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이화종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평택 유세 현장에서 "전 아직 정치한 지 100일도 안 됐기 때문에 거짓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며 "아직까지 그렇다. 앞으로는 제가 배워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동대문구 유세현장에서는 김준혁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은 연산군에 빗대 비판한 것을 언급하며 "김 후보 같은 사람을 그대로 유지할 거면 차라리 바바리맨을 국회로 보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일에는 충북 제천과 강원 원주 유세 중에 "누가 저한테 '옛날에 국민의힘 계열(정당)이 계속했던 것처럼 선거 막판에 큰절을 하자'고 했다"며 "범죄자와 싸우는 데 왜 큰절을 하느냐. 서서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달 31일에는 "쓰레기 같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준혁·양문석 (후보) 등이 말한 쓰레기 같은 말을 들어봐 달라"라고 말했다.
28일에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서 "정치 자체는 죄가 없다.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거친 말을 했다.
동아일보의 지난 2021년 4월 21일 게재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교수의 '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아이의거친 표현, 그 안을 들여다보면'을 살펴보면 한 위원장의 화법이 계속 거칠어지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오 교수는 "(거친 말을 하는) 아이들은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의외로 겁이나 두려움이 많다"라면서 "그런 아이들은 집이나 학교에서 자주 혼이 나거나 맞아서 마음 안에 분노나 적개심이 많은 경우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이는 당하지 않기 위해서 힘을 갖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알고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깡패, 악덕 사채업자, 살인자, 악당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하는 어떤 말이나 생각을 모두 좋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면의 표현을 적절하지 않게 할 때가 많다"라고 부연했다.

아이들의 사례를 한 위원장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학창시절 이후 쭉 검사생활만 해온 한 위원장에게 그때그때 태도와 말이 바뀌는 정치판은 범죄소굴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한 위원장이 보기에 옳지 않은 세력의 사람들에 대한 지지도가 더 우세한 것으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보면서 좌절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한 위원장은 지난 4일 "지금까지 총선 결과를 맞힌 여론조사는 사실상 없었다"라고도 말했다.
오 교수는 "우리는 아이가 쓴 단어 하나에 너무 당황한다. 그 단어에 사로잡혀서 자신의 당황을 표현할 뿐 아이에게 다가가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라면서 "결국 자신의 문제에 사로잡혀서 아이를 다뤄주지 못하는 것이다. 육아에서는 언제나 이것을 조심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아이를 잘 키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위기의 순간에나 자신의 정서적 안정감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용산이 아직 정치 신인인 한 위원장에게 너무 부담을 주고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