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자 조영학의 집밥이야기] 간장게장과 전문직으로서 살림
[상남자 조영학의 집밥이야기] 간장게장과 전문직으로서 살림
  • 이로운넷=조영학
  • 승인 2019.10.0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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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과 전문직으로서 살림> 

1.
살림은 전문직이다.
오래 전 아내한테 살림을 빼앗을 때만 해 살림은 요리와 청소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정작 부엌에 들어가 보니 요리는 세부항목이 500개가 넘고 각 항목마다 시행세칙이 5000개씩 붙어 있었다.
청소도 마찬가지다. 집을 청소하는 건 기본이다. 주방 환풍기 세척, 화장실 청소, 분리수거, 음식물 처리, 정수기 필터 교체 등등. 
방법과 시기와 도구가 다른 일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요리는 아예 상상을 불허했다. 음식마다 육수 종류가 다르고, 재료 속성을 살펴 조리에 투여하는 시간이 다르고, 계절마다 식재료 보관 방법도 달랐다. 
짜장면 맛을 내기 위해 50번 이상 시행착오를 겪었다. 우리 집 전기밥솥으로 백숙을 하려면 찜기능에 35분을 돌려야 식구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무수한 실수가 있었다. 
벌써 20년 가까이 음식을 만들었건만 난 여전히 김치찌개 맛 하나 낼 자신이 없다. 

2.
부엌에 들어가고 몇 년이 지난 후 난 번역을 잘하는 것과 음식을 잘하는 일이 병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음식 맛을 제대로 내려면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하건만 번역만 해도 늘 시간과 노력이 부족했다. 
결국 선택의 순간이 왔다. 난 아내와 상의해 번역 일을 크게 줄이고 음식 맛을 내는데 더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살림하는 사람은 어느 일류음식점의 전문요리사보다 더 전문적이다. 
그 사람들이야 자신 있는 두어 가지에 집중하면 되지만, 우리는 500가지 요리와 250가지 청소 모두에 능통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야 싸움과 거짓말만 잘하면 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생명을 유지하고 가족에게 기운을 불어넣는 일이다. 
내가 부엌데기를 줄인 뜻의 “붥덱”을 별명으로 택한 것도 이 세상 그 어느 직업보다 위대한 전문직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느 멍청한 국회의원이 이런 전문가들을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이라고 비하했다던가?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
이 일도 남자들이 했다면 이미 오래 전에 최고의 전문직 취급을 받지않았을까?

3.
<간장게장>
간장게장은 가정에서 만들기 어려운 요리다. 나도 여러 번 해봤지만 전문점의 맛에는 늘 한참 못미친다. 그래도 서민이 음식점을 찾기엔 부담스러운 가격, 이렇게라도 입맛을 달랠 수밖에. 

4.
<재료>
꽃게 다섯 마리. 레몬 1개, 청양건고추 5개
담금장 재료(간장 4컵, 양파 1개, 다시마 육수 5컵, 대파 1대,  생강 1T, 마늘 3~4쪽, 건고추 3개, 소주 반컵) 

5.
<조리법>
1. 게는 뾰족한 곳과 아가미 등 필요없는 곳을 잘라내고 솔로 문질러 닦는다. 
2. 냄비에 담금장 재료를 넣고 중불에 15분쯤 끓인 후 식힌다. 
3. 게를 용기에 담고 간장물을 붓는다. 이때, 레몬, 청양건고추, 생강, 마늘 등을 함께 넣으면 좋다. 
4. 2~3일 후 간장물을 따라내어 다시 한 번 끓인 후 식혀 다시 게에 붓는다.
5. 이틀 후 게를 간장과 분리해 냉동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해동해 먹는다. 

6.
<Tip>
꽃게와 간장물을 분리하지 않을 경우 게 살이 녹아 흐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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