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A 쇼케이스는 성균관대 캠퍼스타운 사무국, MTA 코리아, 아쇼카 한국의 주최로 열렸다.

"저희는 사회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해보려는 취지로 모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취지를 가진 팀은 이미 많죠. 저희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만큼 '팀 빌딩'에 집중한다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SeTA' 프로그램 쇼케이스 행사에서 소개를 맡은 '문'의 말이다.

SeTA는 'Social Entrepreneur Team Academy'의 준말로, 6개월 동안 팀 활동을 통해 비즈니스로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지하 1층에서는 '체인지메이커스'라는 공간 이름에 걸맞게 SeTA의 체인지메이커들이 모였다. 5기 SeTA 구성원들은 5개월 동안 걸어온 대장정을 공유했다. 

약 30여 명의 청년이 준비한 행사는 왁자지껄했다. 콘셉트는 '이상한 나라.' 진행 요원이었던 '다니'는 "주변 사람들은 우리가 당장은 쓸모 없어 보이는 이상(異常)한 일을 한다고 생각할 지 몰라도, 우리는 이상(理想)에 가까이 한발짝 걸어나간다"고 설명했다. 여기저기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문구와 그림 등이 걸려있었다.

MTA 교육방법론 접목...핵심은 '팀'

쇼케이스 방문객이 SeTA 팀원들의 활동을 나열한 보드를 들여다보고 있다. 

SeTA 운영 방식은 MTA(Mondragon Team Academy) 교육방법론에 기반을 둔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규모가 성장하면서 관료화되기 시작하자, 이를 타파하기 위해 핀란드의 혁신적인 창업교육인 TA(Team Academy) 방식을 들였다.

TA에 몬드라곤 협동조합 정신을 녹여낸 게 MTA다. 학생, 교사, 교실이 따로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에 교사가 가르치는 방식을 벗어나 각자 경험을 공유하며 지식을 습득한다. 사람 가치를 중시하고 ‘팀’으로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다.

현재 MTA는 몬드라곤 대학교 경영대학 부속기관으로, 스페인에서는 정식 4년제 학위 과정으로 인정받는다. 'MTA 코리아'가 이 방식을 벤치마킹해 한국에 들여왔다. 2017년 하반기부터 MTA 코리아가 성균관대 기업가정신과 혁신센터와 협력해 SeTA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소셜 앙트레프러너를 꿈꾸는 청년들을 모았다.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하려는 인재상은 '팀프레너(팀+앙트레프레너)'다. 모든 일을 팀으로 학습해서 문제를 풀어내고 그 안에서 개인이 삶의 비전을 찾는 데 초점을 둔다. 그래서 비즈니스 모델 개발만 진행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 사이의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 TS(Training Session)를 진행한다.

5기 SeTA는 성향에 따라 'Joker'와 'Color dots'라는 '팀컴퍼니' 2개로 나뉘었는데, 'Joker'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즐겁게 해결하려는 사람들로, 'Color dots'는 다양한 색을 가진 개인이 조화롭게 살기를 추구하는 사람들로 뭉쳤다. 매주 팀컴퍼니끼리 모여 구성원 한 명이 제안하는 일을 함께 하는 게 TS다. 예를 들어 Color dots가 진행했던 '노란색 몽땅 TS'는 서로를 그려주는 활동이었다. 상대방을 오랜 시간 지그시 바라보며 더 친해지고 마음을 나누는 계기가 됐다.

SeTA를 이끄는 성균관대 경영학부 이원준 교수는 "SeTA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구성원들이 스스로 팀을 이끌어가는 것"이라며 "수평 관계를 이루기 위해 모두 닉네임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닉네임은 '제이콥'이다.

"학업과 병행하며 활동해야 했기 때문에 무척 정신이 없고 바빴지만, 정말 '팀'으로 협업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어 즐거웠어요!" -써니

"성과를 재촉하거나 수직적으로 교육하는 방식이 아니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라포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신디

 

예술·가족·환경·팀...이 시대 문제 진단하고 해결 방안 모색

이 두 팀컴퍼니는 각각 '예술,' '가족,' '친환경,' '팀'이라는 키워드로 사회 문제 해결 프로젝트 팀 4개씩을 만들어 진행했다. 각 팀컴퍼니에는 MTA 코리아 출신 전담 코치가 있어 프로젝트 주제나 이슈에 따른 맞춤 코칭을 지원했다. 행사 당일 SeTA 구성원들은 그동안 진행했던 사회 문제 해결 프로젝트의 선정 이유(Why)와, 현황,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발표하고, 각자의 부스를 열었다.

첫 발표를 맡은 '팀메이트'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많은 협업이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서 만든 프로젝트다. '갓' 팀장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누구랑 함께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팀원을 추천해주는 AI 기반 플랫폼을 구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쉽'은 팀메이트와 함께 '팀'이라는 키워드로 만들어졌다. 발표를 맡은 '알파카'는 "지나친 성과주의 혹은 친목으로 매몰된 청년들이 안타깝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여럿이 함께 모여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워크숍을 통해서 스스로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진다"고 말했다. 

'예술'로 모인 팀은 'ShorF'와 'Raonartisan(라온아티산)'이었다. ShorF의 '신디'는 "단편 영화가 상영회 이후 사라지는데 안타까움을 느껴 단편 영화를 대중화시키기 위해 모였다"며 "앱과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단편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플랫폼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ShorF는 단편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4편을 함께 보는 '무비나잇(movie nigth)'도 진행한다. 라온아티산은 신진예술가들이 겪는 문제에 공감하고, 이들이 장인으로 거듭나는 일을 돕는다. 신진예술가들이 낮은 임대료로 작업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카페가 딸린 '공유공방' 제작이 목표다. 

애니메이트 부스에서 진행한 캠페인. 견종을 구분짓지 말자는 취지다.

'비지베지'와 '애니메이트'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프로젝트다. 전자는 비건과 논비건(non-vegan)이 함께 쉬운 채식을 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였다. 소셜다이닝 '동네식구'를 진행해 혼자 비건 음식을 만들어먹기 어렵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비건 식사를 했다. 비지베지는 이날 행사의 케이터링도 담당했다. 애니메이트는 시기별로 유행하는 견종이 있다는데서 문제점을 느꼈다. 발표자 '문'은 "견종 유행 풍조 때문에 버려지는 개가 많아진다는 사실에 위기 의식을 가지고 개를 종류별로 나누려는 인식 자체를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굿즈를 판매해 모은 수익금을 동물보호소에 기부한다.

가족 관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기 위해 모인 팀도 있었다. '어머나 프로젝트'는 평생 자녀들만을 위해 살아온 이 시대의 엄마들에 초점을 뒀다. 엄마가 한 개인으로서 원하는 게 뭔지 알아보고, 모녀 혹은 모자 관계를 동반자로 나아가게 하는데 목적을 둔다. 최근에는 중부여성발전센터와의 협력을 이끌어냈으며, 엄마와 자녀 1박 여행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아빠의 별을 따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늘에 수놓고 싶은 평범한 자녀들'이 모인 팀이다. 한 가장이 아니라 사람으로 아빠를 대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팀 이름과 동일한 워크북을 제작했다. 아빠와 자녀가 소통하며 이야기를 담는 책이다.

이날 행사에는 SeTA 구성원을 포함해 HBM 협동조합경영연구소, 아쇼카 한국 등에서도 방문했다.

SeTA는 금주 내 1박 2일 일정으로 '360도 피드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는 시간을 끝으로, 반년 동안 했던 활동을 마무리한다. 이 중에는 활동이 끝나도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는 팀도 있다.

이 교수는 "참가자들이 진심으로 공감대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지냈기 때문에 바깥에서 다른 활동을 할 때도 여기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게 바로 SeTA가 키우는 '팀프레너'의 의미"라고 말했다.

사진. MTA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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