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플라스틱 협약 11월 25일 개막식 기자간담회 / 사진=뉴시스
부산 플라스틱 협약 11월 25일 개막식 기자간담회 / 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이수진 에디터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 성안에 실패하며 내년 추가 협상을 예고했다. 국제사회는 협약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국가 간 이견과 주최국 한국의 미흡한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INC-5 마지막 본회의 / 사진=WWF
INC-5 마지막 본회의 / 사진=WWF

◆ 부산 플라스틱 협약 회의, 성안 실패… 2025년 추가 협상 이어간다

지난달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한 협약 성안에 이르지 못하고 폐회했다. 

이번 회의는 당초 1일 종료 예정이었으나 마지막까지 치열한 논의가 이어지며 2일 새벽 3시까지 진행됐지만 국가 간 이견으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국제사회는 2022년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올해 말까지 성안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이후 2년간 네 차례 협상을 거쳐 이번 부산 회의가 마지막 논의 자리로 마련됐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도 플라스틱 생산 감축, 유해 화학물질 규제, 재정 메커니즘 등 주요 쟁점을 두고 첨예한 갈등이 지속됐다.

INC 의장은 협상 중 다섯 차례에 걸쳐 수정된 제안문을 제출하며 논의를 이끌었다. 

최종 제안문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두고 △논의를 배제하는 옵션 △글로벌 감축 목표 설정을 포함하는 옵션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산유국들은 생산 감축 논의 자체를 격렬히 반대하며 합의가 무산됐다.

콜롬비아, EU, 피지 등 다수의 국가는 협상 지연과 느린 진전에 대해 실망감을 표명했으며, 반면 러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모든 회원국의 견해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플라스틱 제품 디자인, 폐기물 관리, 협약 이행 방안 등 일부 분야에서는 상당한 의견 수렴이 이뤄졌다. 이를 바탕으로 INC 회원국들은 2025년에 추가 협상회의(INC-5.2)를 열어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김완섭(왼쪽) 환경부 장관이 1일 부산 벡스코에서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Luis Vayas Valdivieso) 플라스틱 오염 국제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 의장을 만나 협약 성안을 위해 힘들더라도 마지막으로 속도를 붙일 시점이라며 협약 성안을 위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 사진=환경부
김완섭(왼쪽) 환경부 장관이 1일 부산 벡스코에서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Luis Vayas Valdivieso) 플라스틱 오염 국제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 의장을 만나 협약 성안을 위해 힘들더라도 마지막으로 속도를 붙일 시점이라며 협약 성안을 위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 사진=환경부

주최국 대한민국은 협상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제품 설계에 관한 일반적 기준과 국가별 자율적 조치를 병행하는 절충안을 제시하며 국제사회의 의견을 조율하려 노력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역시 주요국 대표들과 면담을 통해 협약의 조속한 성안을 촉구했다.

조 장관은 폐회식에서 "70장이 넘던 협약 문안을 20여 장으로 줄이며 실질적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협력과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 플라스틱 오염 대응 협약이 성안되기를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 추가 협상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 기여할 것을 약속했다. 

11월 28일 오후 부산 벡스코 제1전시관 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과 지구의벗(Friends of the Earth)은 '플라스틱 오염과 인권에 관한 유엔 전문가 성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뉴시스
11월 28일 오후 부산 벡스코 제1전시관 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과 지구의벗(Friends of the Earth)은 '플라스틱 오염과 인권에 관한 유엔 전문가 성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뉴시스

◆ 주최국 한국 책임론 제기 및  국가 간 첨예한 대립..."국제사회 기대 저버렸다."

그러나 주최국인 한국에 대한 비판도 강도높게 이어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회의 초기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나, 이후 장관급의 부재와 소극적인 태도로 국제사회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회의는 협약 성안을 위한 중요한 자리였지만, 한국 정부는 명확하고 야심 찬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현장의 운영 문제까지 지적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녹색연합 역시 "생산 감축과 재정 메커니즘 등 주요 쟁점에서 의견 차가 커 내년 추가 협상에서도 성안 가능성이 낮다"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린피스의 김나라 캠페이너는 "한국은 개최국으로서 강력한 협약을 지지할 위치에 있었지만,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 연대체인 플뿌리연대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회의 막바지에 여러 국가의 장관들이 부산에 도착해 협상에 참여했지만, 한국은 이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번 회의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결의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 성안을 목표로 한 마지막 자리였다. 

그러나 플라스틱 생산 감축, 유해 화학물질 규제, 재정 메커니즘 마련 등을 두고 국가 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그린피스의 그레이엄 포브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소수 국가와 화석연료·석유화학 업계가 대다수 국가의 노력을 가로막았다"며, "정부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방치하면 그 대가는 결국 우리 모두가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협상 결과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생산 규제 반대 세력에 굴복한 참담한 결과"라고 평가하며, 강력한 협약을 이루지 못한 점을 비판했다.

국제사회는 내년에 추가 협상을 열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현재와 같은 국가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성안이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NGO 공동 기자회견 / 사진=WWF
NGO 공동 기자회견 / 사진=WWF

◆ WWF, 플라스틱 협약 합의 실패 '유감'…"강력한 조치로 오염 종식해야"

지난 2일 종료된 INC-5 회의에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협약 성안에 실패한 것에 대해 WWF(세계자연기금)도 깊은 유감을 표했다. 

에이릭 린데뷔에르그 WWF 글로벌 플라스틱 정책 책임자는 "부산에서의 일주일간의 협상은 각국 정부가 심각해져 가는 플라스틱 위기에 실질적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종료됐다"며, "소수 국가와 화석연료 및 석유화학 업계의 방해로 대다수 국가의 노력이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WWF는 플라스틱 오염 피해가 가장 심각한 국가들이 규제되지 않은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로 이익을 얻는 국가들에 의해 해결책을 모색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비판하며, "법적 구속력을 갖춘 의미 있는 협약을 위한 '의지가 있는 국가 간 협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WF는 내년에 열릴 추가 협상회의(INC-5.2)에서 △유해 플라스틱 및 화학물질의 금지 및 단계적 퇴출 △글로벌 제품 설계 기준 마련 △탄탄한 재정 메커니즘 구축 △협약 이행과 강화 방안 등을 포함하는 협약이 조속히 성안되기를 촉구했다.

개최국이었던 한국 정부의 역할 부족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민혜 한국WWF 사무총장은 "한국은 INC-5를 시작하며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실제 협상에서는 강력한 입장을 취하지 못했다"며, "멕시코와 파나마가 제안한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 요구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사무총장은 "1000일 넘게 이어져 온 협약 논의가 부산 회의에서 결실을 맺기를 기대했지만, 실질적 진전 없이 결정을 유보한 채 마무리됐다"며, "내년 추가 협상에서는 한국 정부가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WWF는 이번 협약의 실패를 거울삼아 국제사회가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WF는 "플라스틱 오염 위기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의 삶을 위협하며, 이는 정부의 책임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WWF는 지난 1000일간 8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생산됐고, 이 중 3천만 톤 이상이 바다로 유출되며 심각한 환경 오염을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상태가 지속될 경우 플라스틱 생산량은 204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하고, 해양으로 유출되는 플라스틱 양도 세 배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협상 실패로 내년 열릴 추가 협상회의에 더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국가 간 이견을 좁히고 실질적인 협약 체결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WWF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 지구와 미래 세대를 위한 필수 과제"라며, 국제사회가 강력하고 구속력 있는 조치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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