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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을 통한 협업과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이 만날 수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지원센터(SETCOOP)는 '2021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공모전'을 거쳐 '비즈니스 아이디어' 분과와 '우수모델' 분과에서 각각 5팀의 수상팀을 발표했다. 올해 공모전에는 당장 시작을 할 수 있는 사업부터, 기발한 아이디어 등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이로운넷>은 공모전에서 수상한 과기협동조합의 사례를 돌아봤다.

과학기술 전문성 융합, 협업가치 확산 등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이하 과기협동조합)의 운영·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확산하기 위해 시행된 '2021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공모전'에서 ㈜위즈온협동조합(이하 위즈온)이 우수모델 분과 대상을 수상했다.

위즈온은 웹 접근성이 떨어지는 장애인, 유모차, 노약자를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나 휴대폰 어플(앱)을 개발·판매하는 과기협동조합으로 장애인 기업이다.

위즈온은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구성원 12명(상근 9명) 중 상당수가 장애인 ICT개발자이다. 위즈온의 주요 사업은 '소모임 기반의 커뮤니티 맵핑', '경사로 대여소 운영관리', '입간판식 경사로 설치·관리' 등이다. 위즈온의 장애인 ICT 기술인력들이 장애인에게 필요한 사회 서비스를 개발·운영과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ICT 컨설팅과 관련 용역수행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도 허물고 있다.

조합원들과 함께 창업초기의 ‘죽음의 계곡’을 건너다

위즈온협동조합 조합원 회의 사진./출처=위즈온협동조합
위즈온협동조합 조합원 회의 사진./출처=위즈온협동조합

위즈온은 2012년 시·청각 장애인도 온라인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홈페이지의 운영체계를 만들어 보자는 청년창업으로 출발했다. 스스로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얻기 힘든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 고령자들도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접근성을 개선해나가는 사업을 한번 해보자는 것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좋은 생각만으로 생존하는 것은 위즈온에게도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나라 전체 창업 초기 기업중 소수만 살아남는 혹독한 현실을 위즈온도 피해갈 수가 없었다. 1년 뒤 위즈온의 경영상황도 어려워졌다. 위기 속에 직원들이 재정적으로 함께 힘을 보탰고 위즈온은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이후 조합원들이 책임을 나누고 어려움을 함께 헤쳐갔다. 내년이면 창업 10년째를 맞는다.

물론 위즈온이 협동조합으로 전환되고 나서도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했다. 지난해 6월 이전까지만해도 일반 협동조합은 장애인기업이 될 수 없다는 규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위즈온은 국민청원을 올리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고, 지난해 관련법이 개정돼 인증도 마무리 했다. 위즈온의 노력으로 노동자 협동조합의 형태로 제2, 제3의 장애인 기업이 나올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천군만마, 사회적경제의 '협동과 연대의 힘'을 만나다

위즈온은 구성원인 장애인들 스스로 웹접근성 개선과 관련한 용역사업의 수행을 통해 수익창출을 하고 동시에 취약계층의 안정적 일자리 제공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웹접근성 개선사업과 같은 유형의 사업은 수주형 사업으로 매출부분의 불안정적 요소를 항상 안고 있다.

위즈온은 이러한 불안정적인 요소들을 사회적경제와 사회혁신 영역의 여러 주체들을 만나면서 해결할 수 있었다. 이들과 더불어 일정부분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병렬적 혁신 추구가 가능해졌고, 또 이들의 부족한 부분인 ICT분야의 역량을 지원하게 됨으로서 서로 윈윈할 수 있었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위즈온은 지역의 사회적경제 주체의 ICT역량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위즈온은 지역의 사회적경제 주체의 ICT역량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초기에 대전사회적기업협의회, 유성구 행복누리재단, 대전 사회적자본지원센터 등과 함께 했다. 최근에는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감만세,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대전 서구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등 점점 더 많은 사회적경제 및 사회혁신 영역의 주체들과 연대해 함께 협력하고 있다.

위즈온협동조합의 사업영역.
위즈온협동조합의 사업영역.

공간정보 취약계층의 문제해결에 도전하다

지역의 구성원들이 함께 사회문화나 지역의 이슈같은 특정 주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지도를 만들어 공유하는 것을 커뮤니티 맵핑이라고 한다. 위즈온은 2015년에 '공유지도+직행'이라는 배리어 프리 커뮤니티 맵핑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최근에는 '모두를 위한 여행'이라는 이동약자를 위한 '무장애 여행지도'를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다.

무장애 여행지를 소개하는 모두를 위한 여행(moyeoyou.kr). 연간 4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무장애 여행지를 소개하는 모두를 위한 여행(moyeoyou.kr). 연간 4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무장애 여행지도는 일종의 공간정보 취약계층의 공간정보 접근·활용을 개선하는 서비스이다. 국토연구원이 추산하는 공간정보 취약계층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20%이다. 고령화의 가속화와 65세 이상 노인장애 발생율의 증가로 그 규모는 날로 확대될 전망이다. 누군가는 교통약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위즈온이 개발한 '모두를 위한 여행자'의 연간 이용자는 4만4000명으로 공간정보 취약계층의 애로사항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무장애 여행자지도의 개발은 대전사회혁신 플랫폼의 실행의제의 하나로 추진됐다. 지역의 사회적기업인 위즈온과 커뮤니티가 지역사회의 가치를 함께 이해하고 이에 기반해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고객 통찰력 제고를 통한 맞춤 개인화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수 있다.

이외에도 위즈온은 지역의 상인들과 협력해 입간판식 경사로를 제공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많은 식당에서 휠체어 접근을 위한 경사로를 제공하지 않는다. 특히 일부식당은 경사로를 제공하더라도 미사용시 보관할 곳이 용이하지 않다보니, 경사로 제공에 부정적이었다.

리빙랩 방식을 통해 개발된 입간판식 경사로 대전지역 40곳과 충남 당진 지역 20곳에 설치되어 있다./ 출처=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리빙랩 방식을 통해 개발된 입간판식 경사로 대전지역 40곳과 충남 당진 지역 20곳에 설치되어 있다./ 출처=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위즈온은 리빙랩 방식의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평소에는 간판으로 사용하다가 필요시 경사로로 활용가능한 입간판식 경사로라는 상생해법을 찾아냈다. 입간판은 상인에게, 경사로는 휠체어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효과가 있다. 입간판식 경사로는 '모두를 위해 필요로 한 일'로 생각하게 됐다. 입간판식 경사로는 대전지역 40곳, 충남 당진 지역 20곳에 설치돼있다.

사회포용형 비즈니스 모델을 꿈꾼다

위즈온은 얼마전 교통약자의 저상버스 이용활성화를 위한 정보공유 시스템 개발에도 착수했다. 무장애 여행프로젝트를 여행이 아닌 일상으로도 가져오려는 시도이다. 아울러 이러한 서비스들을 지속가능한 사회적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접근성을 포함한 ‘장애포용(disability inclusion)’ 문제는 최근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와 같은 임팩트 투자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에서도 주목 받기 시작했다. 장애포용 이슈를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좋은 기업의 덕목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장애의 생생한 경험이 의료, 기술, 소비재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혁신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위즈온이 펼쳐온 10년의 노력이 사회혁신으로서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경제혁신의 촉매로 평가될 수 있는 날이 멀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 오영진 ㈜위즈온 이사 미니 인터뷰

조합 설립자인 오영진 위즈온 이사.
조합 설립자인 오영진 위즈온 이사.

Q. 위즈온의 오늘이 있기까지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나 ? 

협동조합이든 소셜벤처든 창업을 해서 일을 해보려는 장애청년들에게는 우선 공간확보가 가장 어려운 문제다. 휠체어 편의가 갖춰진 사무실은 보증금도 높고 임대료도 높다. 같이 시기에 시작했던 동년배 창업가들이 비즈니스를 어떻게 만들고 키워나갈까에 집중하고 고민할 때, 위즈온의 구성원들은 일할 공간을 어떻게 만들까를 함께 고민해야 했다. 초기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재무적 가치와 비재무적 가치의 균형을 생각하면서 사업을 발굴하고 안정화시키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초기에는 어쩔 수 없이 재무적 성과가 나는 일들에 더욱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 이제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도 매출이 일어나는 사업모델이 어느 정도 가능해지게 된 듯하다.

인내심을 갖고 버텼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꾸준히 해왔던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겠다. 앞으로도 어려움은 있겠지만, 장애포용을 모두를 위한 사회혁신형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고 싶다.

Q. '장애를 가진 삶을 존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

장애를 가진 삶을 존중하는 건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닌 '모두가 혜택을 받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가 만들어지려면 장애인의 사회적 노출이 더 많아져야 한다.

예전에 '대청넷'이라는 대전지역의 청년정책네트워크 속해서 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 안에서 친분과 일종의 관계성이 형성됐다. 대전시가 그 뒤에 청년공간을 만들때 휠체어 접근성을 고려해 만들게 됐는데 그런 것들이 대청넷 구성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인식됐다.

사회혁신 관점에서 보면 문화적 가치와 신념의 변화를 만드는 일종의 ‘스케일 딥(Scale Deep)’이 만들어지니, 자연스럽게 정책과 법·제도의 변화 즉 ‘스케일 업(Scale Up)’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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