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7 재보선 이후로 청년들의 문제와 이야기가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갖가지 원인과 해결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비교적 오래전부터 묵묵히 청년들과 함께 해온 조직이 있어 눈길을 끈다. 사회적협동조합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이하 청지트)가 그 주인공이다.

청지트의 탄생

청지트는 2015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됐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3년, 청년연대은행 토닥(이하 토닥)의 부설기관으로 출발했다. 먼저 토닥에서 독립하여 굳이 별도의 법인으로 출발해야 할 이유부터 들어보았다. 김영재 센터장(이하 김 센터장)이 설명을 시작했다.

“청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곳이 전혀 없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아요. 다만 접근성이 좋은가하고 묻는다면 그건 대답하기가 쉽지 않죠. 청년 감수성에 대한 부분들이 부족하다고 봐요. 이것저것 가져오라는 서류도 많고 무엇보다 가면 왠지 혼날 것 같은 분위기도 있으니까요”

김영재 사회적 협동조합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사진제공=사회적 협동조합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김영재 사회적 협동조합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사진제공=사회적 협동조합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청지트는 자신들의 경제 문제를 말 못한 채 끙끙 앓는 청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문제에 주목했다. 그래서 청지트는 부채에 허덕이고 경제문제로 고통 받는 청년들이 보다 쉽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창구를 표방한다. 그렇게 많은 청년들을 만났고 그 중에는 ‘아동보호시설 퇴소 청년’과 ‘미혼한부모 청년(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로 아이를 키우는 청년)’ 그리고 ‘새터민(북한이탈주민)’과 같은 금융 소외계층들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청지트의 주된 사업은 생활경제 교육과 상담에 맞춰져 있다. 청지트에서 청년들의 생활경제 교육과 상담 프로그램을 구성해 지방자치단체에 제안서를 보낸다. 해당 제안서가 통과되면 지방자치단체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금융 공개강좌를 개설하고 조합에 소속된 강사들이 직접 현장으로 출동한다. 강사들은 청지트의 생산자 조합원으로서 상시근로자는 아니고 프리랜서 형태로 강사용역을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교육이 끝나고 나면 1:1 상담을 통해 현재 당사자가 처한 상황과 문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이야기를 나눈다.

청지트 교육모습./사진제공=사회적 협동조합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청지트 교육모습./사진제공=사회적 협동조합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다른 세대와 구별되는 청년들의 금융문제

청년들의 고민을 함께 짊어진지 8년. 다른 세대와 구별되는 청년 문제의 특징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빚에 허덕이는 건 청년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이에 김 센터장은 청년들의 대출이 과연 안전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청년들의 대출이 안전하게 진행되고 있는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사실 청년들이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근데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대출 받을 수 있는 곳이 쫙 나옵니다. 1금융권 대출도 안 되는 청년들에게 대출을 해주겠다는 이곳들이 과연 안전한 곳일까요?“

옆에 있던 백승훈 사무국장(이하 백 국장)이 조금 더 구체적인 피해들을 들려줬다.

“최근에는 SNS를 이용해서 대출사기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가령 이런 식이죠. 시중은행 브랜드를 띄웁니다. 일종의 미끼인거죠. 즉 시중은행에서 제공하는 안전한 금융상품이라는 인식을 주는 겁니다. 하지만 막상 클릭하면 시중은행에서 제공하는 대출상품은 나오지 않아요.”

설명하는 백승훈 사무국장.
설명하는 백승훈 사무국장.

기존의 금융권 시스템에서 대출심사는 서류와 숫자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청년들의 경우 제출할만한 경력도 자산도 그리고 담보가 거의 전무하다. 대출이 쉽지 않으니 현금 흐름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고금리 대부업이나 불법대출 그리고 금융사기에 노출될 위험도 다른 세대에 비해 조금 더 높다.

제대로 된 금융교육의 시작, ‘꿈꾸는 가계부와 돈’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현실에서 청년들이 대출로부터 거리를 두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김 센터장은 “보통 그러면 ‘대출 안 받으면 되잖아?’ 라고들 하시는데, 우리 사회가 굉장히 고비용 구조라는 걸 잊고 계시는 것 같아요.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들이 너무 많아요. 그러면 청년들이 많이 버느냐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연봉은 잘 안 올라가잖아요”라고 지적한다.

결국 청년들이 자신들의 부채를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줄 아는 지혜와 역량을 키우는 것이 현재로서는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인 셈이다. 그러나 청년들을 위한 금융교육 역시 그것대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김 센터장은 "청년들을 위한 금융교육이 공익적 차원에서 조금 더 활발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 정부나 지자체에서 금융교육을 직접 하기보다는 외주를 줘요. 근데 이걸 금융회사에 주는 경우가 있어요, 이윤을 추구하는 금융회사 입장에서 과연 청년을 위한 금융교육 또는 균형 잡힌 금융교육을 할 수 있을까요? 요즘에는 많이 나아졌다지만 어쨌든 잠재고객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을까요?”

꿈꾸는 가계부./ 자료=사회적협동조합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꿈꾸는 가계부./ 자료=사회적협동조합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그렇다면 청지트는 무엇이 다를까.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에 백 국장이 들고 온 ‘꿈꾸는 가계부’에 힌트가 있었다. 꿈꾸는 가계부는 돈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수단 중 하나로 여기게끔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 첫 번째 과정이 자신들의 욕구를 확인하는 일이다. 김 센터장이 설명을 이어간다.

“저희는 일단 ‘너 뭐하고 싶니?’라고 물어봐요. 욕구에 대한 지점들을 이야기 해보는 거죠. 꿈꾸는 가계부는 1권과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권은 3개월 동안 수입과 기출을 기록하는 곳이고 1권은 욕구를 계발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1권을 열면 가장 먼저 꿈 지도 그리기가 나와요. 욕구를 먼저 다양하게 이야기 해보고 하나씩 하나씩 구체화시켜가는 흐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자신들의 욕구를 구체적으로 확인 한 다음에서야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써 돈을 이야기한다. 돈이 꼭 필요한지, 돈이 아닌 다른 도움으로도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지, 만약 돈이 필요하다면 얼마나 필요하며 어떻게 조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논의한다. ‘돈 말고도 다른 수단이 있을까?’ 김 센터장이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럼요. 저희는 크게 4가지를 보고 있어요. 우선 자급자족이죠. 스스로가 만들거나 구해서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거예요. 두 번째가 협동입니다. 일명 협동경제죠. 개개인의 필요를 공동으로 조달합니다. 청년연대은행 토닥이나 민달팽이협동조합이 대표적인 사례죠. 세 번째는 시장입니다. 돈을 주고 사는 겁니다. 네 번째는 공공경제에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 또는 지원을 받는 겁니다.”

청지트는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고리타분한 교훈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돈 말고도 다른 조달 수단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을 욕구실현 수단으로서 제안한 점은 색다른 접근과 시도다.

청년을 위한 제언 그리고 청지트의 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전반에 깔린 청년들의 투자열기와 욕망은 아직까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멀게는 ‘영끌 부동산’부터 최근에는 ‘암호화폐’까지, 2030세대의 거침없는(?) 행보가 주요 기삿거리가 되기도 한다. 단순히 투자를 해라, 마라를 떠나 이러한 투자 열기 속에 담긴 청년들의 메시지가 궁금했다.

백 국장은 “실패를 하지 않기위해 청년들은 보수적인 선택을 해왔어요. 문제는 실패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그것이 성공은 아니었던 거죠. 결국 성공하는 사람은 따로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너도나도 투자에 뛰어들게 되죠”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청년들이 투자를 하도록 내몰려 있다는 말이다. 백 국장은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패자부활전 정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리적 안정감의 붕괴로 촉발된 투자열기를 다소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다시금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데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지트도 할 일이 있다. 청지트는 이제 곧 전국 청지트 연합회(이하 연합회) 출범을 앞두고 있다. 청지트는 현재 서울과 대구 그리고 광주 3곳에서, 각각이 독립적인 법인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3개의 사회적협동조합이 필요한 사회적협동조합 연합회의 인가요건도 이미 갖추어 놓은 셈이다. 세 지역 모두 연합회 설립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어서 정관도 거의 다 다듬었고 발기인 대회와 창립총회만을 앞두고 있다. 그렇게 사회적협동조합 연합회가 출범하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청년생활경제전문가의 민간자격증 등록 사업을 추진할 생각이다. 청년들의 경제생활을 보다 가까운 곳에서 밀착하여 들어주고 이야기해 줄 전문 강사들과 상담사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그리고 보다 많이 양성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출범 시기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백 국장은 “내부적으로는 연합회 출범이 이슈를 끌어들일 수 있는 중요 이벤트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청년들의 목소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낼 수 있는 시기에 맞추려고 하는데, 그게 아마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한 하나의 처방이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기관 전체에 동력을 제공하듯이 노동, 주택, 육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들의 이해와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회적 움직임이 지금보다 더 활발해져야 한다. 청지트는 금융 분야에서 청년들과 함께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금융 상담이라면 상품권유와 투자 상담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현실 속에서 돈을 주제로 놓되 그 속에서 청년들의 꿈과 삶 전체를 이야기하는 그들의 노력에 깊은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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