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소외계층 없애려면 복지 차원 접근 필요"
"IT 소외계층 없애려면 복지 차원 접근 필요"
  • 이로운넷=김태은(가치나눔청년기자단2기),백선기책임에디터
  • 승인 2019.06.0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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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동준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
컴퓨터를 잘 못다루는 시민단체들에게 믿을 만한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
이직율이 높은 IT 종사자들…안정적인 노후 일자리 모색

고령자를 위한 무료 컴퓨터 교실 운영

이로운넷은 사회적경제안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가치나눔청년기자단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눈으로 바라본 생생한 사회적 경제 현장 속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한 시민단체에서 컴퓨터가 고장 나 유명 프랜차이즈업체에 수리를 맡겼다. 알고 보니 간단한 정비 건이었는데 전부 손봐야 한다며 컴퓨터를 들고 갔다. 컴퓨터부품은 중고로 갈아 끼워졌고 데이터는 몽땅 날아갔다.

인동준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가 들려준 황당한 이야기다. 소비자가 컴퓨터를 잘 모른다는 약점을 이용해 바가지를 씌운 것이다. 인 이사는 “IT종사자들이 생존하기 힘들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결국 개인은 물론 사회에 유익한 일을 하려는 시민단체에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자나 IT종사자 모두 서로에게 이로운 모델은 없을까. 이같은 필요성에 따라 결성된 것이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이하 IT사협)이다.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3층에 위치한 IT사협 사무실을 방문했다. 

 

인동준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
인동준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중장년층 대표가 많은 시민단체들의 경우 IT 환경에서 작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Q.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은 어떤 분들이 모여 결성된 건가요?

조합원은 소비자, 생산자, 자원활동가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소비자는 컴퓨터수리와 홈페이지 운영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시민단체들입니다. 소비자조합원이 되면 컴퓨터 정비와 홈페이지 제작을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 받을 수 있습니다.

생산자조합원은 좋은 목적을 갖고 활동하는 시민단체를 위해 IT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해주는 IT업계 종사자들입니다.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서비스 이용자 수를 늘리고 업체의 성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자원활동가분은 컴퓨터 정비나 교육에 보조강사로 활동하는 분들로 오랫동안 컴퓨터 업계에 종사했거나 은퇴 이후에 재능기부를 하는 분들입니다. 창립총회를 한지 3년이 지난 지금 소비자조합원은 28곳, 생산자조합원은 22명 그리고 자원활동가분은 10여명으로 총 50명을 웃도는 수준입니다.

조합원들의 연령대는 소비자조합원의 경우 중고령 여성들이 대다수고 생산자는 젊은 층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IT 분야에서 여성이 소외된 부분이 많다는 걸 방증하는 것 같아요. 올해 3월 선출된 이사장도 20대 청년 개발자입니다.

 

Q. IT사협의 주요 활동을 설명해주세요.

주요 활동은 서비스와 교육 두 갈래입니다. 서비스는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한 컴퓨터 정비와 홈페이지 제작입니다. 교육은 비영리회계교육과 기초 컴퓨터 교육 및 상담입니다. 저희는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조합이 만들어지기 전인 2012년부터 매주 목요일 야간 컴퓨터 교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은평구에는 요양보호사처럼 낮에 일하고 살림까지 하시는 중고령 여성노동자분들이 많습니다. 이 분들에게 무료로 기초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교육목적이 전문가를 키워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낙오없이’ 수업을 수료해 IT생활속에서 소외되지 않게 하자는 것이죠. 10명의 보조강사가 함께 해주시는데 이 수업은 조합을 만들기 전부터 지원없이 순수 자원봉사로 진행되고 있어요. 현재 15기가 진행 중이고 1년에 50명씩 두 기수를 배출합니다.

 

은평구 야간 컴퓨터및스마트폰 교실(사진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은평구 야간 컴퓨터및스마트폰 교실 수업 현장 (사진제공=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Q. 비영리회계 교육이란 무엇인가요?

비영리회계 교육은 한 달에 한 번 진행됩니다. ‘처음엑셀회계2.0’ 이라는 소규모 단체를 위한 쉬운 무료 회계 프로그램을 가르칩니다. 많은 소규모 비영리단체에서는 자금 집행과 관리가 잘 안 되고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비영리회계 교육은 전국 어디든 요청이 오면 진행하려고 합니다. 서울과 경기 쪽은 매달 셋째 주 수요일날 이곳 혁신파크 안에서 교육을 합니다.

 

불광역 인근에 있는 서울혁신파크.서울50플러스재단이 위치해 있다(사진 김태은)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사무실은 불광역 인근에 있는 서울50플러스 서부캠퍼스 3층에 자리잡고 있다.

 

Q.IT업계 종사자분들이 어려움이 많다고 하셨는데…

IT종사자들은 산업의 특성 상 오래 일하기 힘들어요. 젊은 시기에는 바쁘게 일하지만 30~40대에 이직순환이 빨리 이뤄집니다. 협동조합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이직 걱정 안하고 오래 일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경력이 많이 쌓인 IT인들은 개발능력과 사회경험이 풍부해 아이디어가 많은 데 이를 펼칠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아요. 치열한 산업현장에서 벗어나 수입은 좀 줄더라도 이 분들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플랫폼을 만들려고 합니다.

 

Q. 소비자조합원들 대부분이 단체인데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소비자 조합원들은 단체 중심으로 받고, 개인으로 받는 것은 지양하고 있어요. 비영리 단체에서는 한 개인이 회원가입을 했더라도 그 분이 단체에 몸담고 있는 한 바로 그 단체를 도와주는 결과를 가져오니까요. 드물게 개인으로 가입해야 하는 경우에는 수리가 필요할 때엔 컴퓨터를 받아와서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서울50플러스재단 서부캠퍼스에 위치한 협동조합 사무실(사진 김태은)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은 나이가 많아도,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도 누구나 IT 기술의 기본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협동조합을 운영하는데 애로사항이 있다면?

소비자 조합원의 수에 비해 생산자 조합원의 수가 턱없이 모자라는 점입니다. 컴퓨터 수리와 홈페이지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 시민단체들은 많아요. 컴퓨터 자체를 필요로 하는 곳도 많고요. 하지만 이 분들의 요청을 다 받아들일 순 없어요. 그럼 조합이 망하게 되죠. 일종의 딜레마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IT문제를 사회복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 개인이 모든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해요. 복지체계가 마련되면 문제를 안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걱정없이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사회공헌을 하려고 하시는 분들도 봉사활동이 헛수고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염려없이 활동할 수 있고요. 지금 당장은 거대한 지원이 있는게 아니라서 구조적인 협업들을 모색하고 있어요. 생산자조합원과 자원활동가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화 임직원들이 컴퓨터 정비봉사를 하는 모습(사진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제공)
한화 임직원들이 컴퓨터 정비봉사를 하는 모습 (사진 제공=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Q. 앞으로의 IT사협의 계획은?

일단 교육을 늘리려고 해요. 조합원을 위한 정기적 교육을 계획 중입니다. IT기술교육만이 아니라 수리나 정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주는 것도 필요해요. 시민단체나 사회적 약자가 컴퓨터 수리를 요청할 때 어떻게 해야 원하는 바를 잘 전달할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거죠. 그리고 컴퓨터나 홈페이지를 예방차원에서 정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지도하려고 해요. 기본 원칙만 알려줘도 고장을 현저히 줄일 수 있거든요. 그 밖에 최신 첨단IT기술이 갖는 사회적 의미 등에 관해서도 쉽게 정리해서 전달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당장 공간확보가 어렵다는 점이에요. “언제든지 저 곳에 가면 IT교육을 받을 수 있어”라는 인식을 가질 만한 고정된 장소를 꿈꾸는데 잘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요. 이곳저곳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곳, IT 단체들끼리 모여서 협력하는 곳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조합이 잘 돼서 IT인들을 위한 지원체계를 직접 설계하면 좋은데 아직은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임직원들. 이사장은 20대 청년 개발자다.

 

인 상임이사는 조합을 운영하며 두 가지 경우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한 가지는 시민단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줌으로써 이들이 사회에 이로운 활동을 해나가는데 장애물을 없애주고 있다는 자부심이다. 다른 한 가지는 시민단체와 접점이 없던 IT종사자들이 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볼 때다.

그는 “인간 중심의 IT 사회를 열어나가려면 단지 ‘기술’쪽 측면으로만 바라봐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급속도로 변해가는 IT 세계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으려면 복지의 측면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나이가 많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도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말이죠. 첨단도 좋지만 최소한의 기술이라도 골고루 퍼져가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저희가 바라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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