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칩과 아날로그 인생>
1.
1984년 KBS <스튜디오 830>이라는 아침방송에 출연하라는 얘기가 있었다. 당시 검정고시 합격자 몇을 불러 사연을 듣는 취지라고 들었으나 난 고민 끝에 포기했다. 가난을 과장, 포장해 시청자들의 동정을 사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보다는 카메라 공포증이 더 컸다. TV 방송국에 나간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콩닥거리고 하늘이 아득했다.
몇 해 전 <상 차리는 남자? 상남자!>를 출간했을 때도 몇 차례 연락이 왔으나 그때도 난 딱 잘라 거절해야 했다. “TV는 무서워서 못나갑니다.” 사실이다. 라디오만으로도 달달 떨다가 오는 놈이 TV라고? 무슨 망신을 당하려고?
2.
요즘 <유튜브>가 대세인가 보다. 주변에서도 이미 몇몇 동료 출판인들이 유튜브 토크쇼를 제작해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딸아이가 취직면접에 필요하다며, 자기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제작해 나한테 홍보를 부탁하기도 했다. 지나가는 말이겠지만 내게도 유튜브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있기는 했다. 중년 남성을 위한 간단한 요리프로그램이란다.
유튜브? 공중파 TV와 유튜브는 다른 개념인가? 유튜브 카메라 앞에서는 떨지 않고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제안한 사람 말마따나 조금 인기는 끌까? 그런데 그러다가 정말 인기라도 있으면 어쩌지?
고민 같지 않은 고민이 멈추는 지점이다. “그러다가 정말 인기가 있으면?”
에고 의미 없다. 밥 짓고 텃밭 가꾸는 트리플 A형, 무지렁이한테 인기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3.
겨우 가꾸어놓은 지금의 삶만 망가지고 마음만 어지러워지고 말 것이다.
그냥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맘 편히 살다 가자. 그게 행복이다. 디지털시대라도 디지털형 인간들만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4.
<감자칩>
감자를 수확하니 식단이 감자요리로 가득하다. 오늘은 특제 감자칩. 바삭해서 아이들도 잘 먹고 맥주 안주로도 제격이다. 소스는 캐첩도 좋지만 어니언소스와 더욱 잘 어울린다.
5.
<재료>
감자 큰 것 1개, 튀김가루 1/2컵, 파슬리가루 약간
6.
<조리법>
1. 감자를 깨끗이 씻은 뒤 채칼을 이용 얇게 썬다.
2. 10~20분 정도 찬물에 담가 전분을 뺀다.
3. 채에 걸러 물을 뺀 후 키친타월로 닦아 물기까지 제거한다.
4. 감자에 튀김가루와 파슬리가루를 고루 묻힌다. (그릇에 모두 넣고 뚜껑을 덮은 후 마구 흔들면 된다.)
5. 예열한 궁중팬에 기름을 5센티미터쯤 되게 붓고 160도 온도에서 감자가 누런 색이 될 때까지 1차로 튀긴다. 이때 감자를 모두 넣지 말고 두세 번에 걸쳐서 하면 기름을 절약할 수 있다.
6. 감자 튀김을 꺼내 채에 넣고 5분 정도 있다가 살짝 갈색이 될 때까지 다시 튀긴다. 2~3분 정도.
7. 어니언 소스에 찍어먹는다.
7.
<어니언소스 만들기>
1. 양파 1/2개를 강판에 간다.
2. 마요네이즈 2T, 다진마늘 1T, 식초 1/2T, 설탕 1/2, 소금 약간을 양파즙에 넣고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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