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공동체를 기반으로 마을 호텔을 운영하고, 여성에게 적정기술을 교육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청년 대표 5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2020 부산청년 주간행사의 행정안전부 부대행사로 기획된 ‘청년정책 콘퍼런스’ 1부에서 ‘청년실험실-우리가 만드는 지역’을 주제로 사례발표를 진행했다. 콘퍼런스는 온라인으로 24일 열렸다.

김혜진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 공동체장./사진=HBM사회적협동조합
김혜진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 공동체장./사진=HBM사회적협동조합

지역 자원 활용한 경제공동체의 꿈

첫 번째 연사로는 충남 서천 지역의 김혜진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 공동체장이 나섰다. 삶기술학교는 도시생활에 지친 청년들이 한산면에서 대안적 삶을 추구하며 더불어사는 자립공동체다. 이들은 한산면에 모여 살며 마을의 전통기술을 배우기도 하고, 본인이 가진 기술과 지역 자원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지역 전통주인 ‘소곡주’의 온라인 판매를 진행한 일이다. 한산면에는 68개의 소곡주 양조장이 있는데 이들은 온라인이 익숙치 않아 오프라인으로만 소곡주를 판매해왔다. 유통 구조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판매가 어려워지자 양조장들은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겪어여 했다. 이에 IT기술을 보유한 삶기술학교 구성원들은 홈페이지를 구성하고 소곡주 판매 캠페인을 기획했다. 지역에서 가치와 이익을 창출하면서도 주민들의 삶과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모습이다.

삶기술학교는 새로운 도전도 준비하고 있다. 김 공동체장은 “올해 목표는 경제공동체로서 성장해 자립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비대면으로 지역살이를 설명하는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마을호텔을 통해 테마별 한달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시에 사는 청년은 ‘한달살기’와 ‘입학’을 통해 이들과 함께할 수 있고, 희망시에는 지역에 정착도 가능하다.

유지황 팜프라 대표./사진= HBM사회적협동조합
유지황 팜프라 대표./사진= HBM사회적협동조합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다

아쇼카 한국 펠로우로 잘알려진 유지황 팜프라 대표도 자리를 빛냈다. 유 대표는 팜프라를 “‘판타지 촌 라이프’를 만들고, 청년과 지역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팜프라는 경남 남해군에 위치하고 있으며, 청년들이 농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프라를 가꾸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농촌생활을 실험할 수 있는 청년마을을 조성, 6평 이동형 주택을 짓는 ‘코부기 워크숍’과 직접 벼농사를 짓는 ‘논농사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 팜프라지만, 고민도 있다.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유 대표는 “자연을 매게로 하는 농업을 주된 사업으로하는 만큼 기후문제에 관심도 많고 이를 해결해야할 명분도 있다”며 “현재 팜프라의 에너지 자립률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규모가 작더라도 팜프라에서 모범 사례를 만들면 다른 지역으로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이현숙 여기공협동조합 대표./사진= HBM사회적협동조합
이현숙 여기공협동조합 대표./사진= HBM사회적협동조합

지역과 여성과 기술을 연결하는 곳

여기공협동조합(이하 여기공)은 기술과 여성 다소 낯선 조합으로 지역의 문을 두드렸다. 여기공은 여성에게 공구, 전동 드릴 사용법 등 적정 기술 교육을 제공하는 일을 중심으로 ‘여성과 기술’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곳이다. 최근에는 경남 의성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한 여성 기술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이현숙 여기공협동조합 대표는 “의성에 나이드신 여성이 기술교육을 원할지 의구심이 있었다”면서도 “실제 지역을 찾아 간담회를 진행해보니, 기회가 없고, 눈치가 보여 기술을 배우지 못 했다는 분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교육생들의 의욕은 물론이고 습득 능력도 뛰어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여기공은 의성에서 사업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여기공은 서울에서 집 수리 교육을 받은 이들이 지역에서 기술을 활용해 직접 집을 짓는 ‘살방’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이를 통해 도시 청년은 혼자서는 부담스러웠던 지역살이를 경험하고 지역 여성은 기술과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여성에게 기술을 교육하고, 지역에서 직접 집을 짓는 등 여기공이 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이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도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끼리 자연스럽게 이 일을 시작했다”며 “심각하기 보다는 즐겁게 노는 것에 집중하고, 여기서 뭘 해볼 수 있을지 소소하게 고민한다면 청년, 여성도 지역을 바꿀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정훈 우리동네사람들 대표./사진= HBM사회적협동조합
조정훈 우리동네사람들 대표./사진= HBM사회적협동조합

우리동네 몽상가

공동체의 진화를 꿈꾸는 곳도 있다. 인천에 위치한 주거생활공동체 우리동네사람들(이하 우동사)다. 우리동네사람들은 약 10년전 귀촌을 꿈꾸던 6명의 청년이 인천에 내려가 공동 주거를 시작하면서 만들어졌다. 현재는 약 20명 정도가 공동체를 구성하고, 생활터·학교·연구실험실·놀이터·일터로서 복합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동사는 특히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구성원들과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활동이 활발히 이뤄진다. 이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는 건 사회가 개인의 삶과 큰 연관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정훈 우리동네사람들 대표는 ”개인은 사회에게, 사회는 지구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개인의 삶을 바꾸기 위한 핵심은 사회와 환경의 변화“하고 조언했다. 

이런 생각이 반영된 대표적 프로젝트가 ‘유라시아 학당’이다. 조 대표는 ‘유라시아 견문’을 읽고 동아시아에 위치한 한국이 세상을 서구적 관점에서 편중되어 있으면서 주변국과는 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3년간 공동체원들과 함께 매주 스터디했고 동아시아의 여러 지역을 방문했다. 그 결과 문명과 문명이 만나는 지점에 학사를 짓고 여기에 체류하면서 그사람들의 감각, 그곳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감각을 익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권오상 퍼즐랩 대표./사진= HBM사회적협동조합
권오상 퍼즐랩 대표./사진= HBM사회적협동조합

지역, 확장성에 주목하라

1부 마지막 사례발표는 권오상 퍼즐랩 대표가 맡았다. 퍼즐랩은 게스트하우스 봉황재를 중심으로 ‘마을스테이 제민천’(마을스테이)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마을스테이는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건물에서 하루를 지내고, 주민들이 즐겨 찾는 동네 식당과 가게를 찾는 여행으로 소비자는 지역 예술가, 작가, 지역 주민과 교류하고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앞선 공동체들이 특정한 가치를 이루기 위해 힘써왔다면, 퍼즐랩은 사업을 진행하며서 자연스럽게 지역 활성화, 공동체성 강화라는 가치를 실현한 사례다. 권 대표는 “구현하고자 하는 가치나 모델이 있어서 공주에 온 것은 아니었다”며 “봉황재를 계약하고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하면서 마을의 가치있는 지역과 이야기를 소개하다보니 사람들이 우리를 ‘마을 스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퍼즐랩은 ‘확장성’에 주목한다. 지역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지역 안에서만 있으면 파이 나눠먹기 위해 싸우게 된다”며 “기회를 발견한 사람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그 과정에서 필요한 다른 부분들을 채주이 위한 움직임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파이가 커진다”고 말했다. 

그의 조언은 경험에 기반했다. 마을스테이는 지역에 변화를 가져왔다. 퍼즐랩에 따르면 마을스테이는 지역에 월 1500만원의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분석은 한 달에 4인 가족 기준 80팀이 마을스테이를 방문 했을 때를 전제로 한다. 이런 동반 성장은 다시 퍼즐랩에게도 도움이 된다. 권 대표는 “호텔 비즈니스는 객실로 돈을 버는데 지역이 잘되면 객실 이용이 늘어나고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내가 한 활동은 결국 미래의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는 선투자와 같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의 발표를 끝으로 1부 행사는 마무리 됐다. 2부에서는 전세계적 범위에서의 청년활동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청년정책 콘퍼런스 '청년실험실' 1부 출연진과 관계자 단체사진./사진=HBM 사회적협동조합 
청년정책 콘퍼런스 '청년실험실' 1부 출연진과 관계자 단체사진./사진=HBM 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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