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생채와 번역의 미래>
1.
8년간 해오던 번역 강의를 그만두기로 했다.
언제부턴가 수강생 모집이 힘들어지면서 담당자가 힘들어하고 미안해하는 모습이 제일 마음에 걸렸다.
별로 수입도 되지 않는 강의를 이끌어 온 것은 번역가 지망생들에게, 번역계에 도움이 된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는데 이제 그마저 자신이 없다.
특별한 전문직임에도 당당히 권하지 못하는 건, 돈벌이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번역을 자본주의 논리에 맡기다 보니 출판산업의 부진과 함께 번역료 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수입이 적으니 인재가 등을 돌리고 당연히 번역의 품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2.
인공지능 번역기에 대한 오해도 한몫을 한다.
AI가 번역을 하면 번역가는 필요 없게 된다는 생각이겠지만 AI 번역기의 탄생을 위해서도 능력 있는 번역가는 더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로서는 AI 제작에 필요한 번역 기준도 마련되지 않고, 번역 데이터도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번역이 이렇게 외면 받는 상황이라면 번역기가 등장하기도 전에 유능한 번역가가 멸종하고 말 것이다.
르네상스는 번역을 통해 가능해졌다.
답답한 기독교 문화에 라틴 문화를 번역 수입하면서 “인문 중심” 문화가 꽃을 핀 것이다.
일본은 메이지 시대부터 국가가 번역에 관심을 갖고 국가 산업으로 육성했다.
우리나라는 애초에 관심 자체가 없다.
우석대학교의 박상익 교수는 국가가 번역청을 설립해서라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저런 문제가 있지만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전제에는 나도 찬성이다.
번역은 누가 뭐래도 문명과 문화의 첨병이다. 번역이 없으면 문명, 문화의 수입도 없다.
언제까지 번역의 멸종을 지켜보고만 있을 생각인가?
3.
<무생채>
가을은 무가 맛있는 계절이다. 무는 최고의 요리재료이지만 무생채만큼 쉬우면서도 맛난 반찬도 없는 듯하다. 특히 무생채에 밥을 비벼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4.
<재료>
무 1kg. 양념(고추가루 4~5T, 설탕 1T, 매실청 2T, 마늘 1T, 다진 대파 1줌)
5.
<조리법>
1. 무는 채칼로 가늘게 썬 다음 소금 2T를 넣고 20~30분 절인다.
2. 절인 무는 채반에 넣고 5분 정도 물을 뺀다.
3. 무채를 그릇에 담고 양념을 넣은 다음 잘 버무린다.
4. 마지막으로 통깨를 넣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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