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적과 내 명절의 어머니>

1.
  명절이 되면 난 오히려 부엌에서 자유롭다. 모셔야 할 조상도 없고 찾아갈 고향도 없기 때문이다. 가족에 대한 내 임무는 포천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님을 찾아뵙는 것만으로 끝이다. 형제자매들이 모여 전을 부친다든지 설음식을 만드는 것도 옛날 얘기다. 먹고사는 게 더 빠듯해진 탓인가, 언제부턴가 만나는 것보다 헤어지는 게 더 바쁘다. 
   한가한 틈에 책을 한 권 읽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서령 작가의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란 책이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분이다. 음식 얘기, 조리법 얘기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고인의 ‘엄마’ 얘기에 빠져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아주 아주 먼 옛날의 어머니, 손맛 하나하나가 고향의 맛을 온전히 품은 어머니, 그 깊은 맛으로 자녀에게 이렇듯 깊은 향수를 남겨준 어머니.

2.
   내 기억에는 없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어머니는 내가 일곱 살에 집을 떠나고 난 어린 나이 대부분을 홀로 지방을 떠돌며 살았다. 나이 들어 재회한 어머니는 향이 다 사라진 들국화 같았다. 책을 놓지 못한 이유는 외로워서였을까. 명절은 있는데 부모, 형제자매는 멀기만 해서? 내게도 저런 어머니가 있었다면 지금의 난 또 어떤 모습일까. 내 어린 시절은 얼마나 따뜻했을까. 생전 처음 배추적을 만들었건만 벌써 세 번째다. 만들수록 배고프고 외로워지는 음식, 배추적. 

3.
<배추적>
처음 만들어봤는데 아주 아주 신기한 맛이다. 달고 고소하고 아삭한. 만들기도 쉽다. 

4.
<재료>
속배추 7~8장(배추의 푸른 겉잎도 가능하다. 부쳐놓으면 부채처럼 멋있고 맛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밀가루 반 컵, 밀가루(부침가루) 1컵, 물 1컵, 식용류

5.
<조리법>
1. 속배추의 줄기는 홍두깨 등 뭉툭한 물건으로 때려 곧게 편다. 
2. 밀가루를 고루 발라 반죽이 따로 놀지 않게 해준다.(생략 가능) 
3. 반죽은 줄줄 흐를 정도로 묽게 하는 편이 좋다(1:1). (밀가루로 할 경우 소금간 약간) 
4. 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가열한다.
5. 배추에 밀가루반죽을 앞뒤로 발라 튀기듯이 부쳐낸다(배추적을 오래 부친 엄마들은 기름에 배추를 몇 장 그대로 놓고 밀가루 반죽을 옷 입히듯 얇게 얹어 둥그런 전 모양을 만든다).

6.
Tip:- 배추를 30분 정도 굵은소금에 절였다가 하기도 한다. 
    - 빨간청양고추를 다져 넣어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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