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플뿌리연대'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이하 INC-5)가 시작 이틀째를 맞이한 가운데, 한국 정부의 회의 준비 미흡으로 협의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협약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자리에서 기본적인 회의장 준비 부족과 운영상의 문제들이 잇따라 드러나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개최국의 역할이 도마에 올랐다.
좁은 회의장, 대기 줄로 시작된 협약의 위기
27일 플뿌리연대에 따르면 지난 25일 시작된 INC-5는 약 4,000명의 참석이 예고되었으나, 협소한 회의장 탓에 일부 정부 대표단과 옵저버는 출입문 앞에 서 있거나 바닥에 앉아야만 했다. 일부 세션에서는 옵저버 중 단 5-60명만 입장이 허용되었으며, 회의장에 들어간 이들조차 장시간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등 비상식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시민사회단체들은 UNEP(유엔환경계획)와 한국 정부에 회의장 확장을 요구했으나, 양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옵저버 참여 제한은 국제 협약의 투명성과 포용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옵저버의 주요 역할인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전달하는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장애와 일회용품… ‘IT 강국’ 명성 무색
회의장 내 무선 인터넷마저 원활하지 않아, 종이 없는 회의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참석자들은 끊기는 인터넷 연결로 자료를 확인하거나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또한, 한국 정부는 다회용품 사용 확대를 홍보해왔으나, 정작 회의장에는 플라스틱 코팅된 일회용품이 제공되며 이중적인 모습도 지적받고 있다. 플뿌리연대는 "국제적 의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환경 정책에 역행하는 행태는 개최국의 책임감을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최악의 INC"라는 비판 속 빠른 대책 요구
시민사회단체와 옵저버들은 이번 INC-5를 "최악의 협상위원회"라고 혹평하며, 회의장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 협약의 마지막 회의인 INC-5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지, 개최국 한국의 빠른 대처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플뿌리 연대는 "한국 정부는 개최국으로서 회의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준비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의무를 지키지 못해 전세계에서 참석한 옵저버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어 안타깝다."며 "놀이동산 같이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점, 한번 회의장을 나가면 두 번 다시 입장이 안돼 화장실도 못가는 점 등 회의 참여 제한은 모두 부족한 준비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회의 참석이 제한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빠르게 장내 정돈 및 개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플뿌리연대에는 그린피스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녹색연합 동아시아바다공동체오션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서울환경연합 알맹상점 여성환경연대 자원순환사회연대 자원순환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 BFFP GAIA RELOOP 등이 참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