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도, 교사도 없다고? '딥슬립해볼과'에선 뭘 가르치는데?
교실도, 교사도 없다고? '딥슬립해볼과'에선 뭘 가르치는데?
  • 라현윤 기자
  • 승인 2018.09.0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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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 고민하는 MTA코리아·불광대학교·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정두수 꿈이룸학교 국장 "미래 준비 학교에서 안 되고 있어...4차산업혁명 교육혁신 대신 기술만 부각 아쉬움"

교육문제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난제 중 난제다. 한국사회에서는 더 그렇다. 
정두수 꿈이룸학교 기획국장은 “한 조사에 따르면, 교사 80% 이상은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학교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며 “앞으로 지식-능력-인성-메타러닝 등 새롭게 배워야 할 게 많지만 이러한 지식들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미래에 필요한 핵심 역량임에도 이러한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육 위기’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가 맞물리면서 몇 해 전부터 기술을 이용해 교육을 혁신하겠다는 에듀테크 기업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교육 혁신이라는 본래 목적보다는 새로운 기술만이 부각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기존의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대안교육을 고민하는 사회혁신조직들이 늘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시NPO지원센터가 마련한 ‘2018 비영리스타트업 네트워킹 포럼’에서 소개된 3개 조직들의 사례를 들어보았다.      

29일 서울시NPO지원센터가 마련한 ‘2018 비영리스타트업 네트워킹 포럼’
여행 같은 교육을 꿈꾸는 ‘MTA코리아’ 

“평범한 사람들이 팀을 이뤘을 때 큰일을 해낼 수 있다. 교육과 사회의 영역에서 평범한 개인들이 팀으로 모여 만들어내는 영향력은 다른 어떤 것보다 크다.”

스페인 몬드라곤대학교가 2007년 설립해 운영하는 MTA(Mondragon Team Academy)는 색다른 창업 교육 방식으로 세계에서 주목한다. 

MTA 교육의 특징은 학생, 교사, 교실이 따로 없다는 점이다. 기존에 교수가 가르치는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이를 지식으로 습득한다. 지식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표현하지 못할 뿐 누구나 스승이 될 자격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모든 과정은 팀으로만 진행된다. 대신 팀코치가 창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면서 기업가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원종호 MTA코리아 팀코치는 “팀 코치는 팀원들이 원활한 대화를 통해 공동의 경험을 지식으로 모아내는 걸 도와주는 산파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MTA코리아는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해있다. (사진출처: MTA코리아 페이스북)

MTA 교육의 핵심은 △Learning by Doing △Transform myself △Team preneurship △Learning journey 4가지다. 원 팀코치는 “MTA는 창업교육이지만 듣고 난 많은 분들이 소통·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되었다고 얘기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스페인뿐 아니라 미국, 인도, 페루 등 6개국에 11개 랩을 운영 중이다. 2015년 처음 성공회대학교 교육프로그램으로 도입된 이래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 아쇼카코리아를 비롯해 성균관대, 계원예술대학교 등과도 함께하고 있다.   

최근 MTA코리아는 9월부터 12월까지 총 11회에 걸친 팀프러너쉽 워크샵 참가자 모집에 나섰다.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는 ‘불광대학교’ 

누구나 강의를 개설하고 수업을 할 수 있는 대안교육 플랫폼 불광대학교에는 ‘가라오케 현대사학과’가 있다. 어떤 내용을 가르치는 수업일까? 정답은 가라오케에서 자주 불리는 노래를 통해 한국의 대중문화의 역사를 이해하는 수업이다. 불광대학교에는 이 외에도 '딥슬립해볼과',  '스피치 날개달과', '해외직구 시작할과' 등 기존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찾아보기 힘든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불광대학교를 운영하는 이두영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 소장은 “유튜브로 덕후 축제라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재밌었다”며 “누구에게나 이런 잠자고 있는 콘텐츠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의 ‘교육’이 ‘콘텐츠’라는 표현으로 바뀌면서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불광대학교는 지역 청년 누구나 강의를 열 수 있는 대안교육 플랫폼이다. 

‘지역사회 청년들이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정보 소통의 장’을 목표로 시작된 사업이기에 불광대학교에서는 자신만의 강의 콘텐츠를 보유한 청년이면 누구나 강좌 개설이 가능하다. 대신 개설한 교육 콘텐츠는 학과로, 개설자는 학과장으로 표현된다. 7~8월 두 달 동안 22개 수업이 진행됐고, 10-11월에도 40개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수업을 듣고 싶은 이들은 3개 강의를 선택한 후 직접 수강신청도 해야 한다. 강의 보증금은 3만원이지만 80% 이상 수강하면 되돌려 준다.  

이 소장은 “이미 노량진대학교라는 이름으로 140개 강좌를 진행한 바 있다”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이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거, 잘할 수 있는걸 가르치고 배우는 기회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존 대학교육의 한계를 넘어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2009년 한국예술종합대를 다닐 때였어요. 방학 때 빈 강의실을 대관해 대안 교양 강좌를 개최했는데 3년 간 진행한 강좌에 6천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어요.”

강정석 지식순환협동조합 사무국장이 동료 교수들과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대학 울타리를 벗어나 다른 교육의 가능성을 고민하기 위해 2015년 문을 연 곳이 바로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이다. 강 사무국장은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대학이 더 이상 진리의 상아탑이 아닌 것을 보며 기존 대학들이 안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대안적인 대학을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의 학예발표회 자료 (사진출처: 지식순환협동조합 페이스북) 

대안대학은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2년 대학 과정이다. 협동조합 방식의 대학이다 보니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 모두가 조합원으로 동등하게 참여하는 구조다. 전공에 제한받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찾아 수강하고, 졸업 후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설계해 발표한다. 

교과 과정도 ‘더 나은 삶, 인간답게 살기 위한 삶의 실천적 기술을 익히는 것’을 목표로 △노동-생태-여성 3가지 관점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패러다임 △민주주의 실천 △다른 학문 간 협력을 이룰 수 있는 통섭형 교육을 강조한다. 

강 사무국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오는 친구들도 있지만, 기존 대학을 다니다 그만두고 오거나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얻고자 오는 직장인들도 있다”며 “진정한 공부로 다시 배움의 기쁨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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