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11시 쿠팡 본사 앞에서 라이더유니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배달 중에 사고가 나서 쿠팡에 보고했더니 음식은 괜찮은지, 배송은 완료했는지를 먼저 묻더라고요. 그 후에는 음식값과 치료비에 대한 책임은 배달 기사에게 있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인간적으로 사고 났으면 안 다쳤나고 묻는 게 먼저 아닌가요?” -김영빈 조합원-  

16일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의 배달 기사 근로조건 개선과 대화를 요구하는 라이더유니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쿠팡은 최근 배달의민족이 독일계 회사에 인수되고, 가맹점 수수료 조정 건으로 논란이 일자, 이를 기회로 보고 배달 사업을 적극 확장해왔다. 광고를 통해서도 쿠팡이츠가 '치타'처럼 빠른 배달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가맹점과 일반 고객을 유치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달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이와같은 배송 속도 경쟁 속에 배달 기사의 안전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이츠, 사람보다 음식이 먼저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발언을 통해 쿠팡이 배달 노동자의 안전보다 음식의 안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정도로 노동자 안전 문제를 경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쿠팡에서는 배달 중 사고가 발생하면 음식은 괜찮은지, 배달은 완료 했는지 먼저 묻는다”며 “음식의 안위가 사람의 안위보다 중요한 것이 쿠팡”라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배달 기사인 우리는 계약상 사장님으로 취급돼 산업재해는 물론, 개인 치료비, 음식값까지 부담해야 한다”며 “이것이 플랫폼 배달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했다. 

명목상으로 쿠팡의 배달 기사는 개인사업자지만, 실제로는 쿠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업무지시를 받고 있다. 배달 기사는 콜(배달요청)이 오면 승낙, 거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콜이 오면 대부분 승낙해야 한다. 쿠팡에서 4월부터 일했다는 A씨는 “콜 승낙 전까지는 콜 수행시 받는 돈, 배송하는 음식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다. 제공되는 정보가 부족하다”며 “그런데도 콜을 거절하면 평점이 낮아지는데 그러면 일을 할 수 없다.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콜을 승낙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더 커뮤니티 글 갈무리. 사진=라이더유니온.

배달 기사를 평가하는 평점 시스템이 배달 기사를 위험으로 몰고 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배송시간, 친절도 등의 이유로 배달 기사는 평점을 받게 되는데 평점이 낮은 경우 쿠팡은 일방적으로 배달 기사의 앱 사용을 막는다. 결국 배달 기사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평점을 관리해야 한다. 쿠팡이츠 테스트 때부터 일했다는 김영빈 조합원은 발언을 통해 “실제 소요 시간보다 요구되는 배달 시간이 더 짧은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평점이 깎이지 않으려면 시간에 맞춰 배달을 완료해야 한다”며 “그러면 차와 차 사이를 주행하는 등의 위험한 주행이 요구돼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심지어 빠르게 배송을 가더라도, 고객의 주관적 기준에 따라 평점이 낮게 주어질 수 있는데, 이러면 콜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쿠팡은 배달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라이더에게만 강요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라이더유니온은 쿠팡이 위법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가 규정돼 있고, 이를 토대로 한 안전보건규칙에는 ‘산재를 유발할 만큼 배달 시간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들어 쿠팡이 빠른 배송을 강요가 위법일 수 있다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은 쿠팡이츠의 무리한 배달시간 지정에 대한 라이더들이 항의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으며, 라이더들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통해서만 쿠팡과 소통할 수 있어 소통에 어려움이 크다고 주장했다./사진=라이더유니온. 

일단 대화라도 해봤으면...

배달 기사들이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이다. 안전 문제, 산업재해보험 가입 등 배달 기사의 권리 보장을 위한 시스템 개선을 논의하려고 해도 쿠팡은 배달 기사 전용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외에는 소통 창구를 열어두지 않았다. 배달 기사들은 문의사항, 애로사항이 있어도 상담직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라이더 유니온은 기자회견 전 쿠팡에 관련 내용을 팩스로 전달하고 회신을 기다렸지만, 답을 받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중에도 소통 부재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영빈 조합원은 “우리가 아무리 대화를 요청해도 그것마저 거부한다”며 “과거 갑작스럽게 계정을 영구정지 당한 적이 있는데, 직접 콜센터를 찾아가고 난 뒤에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정훈 위원장도 “우리가 모인 이유는 쿠팡과의 대화를 통해 배달시스템을 바꿔보자는 것”이라며 “쿠팡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연대 발언을 통해 “쿠팡은 더는 노동자의 죽음을 방치하지 말라”며 “책임 있는 사업자로서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쿠팡 관계자는 기자회견이 마무리되자, 라이더유니온의 ‘쿠팡이츠 대화요청서’를 받아갔다. 관계자는 “내부에서 검토 후에 연락을 주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기자들은 자리를 뜨는 관계자에게 앞으로 계획을 물었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쿠팡 관계자가 대화요청서를 받아가고 있다. 그는 답변 시기를 묻는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의 질문에 알주일 안에 답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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