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겨레신문 본사에서 '제22회 사회적경제 포럼: 유엔 세계 협동조합의 해, 협동조합에서 더불어 성장하기'가 개최됐다. 2024.07.02/사진=조은결 기자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지난 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겨레신문 본사에서 '제22회 사회적경제 포럼: 유엔 세계 협동조합의 해, 협동조합에서 더불어 성장하기'가 개최됐다.

앞서 국제연합(UN)은 지난해 제78차 유엔총회 제47차 전체회의에서 2025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한다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결의안을 채택했다.

해당 결의안은 세계 협동조합의 해 선포를 통해 유엔을 비롯해 모든 이해관계자와 회원국이 협동조합을 활성화하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과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발전을 위한 협동조합의 기여를 알리길 촉구하고 있다.

이에 제22회 사회적경제 포럼은 협동조합은 변화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문성과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먼저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축사에 나섰다.

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겨레신문 본사에서 '제22회 사회적경제 포럼: 유엔 세계 협동조합의 해, 협동조합에서 더불어 성장하기' 축사를 진행하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2024.07.02/사진=조은결 기자

용혜인 대표는 "첫 번째 세계협동조합의 해였던 2012년, 한국에서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됐다"며 "13년 만에 UN이 다시 '협동조합의 해'를 지정한 것은 이 위기의 시대에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경제 역할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용 대표는 현 정부의 사회적 경제 예산 삭감과 그에 따른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하루 아침에 사회적 경제 관련 예산들을 대폭 삭감하고 15년 넘게 이어오던 정책의 흐름을 완전히 꺾어 버렸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제사회 흐름과 정반대의 방향이며 우리 사회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용 대표는 "현장에서 고군분투가 아니라 협동 분투를 하시는 사회적 경제인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국회의원 국가의 활성화를 위해 동료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겨레신문 본사에서 '제22회 사회적경제 포럼: 유엔 세계 협동조합의 해, 협동조합에서 더불어 성장하기' 축사를 진행하는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2024.07.02/사진=조은결 기자
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겨레신문 본사에서 '제22회 사회적경제 포럼: 유엔 세계 협동조합의 해, 협동조합에서 더불어 성장하기' 축사를 진행하는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2024.07.02/사진=조은결 기자

천하람 원내대표는 "앞으로의 10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다양성"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천 원내대표는 "그간 한국은 전체주의적으로 개개인의 다름과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상태로 흘러왔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경제와 사회도 많이 선진화됐고 다양한 가치나 다양성이라고 하는 것이 기존의 시장질서에선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사회에서 기존의 상업 사업자들이 충족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야 말로 큰 역학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 2025년 세계 협동조합의 해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성

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겨레신문 본사에서 '제22회 사회적경제 포럼: 유엔 세계 협동조합의 해, 협동조합에서 더불어 성장하기' 중 자료화면 2024.07.02/사진=조은결 기자
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겨레신문 본사에서 '제22회 사회적경제 포럼: 유엔 세계 협동조합의 해, 협동조합에서 더불어 성장하기' 중 자료화면 2024.07.02/사진=조은결 기자

첫 번째 발제엔 김형미 한국협동조합회 회장은 ICA-AP 사례를 중심으로 SDGs 달성을 위한 협동조합의 실천 방향성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협동조합이 SDGs 달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한 보고를 통해, 협동조합의 역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본의 레미콘 협동조합이 환경 부담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의 협동조합도 이러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해야 함을 제안했다.

이어 그는 2025년 세계 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한국 협동조합운동과 정부에게 △한국 협동조합이 국제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지향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자발적 국가 검토 보고서를 제출해 SDGs 달성에 대한 협동조합의 기여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협동조합 진영과 정부가 협력 협동조합의 임팩트 보고서와 대국민 인식 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 발제는 권오현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가 나섰다. 그는 '디지털 기술이 협동조합의 가치를 반영하고 실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며 디지털 기술이 협동조합 운영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제시했다.

권 이사는 협동조합의 민주적 운영과 관련된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협동조합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구성원들의 협력 기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협동조합 운영에 적합한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이사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데이터를 잘 축적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들이 세상에 없는 중요한 데이터들"이라며 이를 잘 정리하고 공개해 사회에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이사는 "인구소멸 지역의 어르신들이 어떻게 버스를 타야하는지, 버스가 언제 오는지 축적된 데이터가 없다. 비건식당도 마찬가지다"라며 "이 데이터를 누가 축적하고 공유할 수 있느냐, 여러분과 시민들이 할 수 있다"라고 전하며  협동조합이 데이터화된 정보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설명했다.

또 그는 협동조합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내부 구성원들의 신뢰를 쌓고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다양한 디지털 전환 사례를 소개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권 이사는 "협동조합이 디지털 공간과 기술을 통해 모두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디지털 기술을 협동조합 하듯이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 번째 발제로 장이수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가 나와 학교 협동조합의 중요성과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장이수 상임이사는 "학교 협동조합은 우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발전시키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매점이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학생들이 소통하고 공부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친환경 캠페인을 펼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학교 협동조합의 교육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면서 배울 수 있는 '러닝 바이 두잉'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민주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자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이사는 학교 협동조합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며 2023년 12월 31일자로 학교 협동조합 지원센터가 예산 부족으로 폐지된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17개 시도교육청과의 협의체를 통해 전국의 학생들에게 교육을 지원해왔지만 이제는 제한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학교 협동조합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학교 협동조합 육성에 관한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부족함에서 혁신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으며 함께 한다면 학교와 협동조합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용수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이 나서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생태계를 설명했다.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2013년 겨울, 16개의 사회적 경제 기업이 모여 처음 시작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자"라는 취지로 모임을 가졌으며 이후 점차 회원사들이 확대 현재는 69개의 기업과 약 6000명의 종사자가 참여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스페인의 노동자 협동조합인 '몬드라곤'을 지향하며 '광드라곤'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들은 △돌봄 △교육 △주거복지 △먹거리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박용수 이사장은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성공요인으로 △사회적경제기업의 필요와 욕구(생존의 문제)로 접근 △공통의 필요와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네트워크 조직 △정부의 정책보다 우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상호거래부터 시작 △정기적인 회의와 민주적인 협력 체계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 △클러스터를 형성 산업성을 개발 이를 통해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 △네트워크 역량 강화로 지역문제 접근을 꼽았다.

◆ 협동조합의 현주소 어떤가? "규모화와 역량 강화 필요, 문제점은 '네트워크'"

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겨레신문 본사에서 '제22회 사회적경제 포럼: 유엔 세계 협동조합의 해, 협동조합에서 더불어 성장하기' 토론을 진행하고 다. 2024.07.02/사진=조은결 기자
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겨레신문 본사에서 '제22회 사회적경제 포럼: 유엔 세계 협동조합의 해, 협동조합에서 더불어 성장하기' 토론을 진행하고 다. 2024.07.02/사진=조은결 기자

협동조합의 역할과 발전 방향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위해, 앞서 발표한 발제자와  김대훈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 김선화 한국공종무역마을위원회 위원, 서재교 우리사회적경제연구소 소장, 안인숙 행복중심생협연합회 회장, 김홍길 경기도 사회적경제육성 과장이 협동조합의 현재 상황과 과제를 지적했다.

김대훈 사무총장과 김선화 위원은 협동조합이 규모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훈 사무총장은 "개별화된 협동조합을 생태계로 묶고 상호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선화 위원은 "많은 사람들이 협동조합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이 규모화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협동조합의 역량이 우선적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재교 소장은 시도별 SDGs 관련 사회조사 결과를 띄우며 광역단위별로 어떻게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했다. 안인숙 회장은 "리더십의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핵심"이라며  "협동조합이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체계나 구조가 더 열려져야 하며 네트워크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홍길 과장은 "코로나로 인해 협동조합의 운영 실태가 많이 떨어졌다"며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상담 및 지원은 실행했지만 운영에는 도움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평가와 조언이 필요하다"고 했다.

발제자, 토론자 그리고 참석한 이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점은 바로 협동조합 간의 네트워크였다. 

이에 박용수 이사장은 "네트워크는 헌신자가 없기 때문에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연합회를 생태계 자체라고 봐야 하는데 정부 제도를 중심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사무총장은 "앞으로 10년은 협동조합 운동의 근거가 되는 저수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며 "자조의 기본이 있을 때 지자체와 다른 협동조합과의 연대로 이어지지 않겠냐"고 답했다. 김선화 위원도 "사회적으로 현안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협동조합의 가시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겨레신문 본사에서 '제22회 사회적경제 포럼: 유엔 세계 협동조합의 해, 협동조합에서 더불어 성장하기' 슬로건 2024.07.02/사진=조은결 기자
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겨레신문 본사에서 '제22회 사회적경제 포럼: 유엔 세계 협동조합의 해, 협동조합에서 더불어 성장하기' 슬로건 2024.07.02/사진=조은결 기자

이번 포럼에서는 협동조합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과제들이 논의됐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됐다. 

협동조합이 앞으로의 도전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힘이 부족하지 않길 바라지만 애석하게도 현 정부는 사회적경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특히 협동조합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90% 삭감됐고, 사회적기업 예산도 약 60%가 줄어 든 상태다. 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이번 포럼에서 '협력'과 '연대' 즉 협동조합 간의 네트워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 같다.

예산 삭감 등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협동조합의 가치를 지키고자 애쓰는 이들의 "협동분투"가 더 나은 사회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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