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에 질식돼 죽을 것 같아 일단 피했다 돌아오니 우리 사업장과 집뿐 아니라 열다섯 가구가 사는 온 마을이 모두 잿더미가 됐다.”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에서 인증 사회적 기업인 (주)노리소리 강원두레를 운영하는 엄기종 대표는 지난 4일과 5일 강원 산불화재 당시 긴박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마을에 불기둥이 떨어졌고 집과 사업장을 지키려 물로 잠시 버텼지만 사람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봉포리는 발화지점에서 5.5km 떨어진 곳이었지만 화재발생 3시간 만에 마을 모든 것이 불속에 사라졌다. 5일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상황이다.
(주)노리소리 강원두레는 2015년 12월 지역사회공헌형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은 후 지난 3월 일자리 사업이 종료됐다. 그럼에도 구성원 5명이서 무형문화재로 가는 길목인 강원민속예술경연대회 참가를 준비하는 등 지역에서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던 터라 이번 화마피해가 더욱 허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엄 대표는 “당장 다음 주부터 어떻게 사업을 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엄 대표가 거주하는 마을 주민들은 현재 인근 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식사와 잠자리 등을 제공받고 있다.
지원센터 전수조사, 현재까지 7곳 (예비)사회적 기업 피해 확인
사회적 경제 조직 역시 이번 산불 참사를 피할 수 없었다.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센터장 이강익, 이하 지원센터)는 5일 강릉, 고성, 속초, 인제, 동해 등 5개 시·군 사회적 기업과 마을 기업 피해 현황을 파악했다. (예비)사회적 기업 120개소, 마을기업 25개소를 대상으로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 결과 강릉 한 곳, 속초 세 곳, 인제 한 곳, 고성 두 곳의 (예비)사회적 기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고성의 예비 사회적 기업인 ‘바닷가 농부들 농업회사 법인’ 역시 (주)노리소리처럼 사업장이 전소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2015년 12월 일자리 제공형으로 인증 사회적 기업이 된 속초의 '(주)강원으로'는 고가의 장비가 보관돼 있는 창고가 전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주)강원으로는 홈페이지 제작, 광고물 디자인 등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나머지 사회적 기업은 시설 또는 재화 생산을 위한 원재료들이 일부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 조직 전체 산불피해 상황은 좀 더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원센터 관계자는 “일부 사회적 기업은 사업장으로도, 핸드폰으로도 연락이 닿지 않아 피해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더구나 해당지역에 있는 164개(2018년 9월 말 기준)에 달하는 협동조합은 피해상황이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지원센터는 협동조합을 포함해 사회적 경제 조직의 산불피해 접수창구 개설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행이도 해당지역 마을기업은 확인결과 산불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강원지부 측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자활기업 또는 사업단은 없으며, 해당지역 자활사업 참여자 1명과 자활센터 실무자 1명의 집이 전소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기반 영향 주는 피해도 파악해야" 피해복구 연대 손길 이어질 듯
속초시 사회적경제네트워크 엄기동 사무국장은 “속초 인증 사회적 기업인 (주)영랑체험사업단의 경우 직접적인 피해는 적으나 영랑호 주변 별장 형 콘도가 모두 타 버려 사업대상지가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라며 “불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에 대한 복구도 중요하고, 사업기반 자체에 영향을 주는 피해도 파악하고 하루빨리 복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밝혔다.
강원도와 지원센터는 8일 이번 산불 피해를 입은 해당 기업을 방문해 정확한 피해상황을 파악한 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과 협력해 지원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또한, 피해 상황을 알리는 소셜미디어에는 같은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서 돕겠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고, 강원도사회적경제위원회(위원장 이길주) 역시 지원센터의 실태 파악 결과를 바탕으로 지원방안을 논의 할 예정이어서, 피해를 돕고자 하는 연대의 손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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