼은 절대로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마음이었다. 또다른 시민들은 단지 '투표'가 아닌, 삶의 조건을 회복하기 위한 '행동'으로 이날 사전투표에 나섰다고 했다.

12.3 내란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4월까지 광장에 나왔다는 직장인 C씨는 "지난해 12월 계엄이 성공했다면 우리는 투표권마저 빼앗겼을 것이다. 이 선거권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수백만의 국민들이 고생해 다시 쟁취한 권리다. 그 싸움의 현장에서 함께 했던 이들을 기억하며 내란종식, 사회대개혁, 국민주권 실현을 힘써준 사람에게 투표할 예정이다"라며 결의를 다졌다.

주부 D씨는 "이전 정부 때문에 경제 붕괴, 실업 대란, 정서 불안 등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무너졌다. 한 가정이 무너지고, 한 삶이 무너지는, 너무도 나약한 나라가 돼버렸다"며 "일상이 흔들리고 삶 자체가 파괴된 시간들이었다. 그 암흑의 끝이 이제는 오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 '최애와 함께 투표 완료'…사전투표 인증샷 줄잇는다

6·3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A씨의 투표 인증 사진 2025.05.29/사진=조은결 기자
6·3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A씨의 투표 인증 사진 2025.05.29/사진=조은결 기자

전국 각지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의 '인증샷'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손등 도장은 물론, 각양각색의 인증 용지와 함께한 투표 사진들이 잇따라 올라오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빛의 혁명'의 주역인 K-POP 아이돌 팬들은 자신의 '최애'를 캐릭터화한 용지에 도장을 찍어 X(구 트위터)에 올리는 문화가 자리잡혀 있다.

6·3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E씨의 투표 인증 사진 2025.05.29/사진=E씨 제공
6·3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E씨의 투표 인증 사진 2025.05.29/사진=E씨 제공

플레디스 소속 보이그룹 '세븐틴'을 좋아하는 E씨는 공식 응원봉 '캐럿봉'을 들고 지난 겨울 광장을 나선 바 있다고 전했다. 그는 "투표 인증샷이 케이팝 팬들의 문화로 확산되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인증샷을 X를 통해 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투표는 단지 의무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사회를 위한 실천이었다. 더는 나중으로 미룰 수 없는 선택. 작은 참여지만 큰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믿는다"고 <본지>에 전했다.

6·3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 위치한 사직동주민센터 앞에는 이른 점심시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2025.05.29/사진=조은결 기자
6·3 대선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 위치한 사직동주민센터 앞에는 이른 점심시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2025.05.29/사진=조은결 기자

누구는 떨리는 손으로, 누구는 '최애'와 함께, 또 누구는 아스팔트 위에서 되찾은 권리의 무게를 새기며 한 표를 행사했다. 이번 사전투표는 단지 투표율 수치를 넘어,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시민들의 간절한 의지와 참여의 기록으로 남고 있다.

한편, 이번 대선 사전투표는 29~30일 이틀간 전국 3568개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