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3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말로 김건희 특검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한동훈표 법안을) 발의하라"고 요구하며 한동훈 대표가 발의한 특검법에 논의해보겠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와 한동훈 대표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그 틈을 비집고 여당의 이탈표를 잡겠다는 심산으로 평가된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한 대표가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과 함께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하면 거기에 대해 논의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한민수 대변인은 "한 대표가 과거 제3자 추천 채해병 특검법을 얘기만 하고 발의는 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한 대표가 정말로 김건희 특검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친한계 의원들과 함께 (한동훈표 법안을) 발의하라"고 촉구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특검법의 수정안을 협상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민국 검사들이 (김 여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는 것을 보고 '그렇게 용기있는 분들은 아니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한 대표가 제3(자 추천안)이 아니라 제4라도 좀 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그 부분(제3자 추천안)은 이미 민주당이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라며 "한 번 논의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한 대표가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상당히 수모를 당했다고 생각한다."라며 "한 대표가 김 여사 특검과 관련해서는 지난번처럼 반대를 아주 적극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스탠스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제껏 이렇다 할 표결전략 없이 특검법을 밀어붙여 매번 폐기를 당한 민주당은 국민들에게도 "피로감을 안긴다"라는 질타를 받아온 바 있다. 하지만 외줄타기하 듯 아슬아슬했던 한-윤 갈등이 지난 21일 면담을 통해 터지며 친한계를 공략해 여당 의원 이탈 8표를 잡아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 셈이다.
민주당은 당분간 양당 대표 회담·김건희 특검법 표결 등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특검 수용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친한계 또한 '이탈표' 가능성을 거론하며 용산 대통령실을 압박하고 있다.
앞서 한동훈과 친한계는 용산을 향해 "특검법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윤-한 면담에서 한 대표가 제안한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규명 절차에 적극 협조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맹탕 면담'으로 인한 윤-한 갈등에 한 대표와 친한계가 특검법 논의에서 새로운 행보를 보일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3일 SBS 라디오에 나와 "민심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걸 부인할 수 없기에 대통령실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다면 굉장히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암시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MBC 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채상병 문제 때 제3자 특검법을 이야기 했듯이 이 문제도 제3자 (추천) 특검이라는 해법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여야 대표 간 2차 회담을 약속하며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양당 대표의 2차 회담은 이르면 이달 말이나 11월 초에 이뤄질 전망이다. 한동훈 대표와 윤석열 정부의 갈등 속에서 친한계는 어떤 선택을 할지, 그리고 그 선택이 정국에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향후 특검법 표결이 진행될 경우, 민주당은 여당 내 갈등을 파고 들어 표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