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개헌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개헌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윤석열 파면을 맞은 지난 6일 주말, 대통령 선거일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논란 3일 만에 한 발 물러섰다. '개헌 수괴'라는 비판 여론까지 일었던 그는 9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대선 동시 개헌은 사실상 어렵다"며 조기 대선 이후로 개헌 논의를 미루자는 입장을 내놨다.

우 의장은 6일 담화를 통해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적 한계의 결과일 수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낡은 헌법을 고쳐 정치적 갈등을 줄이고 국민의 삶을 바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7년 개헌 이후 38년이 흐른 지금, 저출생·고령화·기후위기 등 시대적 변화에 현행 헌법이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이 바탕이다.

그는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정치구조' 개편을 통해 국민주권과 통합을 실현하자며 대통령 선거일인 2025년 6월 3일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시행을 공개 제안했다. 나아가 국회에는 개헌특위 구성과 국민투표법 개정을 요청하며 "사람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지만, 제도 없이는 아무것도 지속될 수 없다"는 말을 인용해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헌 시기와 방식에 대한 정당 간 공감대가 부족한 상황에서, 내란 종식과 정국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에 개헌 카드를 꺼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특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란 혐의를 받는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하면서, 윤석열 측근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내란 세력'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이에 우 의장은 논란 사흘 만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9일 입장문에서 "현 상황에서는 대선 동시 개헌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판단한다"며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한 정당 간 합의로 대선 이후 본격 논의를 이어가자"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정국 수습이 우선이다. 각 당의 우려를 수용하겠다"며 "향후 다시 각 정당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 사태와 헌정 중단 사태를 언급하며 헌법의 빈틈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위헌·불법 비상계엄이 초래한 막대한 피해를 단죄하는 동시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국회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압도하는 폐단을 해소해야 한다"며 감사원의 회계검사권 국회 이관, 기재부의 예산통제 권한 조정 등 권력 간 균형 문제도 개헌의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내각제 추진설'에 대해선 "국회의장은 내각제를 주장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4년 중임제와 직선제 개헌의 열망에서 출발했고 대통령제는 6월 항쟁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동의 없는 내각제 전환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정치란 말로 하는 것"이라며, 정쟁보다 성숙한 숙의 정치로 나아가기 위한 '개헌 논의 재개'를 위한 사회적 공론 형성과 정당 책임론을 환기시키며 입장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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