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리얼창업생존기' 창업팀들이 브랜드와 외식상품을 선보이는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高來[고: 래]’ 행사장.
방문한 사람들이 음식을 맛보고 있다.

“T.FI(Team Food Incubating Center, 이하 '티피')들이 5월부터 8월까지 333시간의 러닝(learning) 과정을 끝내고, 외식시장에 뛰어들기 전 선보이는 졸업발표회죠.”

문성환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이하 HBM)’ 이사의 얼굴이 제자들의 졸업발표회를 지켜보는 교수처럼 상기돼있다. 

지난 11일 헤이그라운드에서 이제껏 본 중 가장 달콤한 향이 나는 졸업발표회 ‘高來[고: 래]’가 열렸다. ‘높이 성장하여 멋진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뜻. 청년외식창업인큐베이팅 사업인 ‘팀(Team) 리얼창업생존기’가 배출하는 11개 브랜드 중 8개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 날 행사에서는 T.FI들이 그간의 준비 과정과 브랜드, 영업 모델을 소개하는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고, 각자의 상품을 소개하는 부스를 운영했다. 동대문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들, MTA(몬드라곤 팀 아카데미) KOREA 관계자들 등 150여 명이 헤이그라운드를 찾았다.

외식산업에 대한 관심이 그 언제보다 뜨거운 지금, 레드 오션(red ocean)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요리 뿐 아니라 회계, 경영, 마케팅 등 분야에서도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서울시와 동대문구청의 상향적·협력적 일자리창출 사업의 일환이다. 동대문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해피브릿지협동조합, HBM이 위탁운영하여 민관협력이 이루어졌다.

문 이사는 "외식사업은 어려운데 경험없는 청년들이 혼자 시작하기는 더 어렵다"며 '팀리얼창업생존기'를 소개했다. "이름대로 청년들이 혼자가 아닌 '팀'으로 실제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을 지원하는 ‘청년외식창업인큐베이팅’ 사업입니다."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은 ‘국수나무’와 ‘도쿄스테이크’ 등 브랜드를 보유한 외식 분야 전문가이자 선배 창업자이다. HBM은 이전에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외식 관련 청년협동조합창업지원사업과 동대문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창업지원사업 등 여러 청년 창업 지원 사업에서 교육을 맡아왔다고 한다.

전체 사업은 Learning, Doing, Flying의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러닝(Learning)단계에서는 전체적인 외식 시장에 대한 이해, 기업가 정신, 자신의 브랜드 개발에 필요한 교육을 받는다. 또, 개발한 프로토타입(prototype)을 실제로 플리마켓, 팝업스토어에서 테스트했다.  오늘 행사는 그 마지막 단계다.

"오늘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브랜드를 소개하는 자리죠. 남은 것은 시장에서의 ‘Doing’과 ‘Flying’입니다." 

아트·행복한 순간·직장인의 스트레스·굿즈·경력단절여성 연계...아이디어로 외식 아이템 차별화

사업에 실전 푸드&외식 창업을 목표로 참여한 청년들을 '티피'라고 한다. 이들이 4개월 간의 배움을 거치고 저마다의 ‘맛’으로 무장한 11개의 브랜드를 꾸렸다. 이들에게 브랜드와 상품 특징을 담아 한 마디 소개를 청했다. 

오늘밤 “‘나는 태생부터 뾰족뾰족했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있습니다. ‘당신의 빡침을 이곳에, 부숴먹는 케이크’ 등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디저트가 직장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Soylish “기존의 콩제품을 벗어나, 아주까리밤콩과 같이 다양한 종류의 콩과 비지를 활용해 비지볼, 비지스프레드, 비지바 등 새로운 식품을 만듭니다.”
“특색있는 전통주와 캐릭터 굿즈를 만날 수 있는 심야식당 심(心)술입니다.”
“‘복근’이라는 식품 브랜드와 ‘넥타르’라는 음료 브랜드로 활기찬 라이프스타일에 필요한 식문화를 제안합니다.” - Bu:ster
“돈까스 집에서 튀기지 마세요, 제가 튀길게요.” - 바로 튀긴 돈까스를 테이크아웃(take-out)할 수 있는 빠삭빠삭
Drinkit “작가의 그림을 티패키지에 담아서 차를 맛, 향, 색 3가지 면으로 즐기는 행복을 선사합니다.”
김이백은 경력단절여성이 원하는 시간에 지역 밀착형 푸드를 케이터링(catering)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입니다. 푸드클래스에서는 요리를 배우는 소비자가 되고, 지역에 필요한 케이터링을 할 때는 생산자가 되는 거죠.”
Divine Dew “상호명은 ‘신의 이슬’이라는 뜻으로 26살 청년 양봉꾼이 만드는 꿀로, 투명한 유통과정을 통해 원산지와 제조일자를 공개합니다. 생산과정을 비롯한 다양한 컨텐츠를 ‘내 나이 26’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있어요.”
“행복을 느낀 순간을 말씀해주시면 그 순간을 담은 디저트를 주문제작해드리기 때문에 ‘멜로우모먼트(달콤한 순간)’에요. 문구, 아이콘 등을 활용해 케이크를 디자인합니다.”
빛들식탁 “예비 외식 창업자와 휴무일의 음식점을 연결하여 팝업 음식점을 여는 공유경제형 중개 플랫폼입니다.”

'행복을 느꼈던 찰나의 순간'을 케이크에 커스터마이징해주는 '멜로우모먼트'.
'mellow_moment_official'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예시 작품을 볼 수 있다.
꿈을 요리하는 '몽조리'의 부타동

 

“양봉업하는 청년(Divine Dew)이 개발한 상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보인다.” (‘신나는조합’ 관계자)

“콘셉트가 독특하고 음식들이 모두 정갈하다. 외식창업을 처음 시도하는 팀들인데도 퀄리티가 높은 것 같다.” (‘아쇼카한국’ 관계자)”

“(김이백의 샌드위치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게 맛있다.” (‘시민나루’ 동대문구지역공동체미디어 관계자)” 

이 날 행사를 찾은 사람들의 음식 맛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직접 코멘트 뿐 아니라 부스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와 '티 블렌딩', '케이크 데코레이션 체험' 등 프로그램을 통해 의견 수렴이 이루어졌다. "음식은 확실히 맛있지만, 오늘 행사에서의 긍정적인 반응을 받아들일 때 음식가격이 낮게 책정된 것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시장에서는 더 높은 가격으로 내보일텐데, 시장이 어떤 반응일지 지켜봐야 한다"('신나는조합' 관계자)는 과제도 제시됐다.

MTA(Mondragon Team Academy) 교육방법·전문가 코칭과 동료 피드백 → 메뉴 개발·콘셉트 구체화

이 사업이 여타 창업 지원 사업과 다른 점은 ‘MTA’ 창업교육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MTA 방법론은 핀란드가 처음 시작한 후 스페인 몬드라곤대학이 받아들였는데, 1950년대 몬드라곤협동조합이 이 교육 방식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했고 2015년 스페인 10대 기업에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HBM이 지난해부터 MTA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MTA KOREA의 자료에 따르면, MTA는 사람의 가치를 중시하며 ‘팀’으로 함께 성장하는 것을 지향한다. 서로가 모두에게 경험을 공유하는 선생님이며, 교실 이외의 모든 곳을 시장으로 본다. 실제 시장에서 시도를 통해 경험하고 배우고자 한다. 또한 상위체의 컨트롤(control)을 통해 운영되기보다 스스로 조직(self organizing)한 팀을 추구한다. 

“청년 창업가들이 비즈니스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기초체력(전문성)과 기업가 정신을 연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MTA방식을 적용한 목적이다. (문 이사)

MTA 방법론을 통한 창업 준비는 어떤 효과가 있었을까. 이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은 ‘팀리얼창업생존기’ 과정 내 컨설팅과 동료 간 피드백이 메뉴 개발과 브랜드 콘셉트 구체화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꼽았다. 

“원래 담금주를 팔 계획이었는데 관련 법 때문에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다양한 현업 관계자들과 강사들의 코칭을 통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사업이 가능한 아이템인 전통주로 디벨롭하게 됐죠.” (심(心)술)

“메뉴 개발, 창업할 때 밟아야 할 절차적 준비 등에 가장 큰 도움이 됐어요. 여러 명의 강사님들과 1대 1 코칭을 받았던 게 유익했습니다.” (빠삭빠삭)

“'다쿠아치'라는 디저트를 판매하고 싶은데 크기가 너무 크고 다쿠아치 자체가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낮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모양을 마카롱처럼 바꿔서 크기를 줄이고 고객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게 했습니다. 컨설팅 뿐 아니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 동료들의 피드백이 좋은 아이템을 찾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멜로우모먼트) 

 

문성환 HBM 이사.

이러한 과정을 통해 창업 앞전에 와있는 티피들은 창업 이후에도 계속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문 이사는 "창업한 후에 창업 팀들과의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창업자들이 코치팀과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거나, 이미 존재하는 외식협동조합의 멤버쉽을 가지도록 해서 외식 시장에서 외롭게 사업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협업하는 네트워크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규 티피들도 육성된다. 청년외식창업인큐베이팅 사업은 올해에 그치지 않고 내년과 내후년에도 진행될 예정이다. T.FI  2기, 3기를 위한 인큐베이팅이 마련되는 것이다.

“It’s real time.”
이제는 실전이다. 팀리얼창업생존기 과정을 밟은 팀들의 다음 목표는 매장과 온라인스토어, 크라우드펀딩 등을 활용해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몇몇 팀들은 ‘경동시장 청년 몰’에 입주를 목표하고 있다. 경동시장 청년 몰은 중소기업청이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경동시장에 입주하는 청년들에게 1년 간 사업비 일부를 지원한다. 이후 창업 팀들의 소식은 페이스북의 ‘MTA KOREA’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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