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들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출처=pixabay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들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출처=pixabay

이로운넷 = 이수진 에디터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노인 연령 기준을 올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균 수명 연장과 고령층의 건강 수준 향상을 고려할 때, 65세로 설정된 기존 노인 연령 기준이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종합적인 대책을 통한 기준 상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보완의 중요성 또한 부각되고 있다.

◆ 전문가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복지·노동시장 개혁 동반돼야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은 머지않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구부양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지난 2019년 기준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3.3년이다. 1970년 출생아의 기대수명(62.3년)보다 20세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노인연령 상향 논의가 더 이상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노인연령 상향은 단순히 나이 기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복지제도, 노동시장 구조, 국민연금 등과 맞물린 종합적인 대책을 필요로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58년에는 유소년 및 노인인구를 생산연령인구로 나눈 값인 총부양률이 10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에는 생산가능인구 5.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30년에는 2.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생산연령인구와 부양인구가 동일해진다는 의미로,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이 매우 심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행법은 나이를 기준으로 노인을 정의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기초연금과 노인일자리사업 뿐만 아니라 많은 노인 관련 사회 제도들이 65세 이상을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 대상, 경로우대제도 대상이 65세 이상이다.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 따라 설정된 노인연령 65세는 당시 기대여명 약 15년을 기준으로 했다. 하지만 현재 기대여명은 약 20년 이상으로 늘었고, 이는 복지 수급 기간이 과거에 비해 대폭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재의 노인연령 기준은 급격히 변한 사회적·경제적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노인연령 상향 논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도 한 매체를 통해 "70대 초반까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70대 중반 이후는 복지 정책으로 보호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조만간 청년층 부담이 감당 못 할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인연령 상향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근거는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으로 60세 이상 취업자는 역대 최대치인 674만9000명을 기록하며 전체 취업자 중 가장 높은 비중(23.4%)을 차지했다. 또한, 고령층(55~79세) 인구의 약 69.4%가 장래에도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며, 이들이 원하는 근속 연령은 평균 73.3세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근로 의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노인연령 기준 상향은 자연스러운 방향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기대여명이 증가하며 건강한 노년기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진 만큼, 노동시장 참여와 연계한 노인연령 상향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노인단체가 나서 노인 연령 상향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중근 대한노인회 회장은 노인 연령을 75세로 상향 조정하자고 제안하며, 이를 통해 노인 총수를 2050년에도 1200만 명 정도로 유지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복지부는 올해부터 현행 65세인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는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노인연령 상향 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동의하지만, 단일 정책으로 실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노인 연령 기준 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하며, 사회적 합의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노인 연령 상향에 대해 우려하는 점을 살펴보면 우선 모든 고령자가 건강한 것은 아니며, 경제적·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취약 계층은 노인 연령 상향으로 인해 복지 서비스나 연금 수령이 지연될 경우 큰 부담을 겪을 수 있다.  또한 고령자의 건강 상태와 경제적 여건은 개인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단일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일부 고령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리고, 노인 연령 상향이 정년 연장으로 이어질 경우, 청년층의 취업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노인 연령 상향은 기존의 복지 정책 및 법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므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 40.4%이며 회원국 평균 14.2%의 약 3배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학 관계자는 노인연령 상향은 정부의 사회보장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지만, 제도적 보완 없이 진행되면 노인 빈곤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정년 연장, 연금 수급 시기 조정 등과 연계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기준 연령을 올리더라도 복지 전반에 일괄 적용하는 대신 제도별 특성을 고려해 연동 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단계적 접근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일본, 이탈리아 등 주요 선진국은 노인연령 상향을 장기적 계획에 따라 점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노인연령 상향과 함께 정년 연장,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조정, 노동시장 구조 개혁 등 다방면의 제도 개선을 병행해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한 매체를 통해  "노인연령 상향은 단일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사회적 변화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특히 한국처럼 고령화 속도가 빠른 나라에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예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인연령 상향은 부양 부담 감소와 재정 안정성 확보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노인부양률이 낮아지면 복지 지출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활력 저하를 보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노동시장에 고령층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들을 위한 직업 재교육 프로그램과 평생교육을 확대한다면, 세대 간의 사회적 갈등도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에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취업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뉴시스
지난해 10월에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취업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뉴시스

◆ 노인 연령 70세로 상향 시 연 6.8조 원 절감 가능…재정 부담 완화 기대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높이면 연간 6조 원 이상의 재정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사회보장제도의 재정 부담이 커지자, 정치권과 정부 일부에서 노인 연령 기준 상향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여권 의원실 요청으로 실시한 분석에 따르면,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상향할 경우 2023년 6조3000억 원, 2024년 6조8000억 원의 지출을 절감할 수 있다. 기존 기초연금 지급 총액은 2023년 22조 원, 2024년 23조5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노인 일자리 사업도 지원 연령을 70세로 조정할 경우 2023년 5847억 원, 2024년 8673억 원의 절감이 가능했다.

단체 지원 사업이나 지방자치단체의 노인 대상 사업까지 포함하면 재정 절감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예산정책처는 지역과 단체별 사업은 이번 분석에 포함하지 않았지만, 해당 분야를 고려하면 절감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연령 상향이 재정 절감과 지속 가능한 복지 체계를 위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자료=서울시
자료=서울시

◆ "70세 이상이 적정" 다수 공감… 복지제도·노동시장 연계한 종합 대책 필요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스스로가 '노인'이라 생각하는 평균 연령은 71.6세로 나타났다. 수명 연장과 건강 수준 향상으로 인해 국민의 노인 연령 인식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 조사에서도 노인 연령 기준을 상향하는데 서울 시민 절반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회 이숙자 운영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일부터 6일까지 만 50세 이상 서울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인 연령 기준 개선 및 노후 복지 서비스 시민 인식' 여론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4%가 노인 연령 상향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반대 의견은 24%에 그쳤다.

조사에 따르면 노인 연령의 적정 기준으로 ‘70세 이상’을 선택한 응답자가 59%로 가장 많았다. 이어 ‘65세 이상’ 25%, ‘75세 이상’ 12%, ‘80세 이상’ 1% 순이었다. 특히 노인 연령 상향 이유로는 ‘신체능력과 건강 측면에서 타당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57%를 차지했으며, ‘미래 세대의 부담 감소를 위해서’(34%), ‘향후 정년 연장 기대’(9%) 등의 의견도 제시됐다.

다만, 노인 연령 상향에 대한 찬성률은 연령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65세를 앞둔 60~64세 응답자의 찬성률은 58%로 다른 연령대에서 기록한 70% 이상에 비해 낮았다. 이는 노인 복지 수혜 시점이 가까운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 노인 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1%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주요 복지 사업 이용 경험률은 평균 7%에 머물러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노인 복지 정책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서비스 분야로는 ‘간병 지원’(24%), ‘일자리’(21%), ‘공공의료지원’(21%) 등이 꼽혔다.

이숙자 위원장은 "노인 연령 상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인된 만큼, 노인 복지 제도의 수혜 근접 연령층의 의견을 면밀히 수렴하고, 단계적인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간병 지원, 노인 일자리, 공공의료지원 등 실제 수요 중심의 지속 가능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 차원에서 정책과 사업 개선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노인 연령 기준 상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고,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노인 복지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제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노인의 기준을 다시 논의하고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시점임을 보여준다. 

다만 노인 연령 상향은 장기적으로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필요성이 있지만, 개인의 상황과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도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정책 조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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