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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괜찮은 것’으로 충분한가?(Is “good” good enough?)” 

한 전자제품 회사가 신제품 공개를 앞두고 광고를 통해 질문을 던졌다. 폴더블폰과 함께 또 하나의 변화가 일어날 것을 예고하는 이 광고는 기술의 발전 방향을 잘 보여준다. 괜찮은 것이 충분한지를 물으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앞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기술 발전 속에서 옆을 바라보는 협동조합이 있다. 사람들이 최첨단을 이야기할 때 정보격차 해소와 IT인의 권리 보장을 이야기한다.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이하 공동체IT사협)이다. 공동체IT사협은 “괜찮은 것이 ‘모두에게’ 괜찮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다.

모두에게 좋은 IT를 위해···공동체IT사협의 설립
공동체IT사협은 기술 약자 및 비영리조직이 IT로 소외되지 않는 세상과 IT인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인동준 공동체IT사협 상임이사는 “더 나아가 IT를 둘러싸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IT는 성과만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계속같이 참여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협동조합 설립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시민단체가 IT의 긍정적인 비전에 관심을 가졌을 때도 있었지만, 조직문화 혁신 등의 문제로 정체됐고 이후 IT의 역기능이 부각됐다. 공익IT활동에도 조직화의 문제, 조직 비전의 갈등 등이 있었다. 여러 과정을 겪은 뒤, 공동체IT사협은 2016년 11월 출범했다. 현재는 평판을 쌓아나가며 모두에게 좋은 IT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동준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사진=이현지 청년기자
인동준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사진=이현지 청년기자

비영리조직에 주목한 이유, 효과 확산과 지원의 필요
공동체IT사협의 소비자조합원은 대부분 비영리조직이다. 개개인의 기술 약자가 아닌 비영리조직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 이사는 비영리조직을 통한 확산을 기대한다고 답한다. 개인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도 좋지만, 사람들을 돕는 비영리조직에 기술지원을 한다면 그 효과가 확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비영리조직에 대한 지원 부족 문제도 이유다. 인 이사는 “모든 사람들이 IT기기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오해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필요에 비해 비영리조직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사무국에서 근무하는 이광우 선생님이 한 단체에 프로그램을 만들어 드렸는데 모니터가 작아 잘리는 부분이 있었다. 좁은 화면에 맞게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어 모니터를 기증했다.”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알지 못하고 새로운 지원 방법만을 추구하는 것 또한 문제다. 아직도 비영리조직은 PC가 부족한데 기기 기부 등의 지원은 신선하지 않다는 이유로 잘 이뤄지지 않는다. 

IT 몰라도 되니 두려워하지 말고 찾아와라
인 이사는 비영리조직에게 IT를 조직적으로 사고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IT를 조직의 자산이자 활동의 기반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조직 내의 개인에게 IT를 맡기거나 비용과 전문성 부족 등의 이유로 문제 직면을 피하기 때문이다. 그런 비영리조직에게 공동체IT사협은 “잘 알지 못해도 되니 일단 오시라. 이야기를 들어드리겠다.”라고 말한다.

“비영리조직이 기대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IT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뢰를 가지고 마음까지 보살핀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사무국에서는 비영리조직 IT 인프라 정비, 소프트웨어 개발, 그리고 교육 및 상담과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 외에도 보안, 데이터 분석, 디자인 등 생산자조합원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모두 공동체IT사협의 서비스다. 긴급 대응이 필요한 문제는 사무국에서 진행하고, 기초 상담 등을 통해 필요에 따라 적합한 조합원을 연결한다.

공동체IT사협의 3월 정기 총회 모습/출처=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공동체IT사협의 3월 정기 총회 모습/출처=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또 다른 문제, IT인의 어려움
여유가 없는 것은 비영리조직만이 아니다. 생산자인 IT인도 마찬가지다. “근무 환경과 권리가 잘 보장되어 있지 않은 것이 문제다. 나이와 무관하게 할 수 있는 일임에도 산업의 압박으로 개발 업무를 지속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프리랜서, 비정규직의 경우 복지가 주어지지 않고 자기 계발도 혼자 해야 한다. 공익IT활동을 하고 싶어도 할 엄두를 못 낸다.”

인 이사는 “사람을 중시하는 문화가 IT 업계에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술이나 서비스에만 기울어진 관심이 IT인과 IT 생태계에도 향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익IT활동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사람을 중시하는 문화가 적용된다면 비영리조직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IT인에게도 보람있는 일이자 좋은 삶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과 옆을 함께 바라보는 IT를 향해
공동체IT사협은 새로운 기술을 찾는 것을 문제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것을 찾다가 옆을 바라보는 태도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초적인 수준에 있는 비영리조직과 기술 약자에게 당장 새로운 기술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중간의 격차를 줄여가는 것이 먼저다. 정보격차가 해소돼야 발전도 잘 이뤄질 것이다.”

IT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져야 한다. 인 이사는 “노동자 처우가 개선돼야 하고 정당한 보상과 많은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IT인의 공익활동 활성화가 가능하며, 모두가 함께 발전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잘 이루어질 것”이라 말했다.

공동체IT가 바라는 공동체
비영리조직과 IT인이 기술을 능동적으로 주고받는 관계, 존중하고 소통하는 공동체. 이것이 공동체IT사협이 만들고 싶은 공동체의 모습이다. 비영리조직과 IT인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의 능력과 필요를 이해하고 공유해야 한다.

“전문가나 기술자는 멋있고 거창한 것을 만들어주려고 하다 보니 실력을 더 쌓은 뒤 한다는 이유로 미룬다. 단체들은 작은 요구사항을 말하면 되는데 이야기할 방법도 없고 미안해서 말하지 않는다. 어떤 IT 노동자가 단체를 만나도 해줄 수 있는 일이 있고, 어떤 단체도 IT로 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은데 말이다.” 

비영리조직을 위한 무료 회계관리 프로그램 ‘처음회계’가 소통의 필요를 알려주는 사례다. ‘처음회계’는 자금이나 실적 관리를 위해 쉽게 사용할 수 있어 단체들의 회계 처리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단체의 필요와 IT인의 참여가 잘 상호 작용한다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동체IT사협은 정보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34회 정보문화의 달’을 기념하여 표창장을 받았다./제공=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공동체IT사협은 정보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34회 정보문화의 달’을 기념하여 표창장을 받았다./제공=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공동체IT사협이 만들어갈 공동체
비영리조직과 IT인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인정, 그리고 만나서 대화를 할 용기다. 공동체IT사협은 그 기반을 올해 하반기 내에 만들고자 한다. 생산자조합원과 소비자조합원 간 결합의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공동의 문제를 찾아 프로젝트를 만들며 비영리조직은 활동에 필요한 것을 얻고, IT인은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을 기대한다.

올해 하반기 또 다른 계획은 시니어IT인협동조합 설립추진위원회를 만드는 일이다. 내년부터 더 많은 시니어IT인들과 같이 모든 세대가 참여 가능하다는 모델을 보여주고자 한다. 교육과 프로그램의 발전 및 제작도 진행할 예정이다.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큰 그림 제시와 적극적인 사업 제안을 통해 구조 개선의 첫발을 내딛는 것도 목표다. 인 이사는 “그동안 공익IT활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모으는 것을 바탕으로 그 힘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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