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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을 통한 협업과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이 만날 수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지원센터(SETCOOP)는 '2021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공모전'을 거쳐 '비즈니스 아이디어' 분과와 '우수모델' 분과에서 각각 5팀의 수상팀을 발표했다. 올해 공모전에는 당장 시작을 할 수 있는 사업부터, 기발한 아이디어 등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이로운넷>은 공모전에서 수상한 과기협동조합의 사례를 돌아봤다.

“시각장애인 중 스마트시티에 회의적인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 있는 도시에서도 이동이 원활치 않은데 스마트시티라고 다를까 의문이라는 것이죠. 이들이 이동권과 이용권을 보장받는 베리어프리 스마트시티 표준모델을 구축하겠습니다”

엘비에스테크는 올해 공모전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장애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제시해 비즈니스 아이디어 부문 대상을 받았다. 장애인의 생활에 필요한 이동과 이용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엘비에스테크는 이를 위해 데이터 수집·분석, AI·딥러닝 등 IT 기술인력이 모여 조합원간 기술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의 편의는 보행로 정보, 내비게이션, 위치 정보 등을 제공해 끌어올리고, 이용의 편의 확대를 위해서는 비대면 주문·결제 및 예약 서비스를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로운넷>은 지난 7일,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와 만나 비즈니스 모델 및 사업성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시각장애인 이동과 이용돕는 통합서비스... “당사자와 함께 만든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 내비게이션 앱 G-EYE+ 이동 서비스 UI./출처=엘비에스테크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 내비게이션 앱 G-EYE+ 이동 서비스 UI./출처=엘비에스테크

엘비에스테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 내비게이션 앱인 ‘G-EYE+’를 서비스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행로 내 각종 지형·공간 정보를 전달한다. 비대면 주문 및 결제 서비스도 제공하는데, 앱을 통해 음료를 주문하면 매장까지 가는 경로를 안내해주는 방식이다.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는 “처음에는 보행 내비게이션 앱으로 시작했지만, 이동과 이용에 걸쳐 편의를 제공하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해보고자 지금의 형태로 완성됐다”고 밝혔다.

엘비에스테크는 이용자 맞춤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과정에서부터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해왔다. 리빙랩 기반의 플랫폼 실증 경험을 쌓아온 것이다. 

대표와 조합원이 매주 장애인을 직접 만나 소통하며 테스트를 진행한다. 서비스 개발과정에서 약 25개월간 121명의 설문 및 테스트를 거쳤다. 이시완 대표는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는 당사자 사용성에 대한 고민이 가장 중요하다”며 “끊임없이 직접 소통 및 테스트를 하는 등 개발의 전 과정을 장애인과 함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휠체어 이용자는 데이터 수집하고, 분석은 AI 기반 학습모델이

보행로 인공지능 분석 사진./출처=엘비에스테크
보행로 인공지능 분석 사진./출처=엘비에스테크

로드스캐너라는 교통약자에게 필요한 접근성 정보 수집을 위한 소셜맵핑 플랫폼도 준비 중이다. 보행로 위의 장애물 및 건물 접근성 정보 등을 직접 수집한다.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교통약자의 안전한 보행과 접근성이 보장되는 배리어프리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보행로 데이터 정보를 휠체어 이용자와 고령자가 직접 수집하기도 한다. 이들을 보행수집 전문가라고 부른다. 이 대표는 “보행로는 보행약자가 다닐 때, 행인 밀집도, 장애물 유무, 바닥얼음 존재여부 등 변수가 많다”며 “휠체어나 고령자에게 영상기를 달면 흔들림, 움직임이 반영된 측정이 되므로 최적화에 훨씬 유리하다. 이를 통해 최적의 경로를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다양한 경로로 수집한 데이터는 AI 기반 데이터 학습 모델을 통해 통합 및 가공이 이뤄진다. 엘비에스테크는 기업, 연구소, 대학 등 전국 지역채널을 조합원으로 확대해 다양한 사회서비스와 연계해 기술의 가치를 확장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장애유형별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다.

이 대표는 엘비에스테크가 과기협동조합이라서 사업 추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 엘비에스테크는 20명의 과학기술인 조합원이 함께하고 있다. 그는 과기협동조합 조직형태가 가진 강점으로 만족도 및 이윤 최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다양한 과학기술인이 하나의 회사 아래 모이려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과기협동조합은 각자의 입장을 가진 채로 하나처럼 움직이면서 서로의 만족도과 이윤을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밝혔다.

휠체어 보행을 통해 보행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출처=엘비에스테크
휠체어 보행을 통해 보행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출처=엘비에스테크

적극적 규제대응으로 사업 실질 운영 가능케 해

사업이 늘 순탄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개발 과정에서 규제 장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매장 출입구 정보가 필요한데, 관련 정보는 ‘건축물대장의 기재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발급 또는 열람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엘비에스테크는 해당 규제가 부당하다며 문제제기 했고, 이를 인정받아 지난해 9월, ‘ICT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로부터 실증특례를 받았다. 샌드박스란 새로운 제품·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로써 시각장애인 보행 안내 목적으로 민간 건축물의 1층 평면도를 열람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매장에 소비자가 진입하기 위해서는 출입구 정보가 필요한데 이것이 규제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관계부처에 이야기했고,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과 소상공인 모두에게 도움되는 무장애 플랫폼 구축할 것”

시각장애인 보행 및 테스트 모습./출처=엘비에스테크
시각장애인 보행 및 테스트 모습./출처=엘비에스테크

엘비에스테크는 장기적으로 무장애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확충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기준으로 서울 마곡지구, 세종 새롬동, 부산 에코델타시티에서 무장애 스마트시티 플랫폼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3곳에서 카페·식당·편의점·문화시설 등 약 200여 곳과 서비스를 연계해 시행 중이다.

특히 세종에서는 장애인 이용서비스 구축이 매장 매출 증대에 도움된다는 것도 증명해냈다. 약 8개월 정도 시범사업을 통해 ‘G-EYE+’ 매칭 카페의 매출액이 종전대비 25% 증가하는 효과도 도출해냈다. 이 대표는 “시각장애인은 도와줘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는 VIP고객이라는 메시지를 드린 것”이라며 “시각장애인은 카페 접근성이 좋지 않기 떄문에 보통 한 번 방문한 곳은 단골이 된다. 장애인과 소상공인 모두에게 도움을 드린 사례”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호치민시에서는 실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학교와 근처 매장 30곳과 계약을 맺어 스마트시티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서비스 시행 전과 후를 비교해 이동권 확대, 매출 증대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테스트해 볼 것”이라며 “국내와 해외에서 다양한 실험을 바탕으로 무장애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 미니 인터뷰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

Q. 엘비에스테크는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다. 샌드박스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문제인 지점을 정확히 짚었기 때문이다. 규제는 완화했을 때 이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가 문제제기했던 규제는 손해보는 사람이 없었다. 출입구가 어디 있는지 확인한다고 발생하는 문제는 없지 않나.

실제 정부부처도 출입구 정보가 규제대상인지 몰랐다. 엘비에스테크는 관련 규제가 완화됐을 때 시각장애인 이동권 향상에 얼마나 도움되는 지를 열심히 설명했다. 정부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이러한 접근법이 규제 샌드박스를 승인받는데까지 이어진 것이다. 

Q. 엘비에스테크가 목표하는 바는?

스타트업, 과기협동조합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 하고싶다. 스타트업은 보통 자금문제에 시달릴 때 투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데 모든 스타트업이 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엘비에스테크가 투자를 받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보행 등 이동권과 관련된 절대적인 기준이 표준화되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엘비에스테크가 구체적 사례를 만들어나가며 비즈니스 모델의 기준이 되고, 회사운영 전략의 기준이 되는 것이 목표다.

시각장애인에게 보행로 정보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의 가장 큰 비즈니스 모델은 장애인을 관제하고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다. 보행로 관련 경험 데이터 등을 쌓아서 값어치있는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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