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사회혁신(Digital Social Innovation)이 주목받는다.

EU에서는 디지털사회혁신을 “사회문제, 전 지구적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의 참여를 모으는데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디지털사회혁신은 유럽의 ‘Field Scan 연구 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됐다. 유럽연합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유럽연합의 기금을 지원받아 유럽 전역의 700여개 이상의 디지털사회혁신 프로젝트, 1000개 이상의 디지털사회혁신 단체를 발굴했다.

18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진행된 '2018 디지털 컨퍼런스'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제31회 정보문화의달을 맞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는 ‘디지털 사회혁신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주최측은 디지털사회혁신네트워크(준) 소개, 멘토단 출범 등을 선포하고, 시민과 함께 진행된 디지털 사회혁신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기존의 국내 디지털사회혁신은 단발성 이벤트거나 관 주도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온전한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이 분야의 지속적인 과제를 수행할 시민사회 단위가 필요하다”며 하반기 내 디지털사회혁신네트워크 출범을 알렸다. 이날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소개된 디지털사회혁신 사례를 소개한다.

 

2시간 만에 5백만명에 긍정적 영향 준 코딩교육 멋쟁이 사자처럼

#A 씨는 취업하는 기업마다 다른 채용 전형과 일정, 자기소개서 형식이 번거로워 이를 한 데 모은 웹서비스 ‘자소설닷컴(http://jasoseol.com)’을 만들었다. 이후 이용자가 폭증하고 투자까지 받으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필수 방문 웹사이트가 됐다.

# B 씨는 각자 가진 재능을 공유하는 P2P 재능 마켓 사이트 ‘탈잉(http://taling.me)을 제작했다. 한 대학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현재 전국 사업으로 성장했다.

이 두 사이트는 모두 코딩교육 스타트업 ‘멋쟁이 사자처럼’이 진행한 9주 무료 수업을 받고 수강생들이 만들었다.

멋쟁이 사자처럼의 코딩 교육을 들은 수강생이 만든 '자소설닷컴'

멋쟁이 사자처럼은 코딩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이다. 2013년 30여명으로 시작된 교육생은 5년 만인 2017년에는 1000여명으로 늘었다. 이 교육을 듣기 위한 지원자만 연간 1만 명에 이른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해외 학생들도 참가한다.

이두희 멋쟁이 사자처럼 대표는 “그동안 130개 학교에서 1,915명의 학생들이 우리 교육을 듣고 579개의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들의 뜻에 공감해 세계적인 기업 구글, 아마존 등이 후원자로 나섰다. 후원금으로 무료 수업을 진행한 후 남은 비용으로는 디지털 교육의 손길이 닿지 않는 도서 산간 초등학교를 방문해 프로그래밍 교육을 제공하고 기재자를 지원한다.

토지초등학교 연곡분교에서 프로그래밍 교육 중인 멋쟁이 사자처럼 구성원

멋쟁이 사자처럼의 꿈은 디지털을 통한 사회혁신이다. 이 대표는 “수강생이 2시간 만에 만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지도’ 사이트에 500만 명이 방문했고, 소방차 출동의 골든타임을 표시한 지도 등을 통해 실제 예산 편성에 영향을 준 경험이 있다”며 “기존 방식과 달리 재미있게 컴퓨터 교육에 접근한다면 디지털을 통한 사회혁신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로 어린이 통학차량 사고 줄인 청주시&나래ICT’

최근 5년 간 통학차량으로 인한 어린이 교통사고가 1,286건에 달한다. 2015년 어린이집 통학차량의 안전의무를 강화해 개정된 도로교통법(일명 ‘세림이법’)이 마련됐지만 어린이 통학차량 사고는 쉽게 줄지 않고 있다. 이에 청주시와 나래ICT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통학차량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비콘(Beacon, 근거리무선통신장치)과 블루투스(BLE)를 활용한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 서비스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디지털 컨퍼런스에서 노랑차의 안전한 승하차 서비스를 설명하는 정선교 청주시 컨소시엄 이사

이 플랫폼의 주요 기능은 어린이 승하차 정보, 차량 실시간 위치정보, 전후방 감지센서, 운행종료 후 차량 내 잔류 인원에 대한 경고 알림 등이다. 비콘, 동작감지 센서 등의 기술을 활용한다. 학부모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녀의 승하차 정보와 차량 위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운전자와 교사는 차량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위험상황을 인지하고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이미 청주시에서는 관내 4개 어린이집의 7개 차량에 130여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운영했고 현재 추가 서비스를 보완 중에 있다.

충북 청주시의 ‘노랑차의 안전한 승하차 서비스’는 과학기술부가 추진한 ‘2017년 ICT를 통한 착한상상 프로젝트’ 공모에 선정돼 구축에 나섰고, 올해 초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선교 청주시 컨소시엄 이사는 “이 서비스는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사고 감소에 기여하는 디지털 시스템이다”며 “올해 6월까지 시범운영이 완료되면 미비점 등을 보완해 하반기에는 국내외 전시회 참여해 이 서비스를 확산하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주민과 함께 다리 범람 막은 웹서비스 개발한 건너유 프로젝트

대전 갑천의 징검다리는 일주일 평균 9천명에서 1만2천명의 주민들이 사용하는 소중한 다리다. 그러나 비만 오면 하천이 범람해 매년 인명사고가 일어나는 곳이기도 했다. 2014년에는 실제 천을 건너다가 주민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손 놓고 있을 수 없던 지역의 학생, 주부, IT 전문가 등이 모여 스마트폰으로 천의 범람과 안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오픈서비스를 개발했다. 리빙랩 사례로 자주 소개되는 ‘건너유 프로젝트’다.

건너유 프로젝트에서 제작한 스마트폰 어플

건너유 프로젝트에서는 사물 인터넷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갑천 물고기 다리의 범람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웹서비스를 개발해 주민들과 공유한다. 이제 이곳의 주민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길을 나서기 전 하천의 상태를 먼저 확인한다. 인명사고도 대폭 줄었다.

천영환 퓨처스 리빙랩 책임연구원은 “건너유 프로젝트는 쉬운 기술과 주민들의 참여가 결합한 사회혁신 실험이자 사회문제를 해결한 프로젝트”라며 “생활 가까이 있는 문제에 주민들이 참여함으로써 동네문제를 직접 해결했다는 효능감을 느끼게 하는 게 디지털사회혁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멋쟁이 사자처럼, 건너유프로젝트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