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은 사회적경제안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가치나눔청년기자단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눈으로 바라본 생생한 사회적 경제 현장 속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만 권의 책으로 책장을 가득채운 북카페. 우드톤의 아늑한 인테리어와 신발을 벗고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좌석까지 마련돼있다. 

갓 구운 고소한 빵 냄새에 이끌려 들어가니 향긋한 커피 향이 코를 자극한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1만여 권의 책들이 말을 건다. ‘당신의 머리를 지식과 교양으로 채워드릴게요.’ 이곳에 오면 한 가지 더 채워갈 것이 있다.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그리고 편견 없는 마음들이다. 

 

하루에 두번 신선한 빵이 구워져 나온다.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3시. 카페에선 남산바나나, 크루아상, 스콘, 샌드위치, 식빵 등 50여 종의 빵이 새로 구워져 나온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베이커리 카페 같지만 전체 직원 중 절반가량이 사회취약계층과 장애인들이다. 현재 직원 수는 27명. 이 가운데 11명이 장애인이다.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취업이 힘들다는 중증 장애인 수만 10명이다.

 

황혜성 (주)브레드인스마일 대표. 그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을 갖게됐다.

빵이 많이 팔릴수록 장애인들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기업. ㈜브레드인스마일이 운영하는 카페 ‘남산제빵소’ 이야기다. 남산제빵소는 작년 4월 문을 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대구 중구에서 유명한 북 카페로 자리매김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려 성장하는 기업 ㈜브레드인스마일의 황혜성 대표를 만났다.

Q. 어떤 장애를 지닌 분이 함께 일하고 있나요?

지적장애인 7명, 자폐장애인 2명, 청각장애인 1명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 지적장애인 친구들은 초등학교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춘 친구들입니다. 따라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듯 반복적으로 기술을 가르쳐줘야 합니다.

?청각 장애인은 소통에 어려움이 있어서 제빵업계에서는 지적 장애인들보다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석이 있어요. 하지만 제빵실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다 괜찮다고 받아들여줘서 같이 일하게 됐습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친구들은 굉장히 예민해요. 스치기만 해도 화를 내고... 처음엔 소리를 지르며 가게를 마구 뛰어다녀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일대일로 붙어서 한 달쯤 교육했더니 많이 안정됐어요. 이 친구와는 시범 매장 때부터 함께 일을 했으니 벌써 3년이 돼오네요. 지금은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히 잘 해내고 있어요.

?장애인 직원 11명 중 7명은 제빵실에서, 나머지 4명은 매장홀에서 일하고 있어요. 하지만 정해진 건 없어요. 일하다 힘들어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근무 형태를 바꿔줍니다. 일정관리부터 출퇴근 관리 그리고 개별상담까지 사회복지사분이 카페에 상주하면서 도와주고 계십니다.

?이처럼 장애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서로 배려하고 이해해준 덕분에 큰일 없이 카페가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각자 맡은 역할을 책임감 있게 잘 해내주니 정말 고마울 따름입니다.

 

매장에서 한눈에 보이는 제빵실은 맛있는 빵을 믿고 먹을 수 있게 신뢰감을 준다.

Q. 여러 업종 중 왜 베이커리 카페였나요?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사랑의 밥차’ 봉사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사회적 법인을 설립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장애인들과 첫 인연을 맺게됐습니다. 장애인 학교 선생님들이나 장애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들이 가장 원하는 직업이 제빵사, 바리스타란 걸 알게 됐어요. 과자나 빵은 반복 작업이 되고 포장이라는 단순 작업도 있어서 친구들이 좋아하면서 쉽게 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이들의 특성에 맞는 직종을 찾다 보니 제빵 기술을 선택하게 되었고 베이커리 카페를 오픈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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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드인 스마일은 사회적기업이자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2017년 문을 연 대구시 도원동에 자리 잡은 카페 ‘리틀냅’을 시작으로 작년에 남산제빵소를 오픈했다.?

 

Q. 카페가 자리 잡기까지 어려움이 꽤 많으셨을 텐데요.

가장 힘든 부분은 일반 직원들의 높은 이직률이었어요. 가령 생산력이 3배나 뛰어난 직원도 장애인 친구들이 못 따라와 주니까 1배밖에 못한 거나 다름없었죠. 생산력은 떨어지고 장애인 동료들에겐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주고 보살펴줘야 하니까 쉽게 지쳤던 거예요. 그래서 처음엔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면 상당수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금요? 남산제빵소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일반 직원들은 물론 장애인 스스로도 큰 변화가 생겼어요.

Q.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처음에는 저도 선입견이 있었어요. 장애인을 잘 만나본 적이 없으니깐 ‘저런 걸 할 수 있을까?’ ‘칼질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불안함이 하나도 없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일반 직원들이랑 큰 차이가 없어요. 서로 농담하고 웃고.

장애인 직원들도 1년 전보다 많이 발전하고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주고 있어요. 입사 초기에는 우울했던 친구들이 많았어요. 크면서 받아왔던 편견과 차별들 그리고 방치하는 가정에서 자란 친구들은 부정적인 생각과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계속 ‘넌 정말 행복한 사람이고, 취업도 한 멋있는 사람’이라고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줬습니다. 그래서인지 날로 변하고 있고 지금은 카페에서 벼룩시장 같은 큰 행사를 할 때 일반 직원들이 장애인 직원들 없으면 힘들어할 정도로 오롯이 한몫을 해내고 있어요.?

카페에는 사회 복지사 선생님이 늘 상주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장애인 직원의 가정사나 힘든 점들을 잘 파악할 수 있어요. 이런 어려움들을 회사가 따뜻하게 감싸주고 채워주다 보니 친구들이 많이 변하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결국 이 친구들도 우리도 서로 배우고 발전하는 거예요. 서로가 노력하니깐 결국 바뀌는 겁니다.?

Q. 올해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으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남산제빵소에 뒤를 이어 대구 건들바위역 근처에 ‘건들바위제빵소’를 열 예정입니다. 새 매장이 들어서면 추가 인력을 고용해야 합니다. 남산제빵소 친구들을 보니 1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이해력도 빨라지고 안정적인 운영이 되는 것 같습니다. 건들바위제빵소에 가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겠죠?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일들이 벌어질 테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것이 올해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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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제빵소(대구 중구 달구 벌대로 414길 20)는 이 동네 유명 북카페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일들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려면 매장 수익만으로는 힘들 수도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수익구조를 갖춰 중증 장애인들과 사회취약계층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주려고 합니다. 그중 한 가지가 [연계고용 부담금 감면제도]를 통해서 추가적인 이익을 확보하는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장애인 친구들을 고용할 기회가 훨씬 많아질 거예요.

?대구에서는 [연계고용 부담금 감면제도]를 사용하는 기업이 거의 없어서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서울에서는 좋은 사례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예를 들면 직원의 80% 이상이 발달장애 사원들로 구성돼 있는 ‘베어베터’가 대표적입니다. 

연계고용 부담금 감면제도란?

상시근로자가 수가 100명이 넘는 기업은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장애인을 일정비율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부담금을 내야 한다. 부담금 대상 기업들이 만일 장애인 표준사업장 또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과 연계고용 계약을 맺고 이들이 생산한 물품을 납품받으면 장애인 근로자 고용 부담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기업이 장애인을 직접 고용한 것은 아니지만 납품을 하는 사업장이나 직업재활시설은 매출에 따라 장애사원을 지속 또는 추가 고용하는 형태라 장애인 고용을 유지 혹은 늘리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저희도 대구 지역에서 이 제도를 활용해 단기성 계약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납품처와 배달처를 확장시키고 중증 장애인들의 고용을 계속 늘려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꼭 말씀드리고 싶은 점이 있어요.?

편견 없이 봐주세요. 자신의 가족처럼 봐주세요.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세요. 그렇게 봐주지 않는다면 장애인 친구들은 계속 어두운 곳에서만 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친구들을 끌어내주고 독립하고 자리 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주는 일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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