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싱가포르 국빈방문 및 한-아세안회의 참석을 위해 순방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필리핀·싱가포르 국빈방문 및 한-아세안회의 참석을 위해 순방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건희특검법으로는 3번 째, 모든 거부권 행사를 더하면 25번 째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요구안'(김 여사 특검법)을 재가했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세번째 '김건희 특검법'의 수정안은 수사 대상을 기존 14개에서 2개(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명태균씨 관련 의혹)로 축소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신 기존 특검법에 있던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은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또한 야당은 대법원장이 추천한 4명이 모두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도 갖도록 했다. 민주당이 이제껏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한 부분을 줄여 수정한 것이다.

앞서 한덕수 국무 총리는 이날 오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위헌성이 조금도 해소되지 않은 특검법안을 또다시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이 매우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김 여사 특검법 재의요구 안건을 의결했다.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다음 날부터 15일 이내인 오는 29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윤 대통령은 곧바로 거부권 재가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제 처가 악마화됐다"라거나 김건희 특거검법에 대해선 "정치선동"이라고 정의하며 부인을 강하게 두둔하며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김건희특검법 거부권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김건희특검법 거부권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정상이 아니다"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을 찾아 항의 규탄 대회를 열었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반 동안 총 스물다섯 번째 거부권, 김건희 특검법만 세 번째 거부권"이라며 "이승만을 그리도 칭송하더니, 결국 이승만의 비참한 전철을 밟을 생각이냐"라고 물었다.

그는 "뻔뻔하고 가증스럽다"며 "역대 대통령 가운데 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특검이나 검찰 수사를, 거부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 유일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양심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수사를 받겠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민에게 개사과나 던지고 거짓말 골프나 치러 다니는 대통령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13일 국회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야 5당 의원 40여명이 참여한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가 공식 출범했다. 2024.11.13/사진=조은결 기자
13일 국회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야 5당 의원 40여명이 참여한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가 공식 출범했다. 2024.11.13/사진=조은결 기자

야5당 의원 단체인 '윤석열탄핵국회의원연대(탄핵연대)' 또한 "윤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내겠다"고 압박하며 규탄했다. 

이들은 회견문 낭독에서 "이제 결단해야 할 때"라며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남은 것은 특검을 통해 모든 진실을 드러내고 윤 정권의 임기를 하루 빨리 끝내는 것 뿐"이라며 "대통령이 스스로 해결할 생각이 없으니 국회가 나서서 국정농단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탄핵은 도도한 흐름이 됐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심의 파도를 피할 수 있는 정권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까지 야5당 의원 47명이 탄핵연대에 가입했다.

22대 국회 전경 2024.06.21/사진=조은결 기자
22대 국회 전경 2024.06.21/사진=조은결 기자

국회는 이르면 28일, 또는 내달 초순 본회의에서 세번째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할 예정이다.

재표결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된다. 국민의힘 의석수 108석 중 8석이 이탈할 경우 가결될 수 있다. 지난 두 번째 재표결에서 이탈 4표가 발생한 바 있다. 여당은 아직까지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재표결에서도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민주당의 연이은 녹취록 공개와 언론 보도로 윤석열 정부의 공천 과정 및 의사 결정의 투명성이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여권 내부 결속력에도 균열이 생길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민주당과 야5당 의원들은 탄핵 및 임기단축 개헌 추진 의사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어, 향후 정치권의 긴장이 한층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특검과 탄핵을 동시에 추진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방침이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