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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실에서 연락이 왔는데,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어요. 깜짝 놀랐죠.” - 이주현 대표

어떤 곳이기에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질까. 주인공은 사람들의 마음을 보살피는 봄그늘협동조합(이하 봄그늘)이다. 봄그늘은 상담을 해주는 시각장애인 마음보듬사와 50분 동안 어둠 속에서 1:1로 대화를 나누는 힐링 대화 서비스인 블라인드 마음보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5월 4일, 블라인드 마음보듬서비스가 진행되는 이든비즈플러스 강남센터에서 이주현 대표와 박정빈 매니저를 만났다. 이 대표는 작년 12월에 합류한 봄그늘의 제2대 대표다. 박정빈 매니저는 올해 3월 합류해 재무·회계, 인사 및 서비스 기획을 담당한다.

블라인드 마음보듬서비스 팜플렛을 들고 있는 이주현 대표(왼쪽)과 박정빈 매니저./사진=이승하 청년기자
블라인드 마음보듬서비스 팜플렛을 들고 있는 이주현 대표(왼쪽)과 박정빈 매니저./사진=이승하 청년기자

아래는 이주현 대표, 박정빈 매니저와의 일문일답

Q. 봄그늘에 대한 간단한 소개.
이주현(이하 이): 봄그늘은 지난 2017년 11월 서울대학교 소셜벤처경영학회 인액터스에서 출발해 2019년 7월 24일에 법인을 설립했다. 인액터스 소속 6명이 봄그늘 조합원으로 참여한다.

봄그늘의 미션은 ‘시각장애인의 특화직업 창출’과 ‘멘탈헬스케어 서비스의 대중화’다. 마음보듬사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의해 공인받은 시각장애인 특화 직업이다. 현재 봄그늘에는 7명의 마음보듬사가 활동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와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객을 위해 ‘전화마음보듬서비스’를 출시했다. 

봄그늘은 지난해 12월, 사회연대은행에서 주최한 청년소셜벤처 창업경진대회 ‘2020 소셜챌린지a7’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올해 3월에는 동덕여대 아트컬처 캠퍼스타운에서 주최한 DAC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최종팀에 선정됐다. 2019년 협동조합 설립 이후로 각종 공모전과 대회에서 꾸준히 수상하고 있다. 

봄그늘협동조합 이주현 봄그늘협동조합 대표./사진=이승하 청년기자
봄그늘협동조합 이주현 봄그늘협동조합 대표./사진=이승하 청년기자

Q.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는 무엇인가? 
박정빈(이하 박): 첫 번째는 시각장애인의 낮은 고용률이다. 특히 중증이거나 여성인 경우 고용률은 더 낮다. 봄그늘은 시각장애인이 정안인에 비해 훨씬 뛰어난 청각 민감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시각장애를 역량으로 활용했다. 봄그늘이 제공하는 블라인드 마음보듬서비스는 시각장애인의 뛰어난 청각민감성과 암흑 속에서도 장기간 근무 가능한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두 번째 사회 문제는 현대인의 우울감, 스트레스 문제다. 통계 결과 현대인들 중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에 비해 실제로 정신적인 상담을 받는 비율은 현저히 낮다. 일반적으로 상담 1회당 1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또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아 있을 때 자신이 치료의 대상이 된다는 심리적 부담감, 익명성을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원인으로 작용한다. 블라인드 마음보듬서비스는 완전한 암흑 속에서 별칭을 사용하고, 1회당 비용이 3만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기존 상담 서비스보다 진입장벽이 훨씬 낮다.

Q. 설립 배경이 궁금하다. 협동조합을 선택한 이유는.
이: 처음에는 개인 사업자의 형태로 운영했다. 사업 연속성을 높이고 대외적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2019년 7월에 협동조합 형태로 법인을 설립했다. 사업 수익 극대화보다는 소셜미션의 달성 및 함께하는 시각장애인 마음보듬사의 이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마음보듬사가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협동조합 형태를 선택했다. 당시 협동조합법을 아직 잘 알지 못한 상태여서 섣불리 가입을 진행했다가 마음보듬사에게 불이익이 가진 않을까 싶어 법인 형태로서 안정화 된 후에 가입을 도우려 계획했다. 그런데 지난해에 코로나 19 때문에 사업 지속이 불투명한 적도 있어 반려했다. 올해 다시 가입을 도울 계획이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도 준비 중이다.

박정빈 봄그늘협동조합 매니저./사진=이승하 청년기자
박정빈 봄그늘협동조합 매니저./사진=이승하 청년기자

Q. 어떤 계기로 합류했나.
박: 사실 처음에는 블라인드 마음보듬서비스 홈페이지가 감성적이고 예뻐서 끌렸다. 모의 BM(Business Model)을 세우는 활동 중, 사회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수익성도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블라인드 마음보듬서비스는 한 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 사회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 신선했다.

이: 맞다, 사회 문제 하나를 해결하기도 어려운데 현대인의 마음건강도 챙기면서 시각장애인의 고용 문제도 해결하는 부분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또 개인적으로 어떤 일을 하든, 사람의 마음을 따뜻해지는 일을 하고 싶다는 모토가 있다. 봄그늘의 슬로건이 “당신의 그늘진 마음에 봄을”인데, 이 문구가 와 닿았다. 이 사업을 성장시켜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하고 있다.

Q. 공모전과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 행사 참여 후로 어떤 성장을 이뤘나. 
이: 공모전을 나가면 사업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이것을 준비하면서 봄그늘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등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이번에 DAC에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았다. 서비스 지점 운영에 필요한 임차료, 마음보듬사에게 제공하는 교육에 대한 비용을 충당할 수 있게 됐다.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Q. 협동조합 형태가 잘 맞는 부분은 무엇이고 단점은?
이: 수익성보다는 공익적인 가치와 실현에 더 의미를 두며 사업 운영을 하다 보니, 협동조합이라는 형태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점이다. 사회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려면, 사업이 계속 운영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과 B2C 서비스의 수익성을 모두 획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둘 사이에서 항상 고민한다.

Q. 봄그늘의 목표는?
박: 두 가지 소셜미션을 달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사업의 덩치를 키우기보다 사업의 체계성과 내실을 다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마음보듬사들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사업이 안정화하고 예약률이 높아지면 고용하고 싶다.

이: 봄그늘의 소셜미션에 공감하고 이 비즈니스모델을 가져가서 더 잘 실현할 수 있는 단체나 기업에는 연락을 하고 만나보고 있다. 블라인드 마음보듬서비스가 좀 더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다른 단체에 이관하는 방향성도 생각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특허직업으로서 마음보듬사가 확산될 수 있고, B2C 서비스 자체도 지속적으로 운영 가능하다면, 모든 방향성을 열어두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Q. 소셜벤처나 사회적경제에 관심 있는 또래 청년들에게 한 마디
이: 요즘은 창업이나 스타트업 같은 건 청년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는데 소셜벤처나 사회적경제 쪽은 비교적 관심이 적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비즈니스 운영을 하고 싶은 사람이어도 사회 가치를 창출하면서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또 처음에 협동조합을 제대로 알기 전에는 40~50대 분들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직접 운영하고 경험을 해보니 나이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 같다. 소셜벤처,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면 정말 장벽을 느낄 필요 없이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Q.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은
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인 ‘코로나블루’가 문제다. 요즘 들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보듬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혹시 일상생활에서 마음보듬이 필요하다면 봄그늘협동조합의 블라인드 마음보듬서비스를 이용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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