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공식방한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의 방명록 작성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공식방한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의 방명록 작성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정치적 혼란이 극에 달했던 가운데, 대통령실과 총리실에서 벌어진 치열한 내부 갈등과 설득의 과정이 드러났다. 계엄령 발표부터 내각 총사퇴 결정까지의 긴박한 순간들이 윤석열 정부 내 위기관리 실패와 무능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레 선포한 비상계엄이 6시간여 만에 해제되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됐지만 비상계엄을 위한 밑작업이 극비리에 진행됐던 만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는 전 국민을 당황케 했다. 특히 비상계엄 발표 이후 이어진 전개 과정이 너무나 허술하게 진행되면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진짜 목적'을 두고 각종 추측도 무성하다.

정치권 정보를 종합하면 3일 저녁 6시 30분, 키르기스스탄 정상회담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를 대통령실로 호출해 계엄령 발동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놀란 한 총리는 약 30분간 경제 붕괴, 국민 반발, 위법성 등을 이유로 계엄령 철회를 간곡히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고 한다.

결국 한 총리는 국무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대통령은 마지못해 동의했다. 연락이 닿는 국무위원들을 긴급히 소집했지만 회의는 예정 시각보다 40분 지연됐다. 회의에서 최상목 부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다수의 장관이 경제적 파국과 외교적 손상을 우려하며 계엄령 선포를 반대했지만, 윤 대통령은 굳건한 입장을 유지했다.

밤 10시 30분, 윤 대통령은 계엄령을 공식 발표하며 국회를 겨냥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계엄 해제 가결을 국회 본회의에서 선포한 후에도 윤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이에 한 총리와 몇몇 장관들은 대통령실로 다시 찾아가 계엄 해제 거부가 명백한 위법임을 설명하며 설득에 나섰다. 설득 끝에 윤 대통령은 겨우 동의했고, 총리실에서 국무회의가 열려 계엄 해제가 공식 발표됐다. 이 과정에서 내각은 총사퇴 방침을 정리하며 혼란스러운 정국에 대한 책임을 표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여전히 흥분 상태를 유지하며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묻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한덕수 총리와 일부 장관들이 강하게 반대하며 대통령을 설득했지만, 대통령의 단호한 태도는 갈등의 골을 더 깊게했다는 얘기다.

특히 한 장관은 "몸으로라도 막자"고 주장하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통령과 내각 간의 극단적 대립은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과 무지 무모함의 리더십이 심각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발동은 이미 정치권과 국민 사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로 계엄령은 철회됐지만, 내각 총사퇴와 대통령 퇴진 요구가 이어지면서 정국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결국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4일 민주당 등 야 6당에 의해 발의된 상태다. 윤 대통령의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 여부를 떠나 이미 탄핵의 주사위는 던져진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자 보좌진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막아내고 있다. 2024.12.04./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자 보좌진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막아내고 있다. 2024.12.04./뉴시스

계엄령 발표와 군 동원 논란…박선원 의원, "불법적 쿠데타 증거 확보"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배경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4일 기자회견을 통해 "707특임단, 제1·3공수특전여단, 군사경찰특임대(SDT)가 국회에 불법적으로 투입되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박 의원은 이를 "불법적인 친위 쿠데타의 실행"으로 규정하며, 군 동원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졌음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707특임단이 이미 2일부터 출동 대기 명령을 받고 외부훈련과 전술평가를 모두 취소한 상태였다"고 밝히며, "계엄령 발표 직후 실탄 지급이 이루어졌고, 저격수 배치와 군사 장비 운용까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1공수특전여단은 국회 외곽 경계를, 제3공수특전여단은 과천 B-1 벙커 경계를 맡았으며, 특전사 항공단은 병력 수송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군사경찰특임대(SDT)는 요인 체포조로 운영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군 병력의 동원 목적과 명령 체계의 불법성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3일 밤 10시 30분 계엄령이 선포된 이후, 707특임단이 국회 본청에 진입해 본회의 해산과 요인 체포를 시도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계엄군은 국회 외곽과 내부를 봉쇄하며,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헌법 기관으로서의 국회의 기능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이는 국헌 문란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군 내부에서 여러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언급하며, "계엄령이 발표된 시점부터 군 내부에서 체계적인 준비와 명령 하달이 이루어진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특수부대가 동원되고 실탄이 지급된 것은 단순한 훈련 수준을 넘어선 군사적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비상계엄을 현장에서 직접 실행에 옮긴 인물로 육군사관학교 출신 '4인방'이 거명된다.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육사 38기)을 필두로 계엄사령관을 맡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46기), 소속 부대에서 계엄군 병력을 동원한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47기)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48기) 등이다.

이 중 박안수 총장을 제외하곤 이른바 '충암파'라 불리는 윤 대통령의 출신 고등학교인 충암고 출신들이다. 여기에 같은 충암고 출신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포함, 그동안 민주당 등에서 이들을 중심으로 계엄설을 통한 정권 위기 탈출설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상태다. 이번에 딱 들어맞는 결과가 드러난 셈이다.

박 의원의 발표는 계엄령을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과 군사적 동원 행위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우려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계엄령 발동의 정당성과 군 동원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특단의 대책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윤석열 한 사람의 불통과 무지하고 무모한 판단과 충암파 군인들로 인해 국민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탄식하는 혼돈의 대한민국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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