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비살버터볶음과 부엌데기>

1.
예전에도 한 번 얘기했지만 나의 닉네임 '상남자'는 '상 차리는 남자'의 준말이다.
소셜미디어에서 농담처럼 내뱉은 말이 별명으로 굳어지고 말았다.
사실은, 가족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하는 남자야 말로 진정한 상남자라고 주장하고 싶었다.
그런데 슬프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상남자가 아니라 '부엌데기'로 굳어지는 기분이다. (심지어 난 별명까지 상남자에서 붥덱으로 바꾸고 말았다.)

2.
장모님은 내가 부엌살림을 맡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음식재료를 나눠주실 때면 아내가 아니라 나를 붙들어 앉히신다.
"조 서방, 일단 하루 정도는 소금에 절여야 해. 너무 많이 넣지는 말고."
"예, 저도 알아요. 얼마 전에도 담갔는걸요."
내가 곰살 맞은 사위도 못되지만, 어쩌다 마주 앉는다 해도 대화는 주로 이런 식이다.

3.
밥상을 차린다는 사실을 세상에 들킨 후(?) 각지에서 후원도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그런데 후원물품이 문제다.
다 늙은 남자가 부엌에서 밥을 짓고, 반찬을 하는 모습이 처량해 보이면, 김치든, 장아찌든, 찜요리든 완제품을 보내주시지.
지인들은 심술 맞게도 예외 없이 식자재를 보낸다.
브로콜리, 강화도 순무, 열무, 반건조 생선, 조갯살 등……
그럼 난 보내주신 성의가 무섭기에(?), 정작 주업은 등진 채 부엌에 들어가 다듬고 절이느라 시간을 보낸다.
이러려고 상남자가 되었나~.

4.
허나, 부엌데기도 고맙다.
늙은 놈이 반찬이라도 그럭저럭 만들 줄 아니 사람들이 한 번쯤 시선이라도 주고, 이렇게 글 쓸 공간을 내주지 않았겠는가.
아니면 어떻게 이만큼 가족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는가.
그래, 부엌데기라도 좋다. 더도 덜도 말고 지금만큼만 살 수 있다면.

5.
<가리비살 버터볶음>
지인이 싱싱한 가리비살을 보내왔다. 아이들도 먹기 좋고 내 술안주로도 어울리게 버터를 넣고 살짝 볶았다.

<재료> 2~3인분
가리비살 200g, 파프리카 황색, 적색 각 1/2개씩, 팽이버섯, 1/2봉

<요리법>
1. 가리비살을 끓는 물에 살짝 익혀 놓는다.
2. 살짝 달군 후라이팬에 버터 20g을 넣고 녹인다.
3. 녹인 버터에 마늘 1스푼을 넣고 살짝 볶다가 파프리카, 팽이버섯을 볶는다.
4.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
5. 마지막에 가리비살을 넣고 버터맛이 날 정도로만 휘저은 후 불을 끈다.

<TIP>
- 매운 맛을 내려면 건고추 2개를 부셔넣고나 청량고추를 사용한다.
- 오래 볶으면 조갯살이 질기게 되므로 주의한다.
- 채소는 집에 있는 종류로 사용하면 된다. 양파, 당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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