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밍어니언과 장마의 기억>

1.
장마철이다. 난 비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주룩주룩 큰비가 좋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내다보는 것도 좋아하고 빗소리를 들으며 일하는 것도 좋아한다. 
요즘 같으면 농막 데크에 앉아, 후두둑 하염없이 차양막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저 앞, 벼 익어가는 논에서 백로, 왜가리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싶다. 

장마에 대한 내 최초의 기억은 홍수였다. 경기도 양주군에 살던 시절 큰 비가 내려, 신천이 넘치고 집과 소와 돼지가 떠내려갔다. 그리고 옆집 사람이 물에 빠져죽었다. 
물에 퉁퉁 부은 시체를 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다. 시체보다 가족들이 오열하는 울음소리가 기억에 오래 남아 지금도 큰비만 내리면 그때의 흙탕물과 울음소리가 뇌리에 선하다. 

2.
두 번째는 아버지의 뒷모습이다. 열일곱 살에 집을 가출한 후 진주와 부산을 전전하며 인쇄 일을 하다 서울로 올라와 신촌의 어느 인쇄소에 자리 잡았을 때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아버지가 인쇄소 문을 열고 들어섰다. 
군 입대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니 4~5년 만일 것이다. 장맛비가 한창일 때라 아버지 손에는 비닐우산이 하나 들려 있었다.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다 잊었지만, 다방에서 나와 우산을 펴고 돌아서는 아버지 모습은 지금도 또렷하다. 이 얘기는 전에 한 번 한 적이 있다. 

3.
세 번째는 오로지 장맛비만 기억에 남는다. 초등학교 3학년, 집에 돌아오다가 갑자기 큰비를 만났다. 친구와 함께였는데 그 아이 이름도 기억난다. 기평서, 덩치가 나보다 두 배는 큰 아이였다. 
평서와 나는 비를 피해 달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그 비를 온전히 맞기로 했다. 금호동 학교에서 응봉동 산동네 집에 가는 길은 사람도 차도 없었다. 
우리는 도로 한가운데를 걸으며 비를 맞고 또 맞았다. 거리낌 없이 폭우에 온몸을 내맡겼다. 내 평생 그렇게 비를 많이 맞은 것도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장마철이 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기도 하다. 

4.
일기예보에 비소식이 있어도 밖에 나갈 때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난 지금도 우산을 챙기지 않는다. 아내가 뭐라고 해도 그때뿐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처럼 우연히 길에서 큰비를 만나고 싶어서일까?
마른장마라는데. 사람들이 다치지 않는 비나 좀 더 오면 좋겠구만. 

5.
<블루밍어니언>
양파 값이 폭락이라 여기저기 밭을 갈아엎는다는 소식이 들린다. 
필요는 없지만 20킬로그램을 농가에서 직접구입했더니 양파 크기가 아기 머리만 하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블루밍어니언에 도전해보았다. 

6.
<재료>
양파 큰 것. 튀김가루, 빵가루, 계란물(계란 하나 + 우유 반컵). 소스(마요네이즈 2T, 다진마늘 1T, 식초 1/2T)

7.
<조리법>
1. 양파껍질을 벗기고 뿌리쪽은 살짝, 위쪽은 넓게 잘라낸다. (아린 맛이 싫으면 찬물에 20분가량 담아놓는다.)
2. 양파를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16조각으로 자른다. 이때 밑둥은 살려야 하므로 젓가락 등으로 받치는 게 좋다. 
3. 자른 부분을 손으로 조금씩 떼어놓는다. 
4. 튀김가루를 속까지 골고루 바르고 계란물에 담근다. 이 과정을 두세 번 거듭한다. 
5. 빵가루를 골고루 바른다. 
6. 예열한 에어프라이어 180도에 20분 정도 돌린다. (이 때 15분 정도 먼저 한 다음 상태를 보아 시간을 늘일 필요가 있다. 에어프라이어가 없으면 후라이팬으로 조리해도 된다.)
7. 소스에 찍어먹는다. (소스는 케첩 등 일반 소스도 상관없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