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4.07./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4.07./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이후 정치권에 '개헌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조기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르자는 제안을 내놓은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개헌보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더 시급하다"며 사실상 '대선 이후 개헌' 기조를 분명히 했다.

"개헌보다 내란 극복이 먼저… 대선 이후 신속 추진"

이재명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가 통째로 파괴된 지금, 개헌 논의를 우선할 수 없다"며 "각 정당 대선 후보가 국민에게 개헌 공약을 제시하고, 선거 직후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제도 개편의 필요성은 크지만, 지금은 쿠데타 수준의 내란을 진압하고 헌정을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우원식 의장의 제안은 6월 3일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하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4월 26일까지 개헌안 국회 통과 및 공고를 마쳐야 하며, 현행 국민투표법상 사전투표 불가 조항 개정도 필수다.

국민투표법은 재외국민 투표 제한 조항이 헌재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은 상태로, 여야가 이를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극심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국민투표법 개정, 개헌안 합의, 국회 통과를 모두 2주 안에 처리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헌 셈법 제각각… 임기 단축 여부도 이견

정치권 내부의 셈법도 복잡하다. '4년 중임제'를 도입하되 다음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자는 방안, 3+4년제, 또는 5+4년제 등 다양한 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차기 대선 주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접점을 찾기 어렵다.

국민의힘 측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국면 전환용' 카드로 개헌론을 띄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해산돼야 할 내란 정당이 개헌 테이블에 함께 앉게 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 역시 성급한 개헌 추진에 우려를 표했다. "지금 개헌 논의를 시작하면 헌법 전문부터 기본권까지 수백 가지 의견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개헌은 승자독식 구조를 극복하는 분권 개헌이 돼야 하며, 국민 발안·소환제 같은 직접민주주의 요소와 중대선거구제 도입, 정당법 개정 등 정치개혁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의장의 '대선+개헌 동시 추진'은 정치적 메시지로는 강했지만, 시간 부족, 정파 갈등, 제도 미비 등 현실적 제약으로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내란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대선 이후 개헌 논의 재개 방침을 천명했다. 

지난 5일 서울시청역 7번 출구 인근에서  열렸던 민주정부건설 내란세력청산 134차 촛불대행진./사진=촛불행동
지난 5일 서울시청역 7번 출구 인근에서 열렸던 민주정부건설 내란세력청산 134차 촛불대행진./사진=촛불행동

시민단체들 "개헌 논의는 시기상조…지금은 내란세력 척결이 우선"

시민단체들은 우원식 국회의장 개헌론에 반발하고 있다. "헌법파괴 세력과의 협치 불가"라는 게 주요 이유다.

시민사회단체 촛불행동은 지난 6일 발표한 성명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론 제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지금은 내란세력 척결이 시급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직후 개헌 논의가 불붙는 현 상황에 대해 "개헌이 아니라 헌정질서 복원이 우선"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촛불행동은 성명에서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란세력을 완전히 진압하고 새로운 민주정부가 수립된 후,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힘을 "내란정당"으로 지칭하며 "이들이 개헌 논의에 관여하게 해선 안 된다. 개헌 논의는 헌법파괴 세력의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시민단체들 또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관계자는"개헌은 권력 재편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헌정질서 회복과 법적 단죄가 끝난 후 국민적 토론과정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내란세력을 철저히 청산하는 것"이라며 "이 시대 주권자 국민의 분명한 명령은 개헌이 아닌, 헌정 파괴 세력의 단죄"라고 강조했다.

촛불행동은 "정당들 역시 개헌 논의에 섣불리 동참하기보다 시대적 우선순위에 맞춰 신중히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며 모든 정치권에 자중과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시민사회는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내란 청산 이후'라는 전제 없이 논의가 시작되는 것에 깊은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헌법을 무너뜨린 세력과의 협치는 불가능하며, 지금은 내란세력 단죄와 민주주의 회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