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은 협동조합 현장의 이야기를 시민들과 나누고 협동의 가치를 보다 확산하고자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의 서울시협동조합청년기자단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청년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현장, 이로운넷에서 만나보세요.

이풀약초협동조합(이하 이풀약초)은 지난 4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사회적경제기업 성장집중 지원사업’ 대상 업체로 선정됐다. 이 사업으로 구독경제 시장을 개척해 유통 판로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이풀약초는 농산물 안정성을 검증받은 농법으로 약초를 재배하는 농가에 상품 판매와 유통을 지원하는 생산자 협동조합이다.

앞서 2월 이풀약초는 약초 정기 구독 서비스인 ‘이풀일상’을 출시했다. 해당 서비스 출시를 위한 펀딩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서 진행한 결과다. 앞으로 사회적경제기업 성장집중 지원사업으로 이풀일상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소비자 편의를 개선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풀약초는 한약의 원료로만 약초를 인식해 온 소비자에게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려 설립 초기부터 노력해 왔다. 2015년 약초차를 처음 출시한 이후, 2019년에 채식 소비자를 위한 국물용 채소팩 ‘이풀채소다시’를 시장에 선보였다. 약초를 식음료 재료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다.

노봉래 이풀약초협동조합 이사장./사진=이장원 청년기자
노봉래 이풀약초협동조합 이사장./사진=이장원 청년기자

이풀약초의 관심은 약초 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발달장애 청년을 대상으로 체험 행사를 개최하고 직무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가을에도 ‘이로운 풀로 세상과 소통하기 아트워크숍’을 개최해 발달장애 청년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정기 구독 서비스는 기존 상품과 구별되는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노봉래 이풀약초 이사장은 소비자 친화적인 정기 구독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31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내 이풀약초의 제품 연구 공간 ‘이풀랩’에서 노 이사장을 만나 이풀약초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전략이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아울러 발달장애인 행사 개최와 관련해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노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Q. 지난 4월 중기부가 이풀약초를 사회적경제기업 성장집중 지원사업 대상업체로 선정했다. 어떻게 이 사업에 지원하게 됐나?

이풀약초가 구상하던 사업이 있어 지원했다. 올해 2월 출시한 약초 정기 구독 서비스 ‘이풀일상’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다. 작년에 출시한 서비스가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실험해보는 의미였다면, 앞으로 출시될 서비스에서는 기존에 부족했던 부분을 보강하고자 한다. 정기 구독 서비스에 정교한 부분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Q. 어떻게 보강할 계획인가?

약초를 정기 구독하는 소비자가 입맛과 몸에 맞는 차를 추천받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고 싶다. 약초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차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소비자가 개인 취향이나 체질 경향성을 바탕으로 특정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사실 이풀일상을 초기 출시할 때에도 포함시키고 싶었던 기능이다. 그러나 식품위생법 등 관련 규정에 대한 검토가 부족해서 최종 상품에서는 빠졌다. 원래 소비자 맞춤 추천 기능이 이풀일상에서 핵심이고, 월별 차는 추가 상품으로 기획됐는데, 절반만으로 서비스를 출시해 아쉬움이 컸다.

Q. 지금 판매하고 있는 이풀일상을 구독하면 월별로 차를 선정해 보내준다. 월별 차는 어떤 취지로 기획한 상품인가?

특정 달에 재배되는 약초를 그 달에 먹으라는 의미다. 사람 체질이 계절별로 달라지고, 약초도 품종에 따라 수확시기가 다른데, 그 시기에 맞춰 먹는 것이 좋다. 이풀일상 월별 차는 그 달에 나는 약초를 주원료로 만든다. 예를 들면 3월에는 소맥(통밀), 5월은 상엽(뽕잎)을 넣었다. 주 재료 외에 다른 재료도 들어가는데, 조합과 협력하는 한의사에게 어울리는 약초를 자문 받아 혼합해 맛을 구성한다.

Q. 이풀약초 소속 약초 농가에서 재배하는 약초는 무엇이 다른가?

한국생약협회에서 일할 때 GAP 인증을 정부와 함께 만들었다. 이풀약초 조합원들도 기본적으로 GAP 인증을 받은 농가거나, 무농약 또는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하는 농가다. 모든 농가가 GAP 인증 기준에 맞게 잔류 농약 검사를 받고, 재배 이력 추적 시스템으로 관리를 받는다. 따라서 안전한 최종 수확물이 보장된다.

Q. 어떤 상품은 농산물 인증 제도만으로도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유통이 된다. 이에 비해 약초 시장에서 GAP 인증만으로는 제 값에 평가받지 못한다.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풀약초는 약초 농가를 어떻게 돕고 있는가?

1차 산물의 특성상 약초는 중간 거래자를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는 직접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중간 구매자는 최대한 이윤을 많이 남기려 한다. 이때 약초가 정직하고 안전하게 재배되었는지 여부는 고려되기 어렵다.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는 약초에 값싼 수입산 비중이 높은 점도 이유다. 현재 이풀약초의 유통 과정에서는 이윤이 국내 생산자에게 환원된다. 매입가가 시중가보다 약간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생산과 소비를 연결해주면 판로가 없어 재배를 포기하려는 약초농가들이 생산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올해 2월 이풀약초협동조합은 정기 구독 서비스인 이풀일상을 출시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펀딩을 받아 구독자에게 계절을 담은 월별 블렌딩차를 3개월 간 판매했다. 소비자 맞춤 기능 등 미흡한 점을 보완해 재출시할 계획이다./출처=이풀약초협동조합
올해 2월 이풀약초협동조합은 정기 구독 서비스인 이풀일상을 출시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펀딩을 받아 구독자에게 계절을 담은 월별 블렌딩차를 3개월 간 판매했다. 소비자 맞춤 기능 등 미흡한 점을 보완해 재출시할 계획이다./출처=이풀약초협동조합

한편, 이풀약초는 발달장애인 행사 개최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함께하고 있다. 2018년부터 매년 ‘이로운 풀로 세상과 소통하기 아트워크숍‘ 행사를 개최해 발달장애 청년에게 색다른 경험을 나누고 있다. 직무훈련에 참여하던 발달장애 청년이 의외로 뛰어난 그림 실력을 보여준 일화를 계기로 시작한 행사다. 올해는 약초를 활용한 다양한 감각 체험활동과, 워크숍 결과물을 활용한 굿즈 제작도 준비할 계획이다. 노 이사장은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그림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Q. 어떤 계기로 이풀약초가 발달장애인 직무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이후 발달장애인을 직원으로 고용했나?

이풀약초 설립 목표가 발달장애인을 돕는 것은 아니지만, 여타 사업체와 다른 경험을 이풀약초가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직무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2018년, 발달장애인 고용 지원을 위해 설립된 커리어플러스센터로부터 직무훈련 기회를 제공할 수 있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풀약초는 다른 사업장보다 공간이 개방돼 있고 업무가 다양해서 발달장애인이 일하며 배우는 곳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취급하는 품목도 독특해 훈련생에게 좋은 경험이다. 2017년도에 두 명, 이듬해에 세 명, 작년에도 한 명을 받아 인턴십을 진행했다. 올해 6월부터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지원받는 훈련생 한 명이 추가로 근무할 예정이다.

Q. 실제로 직무훈련을 실시한 후, 어려웠던 점과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

훈련생에 따라 특성이 다양한데,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회사 입장에서도 그렇다. 처음 온 어떤 훈련인에게 택배를 보내는 업무를 시키면, 절차 가운데 각 단계를 하나씩 시켜야 했다. 포장지를 가져와서 도장을 찍는 작업 공정이 있다면 하나 끝나고 그 다음 단계를 알려줘야 하는 식이다.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여러 단계의 공정을 쉽게 이어서 하는 단계까지 발전한다. 이 과정에서 근로지원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훈련생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에 따라 잠재력이 실현되는지 여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이 일하며 힘든 점도 분명 있지만, 선한 기운을 많이 받는다. 그 직원이 일을 배우면서 얻는 것보다 다른 직원에게 나누는 선한 기운이 더 크다. 사람들이 대화할 때 내면을 감추기 마련인데, 해당 직원은 그렇지 않아서다.

Q. 현재 이풀약초는 발달장애인 직원을 한 명 고용 중이다. 해당 직원과 겪은 일화를 담은 웹툰 ‘와니의 아름다운 여행’이 지난 4월부터 카카오 같이가치에 연재 중이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제가 다리를 다친 적이 있는데, 그 직원이 와서 부축해주었던 일이 특히 기억에 난다. 또, 날짜 계산이나 기억에서 특별한 면이 있다. 어떤 일이 있었던 특정한 날을 정확히 기억해서 놀란 적이 많다. 창고 비밀번호 같은 거는 절대 까먹지 않는다. 웹툰에 자세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에 연재하는 웹툰에 3년간 있었던 일화 가운데 일부를 담았다. 이번 연재를 계기로 장애인 인식이 개선되면 좋겠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지닌 성격이나 능력이 다르더라도 그 사람을 인격체로 평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발달장애인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이풀약초에 근무하는 발달장애 청년 김태완 씨가 직접 그린 약초 그림으로 만든 ‘2020 와니의 이로운 풀 손그림달력’./출처=이풀약초협동조합
이풀약초에 근무하는 발달장애 청년 김태완 씨가 직접 그린 약초 그림으로 만든 ‘2020 와니의 이로운 풀 손그림달력’./출처=이풀약초협동조합

Q. 지난 8년 간 이풀약초를 운영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해본 일을 현실에서 실현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그게 얼마나 지속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약초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상품화를 할 수 있고, 계속해서 목표한 바를 실천하고자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이 만족감은 판매량이나 실적과는 상관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사업을 하며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업은 나를 바꾸는 과정이다. 어려움과 성취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나는 바뀐다. 하나의 성취가 있어도 그 다음에 사업적으로 고민되는 문제는 계속 생긴다. 사업 초기에는 “어떤 상품이 시장에서 팔릴까?”와 같은 고민을 했다면, 시장에 진입한 후에는 “판매량이 이만큼인데, 어떻게 더 팔릴까?”를 고민한다. 세상이 나를 고민스럽게 할 때 내가 바뀌면 사업이 즐겁고, 상품과 시장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그렇게 바뀌어 나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Q.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처음 창업을 할 때는 누구나 두려움이 있을 거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창업을 지원해주는 제도도 많고, 도와주는 이들도 정말 많다. 혹여 사업이 잘 안 돼서 폐업을 하더라도, 그런 경험 역시 삶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청년들이 기회가 많은 젊은 나이에 도전적인 일을 많이 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