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죽과 아픈 딸에게 점수따기>

1.
“아빠, 나 아침에 설사했어.”
아빠들은 딸한테 약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자식인데도 아들이 배앓이를 하면 그냥 “한 끼 굶어, 인마!”하고 끝내면서도 딸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이상하게 내 배까지 아프다.
대학 1년 내내 기숙사 생활을 하더니 쉽게 배앓이를 한다. 아무래도 먹는 것도 신통찮고 먹는 시간도 들쭉날쭉하기 때문이겠다. 
“아빠, 나 그냥 집에서 다닐까? 시간표 조절하면 지하철 직행 타고 오갈 수 있는데.” 
그러라고 했다. 집에서 먹고 다니면야 제 속도, 내 속도 편하지 않겠는가. 정 들어오기 어려우면 서울 외할머니나 이모 집에서 하루이틀 신세지면 될 일이다. 딸은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고 하지만 이미 그쪽으로 기운 눈치다. 손도 신경도 조금 더 쓰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식구들이 내 밥을 먹고 다니는 게 좋다. 

2.
죽은 종류도 많고 만드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전복죽, 쇠고기죽, 호박죽 등등. 전기밥솥을 활용하면 더 쉽고 다양하게 죽을 마련할 수 있지만, 오늘은 마침 시간도 재료도 부족해 찬밥만으로 후다닥 죽을 쑤어주었다. 그래도 맛있다고 잘 먹는 딸, 이제는 아예 훈수까지 둔다. 
“아빠, 어려운 것만 만들려 하지 말고 이런 죽도 칼럼에 실어.”

3.
마침 먹다 남은 치킨이 있어 가슴살을 발라 고명대신 올렸다.
가족이 아플 때 간단한 죽 한 그릇만으로도 점수를 딸 수 있다. 

재료: (1인분) 찬밥 반 공기, 참기름 1T, 간장 약간
요리시간 10분

4.
<조리법>
1) 그릇에 참기름을 넣고 가열하다가 찬밥을 넣고 2~3분 정도 볶는다. 
2) 물 2컵을 붓고 약한 불에서 졸인다. (시간이 없으면 중불에서 계속 저으며 익힌다.)
3) 죽을 그릇에 담은 뒤 김가루, 깨소금을 고명으로 얹는다. 
4) 미리 소금간을 해도 되고 간장을 따로 준비해 간을 맞춰가며 먹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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