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을 통한 협업과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이 만날 수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지원센터(SETCOOP)는 '2021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공모전'을 거쳐 '비즈니스 아이디어' 분과와 '우수모델' 분과에서 각각 5팀의 수상팀을 발표했다. 올해 공모전에는 당장 시작을 할 수 있는 사업부터, 기발한 아이디어 등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이로운넷>은 공모전에서 수상한 과기협동조합의 사례를 돌아봤다.

최근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취약계층의 더 나은 삶을 위해 IT 기술을 동원하고 나섰다. 시각장애인들이 신간 도서를 더 빨리 볼 수 있게 빠른 e-북을 제작하고, 발달장애인들이 방진복 특수세정원이나 도시 양봉 등 특수 직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VR 콘텐츠를 만든다. 도심속 금속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뭉친 장인들도 있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교육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확대, 경력단절여성 직무 교육, 쇠락 업종 활성화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는 협동조합들을 소개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1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온라인 성과전' 우수모델 분과에서 수상한 기업들이다.

#사례1: 시각장애인 ‘도서 가뭄’ 해결하는 IT 기술

‘IT로시각장애인 사회적협동조합’의 열린도서관 홈페이지./출처=IT로 열린도서관 홈페이지 캡처
‘IT로시각장애인 사회적협동조합’의 열린도서관 홈페이지./출처=IT로 열린도서관 홈페이지 캡처

일반 책이 점자책으로 변환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빨라도 약 2개월. 바로 읽고 싶은 신간이 나와도 시각장애인은 몇 주를 기다려야 한다.

‘IT로시각장애인 사회적협동조합’은 시각장애인이 기다림 없이 필요한 책을 읽을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만든다. 시각장애인 스스로 당사자에게 필요한 정보통신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동등한 교육 기회 확보와 사회참여 및 고용 기회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 2014년 4월 설립됐다. 조합원은 6명. 이 중 4명이 1급 중증 전맹 시각장애인이다.

2018년부터는 ‘나누는 책 읽기 프로젝트’라는 온라인 e-북 제작 협업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각장애인이 신청한 도서를 일주일 이내에 무료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6만 50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8000명 이상의 시각장애 이용자에게 무료로 책을 제공 중이다. 그동안 LG유플러스, CJ 등 12개 기업과의 협업했다.

지난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장애인도서관 설립 인가를 받아, 'IT로 열린도서관'이라는 온라인 도서관도 열었다. PC는 물론 스마트기기를 통해 책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자원봉사자들이 협업해서 책을 입력하고 편집해주면 시각장애인들이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

내년에는 시각장애 청소년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과학 기술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정호 이사장은 "미래 세대에 필요한 IT 기술을 누군가 만들어주길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해주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기업과 시각장애인을 연계하는 사업도 준비 중이다. 김 이사장은 "기업과 시각장애인을 연계해서 회사가 가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시각장애인은 혜택을 입는 플랫폼으로써 우리 조합이 기능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사례2: AR·VR 직무교육으로 찾는 취약계층의 가능성

‘더공감협동조합’은 4차 산업 기술력인 AR·VR을 접목해 교육 콘텐츠를 만든다./출처=더공감협동조합
‘더공감협동조합’은 4차 산업 기술력인 AR·VR을 접목해 교육 콘텐츠를 만든다./출처=더공감협동조합

‘더공감협동조합’은 기술·교육 분야 전문인력이 직무실습 AR·VR 콘텐츠를 개발·보급해 취약계층의 사회 진입을 돕는 기업이다. 비전은 ‘함께 누릴 기회 보장을 위한 스마트 교육 공간 구현.’ 직업·여가·일상생활 분야에 AR·VR 콘텐츠를 넣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더공감협동조합은 현재 문화콘텐츠 AR 도슨트 개발을 진행 중이며, AR 박람회장 구축, AR·VR 콘텐츠를 활용한 경력단절여성 사회 재진입 교육 등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2만명 이상이 더공감협동조합의 콘텐츠를 체험했으며, 꾸준히 매출을 키우고 있다. UX개발·교육 커리큘럼·교육 콘텐츠 개발· 홍보마케팅을 담당하는 4명의 이사, 그리고 20인 이상의 강사와 함께한다.

2018년 설립돼 2019년 지역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더공감협동조합은 특히 장애인 교육 시설이 부족하고, 이 시설을 확충하는데 여러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데 집중했다. 올해는 박종형 이사가 부산복지개발원의 ICT 기반 생태계 구축 논의 과정에서 기술분야 전문가로 참여해, 장애 특성과 거주 환경 등을 반영한 기본 생활 적응 훈련 콘텐츠를 개발 협의 중이다. 배리어프리 VR 콘텐츠로 장애인들이 방진복 특수세정원이나 도시 양봉 등 특수 직무를 실습해볼 수 있게 하는 등 진로 관련 교육 콘텐츠로 개발했다.

더공감협동조합은 다양한 기술개발을 통해  물리적 한계를 극복한 현장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장애인과 경력단절여성 등 사회적 약자가 직업훈련을 통하여 전문성을 함양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사례3: 기계금속 전문가들이 모여 소공인 권익 증진

‘협동조합 정수’의 문래동의 기술 장인들이 만든 금속 제품./사진=협동조합 정수
‘협동조합 정수’의 문래동의 기술 장인들이 만든 금속 제품./사진=협동조합 정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에 위치한 ‘협동조합 정수’는 기계·금속·정밀가공 분야 기술 장인들이 모인 기술기반 생산자 협동조합이다. 문래동 일대는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소공인 업체 중심으로 성장해 2017년 도시형 소공인직접지구 1호로까지 지정된 지역이다.

협동조합 정수는 도심 속 제조업이 쇠락해가는 현시점에서, 소량 다품종 고부가 가치 산업의 도약을 꿈꾸는 기업이다. 고부가 가치 기계 금속 및 방위산업체 제조로 수익을 창출하며, 항공·방위산업 핵심부품의 국산화로 국내 경쟁력을 높이고 도심 속 제조업 활성화를 통해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려는 협업 가치를 갖고 있다.

최근 공격헬기용 로켓발사대 국산화 개발에 성공했으며, 조합원 수가 3배 이상 성장했고, 정부·지자체와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지역 기반 소공인 권익 증진에 일조한다.

2019년 5월 설립 시 6명이었던 조합원은 현재 직원 5명을 포함한 19명의 조합원으로 3배 늘었다. 지난 6월에는 방위사업청으로부터 군용 총포 제조업 허가를 획득하기도 했다. 공예용품부터 군용 물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김의찬 협동조합 정수 이사장은 “문래동에 사라져가는 기술을 보전하면서 2세들에 전수하고, 도심 속 제조업을 이어나가는 게 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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