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9 서울 사회적경제 2.0 비전선포식’ 사진. 서울시는 시민이 사회적경제 소비자이자 투자자, 기업가로 참여해 일상 속 문제에 관한 혁신적 해결방안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지역 선순환구조 경제를 이끌어나가도록 다양한 진입로를 제공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서울시가 △시민주체 △지역기반 △일상체감 등을 골자로 한 ‘서울 사회적경제 활성화 2.0 추진계획(2019~2022)’을 내놓으며 사회적경제가 일상에서 체감되는 도시 만들기에 본격 착수했다. 서울시는 이번 발표에서 양적 확산을 넘어 시민이 사회적경제를 피부로 체감하는 ‘시민 중심’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제시한 5대 과제는 ①시민체감형 지역순환 경제 구축 ②시민 자조 기반 형성 지원 ③지속가능한 생태계 기반 강화 ④판로개척 및 시민 인식 제고 ⑤혁신 인재 양성 및 국제협력 강화다.

서울시가 발표한 5대 과제 중 올해 본격적으로 시도되는 두 가지 주요 과제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1. 주민이 문제 발굴&해결하는 ‘같이살림’ 프로젝트, 서울시가 함께한다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에서는 주민이 직접 주택 내 돌봄, 환경, 먹거리 등 생활 문제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사회적경제조직과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

동대문구 전농동 R아파트는 작년 방과 후 청소년들의 간식과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한 청소년 간식 제공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상가에서 낮에는 활용되지 않는 가게를 3주 간 저렴하게 임대해 하루 3시간씩 다양한 간식을 2,000원 선에서 저렴하게 아이들에게 제공했다. 주민들이 직접 메뉴를 정하고 판매와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지난달 1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9 서울사회적경제 2.0 비전선포식’에서 아파트 주민 방소영 씨는 "간식 제공 프로젝트를 통해 하루 평균 98명의 청소년이 사회적경제기업의 건강한 간식을 접했다"고 말했다.

R아파트의 사례는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서울시가 9개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시민체감형 지역순환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한 시범사업이다.

서울시는 지난 2일 주민과 사회적경제조직이 협력해 공동주택 내 일상생활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살림을 혁신하는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올해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주민이 직접 주택 내 돌봄, 환경, 먹거리 등 생활 문제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사회적경제조직과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

올해 본격 시작하는 단지별 프로젝트 기간은 총 3년이며, 사업에 참여할 공동주택 단지는 지난 15일 모집을 마쳤다. 동대문구, 성북구, 노원구 등 15개 자치구의 총 32개 단지가 지원했다. 희망 사업 내용은 노인 돌봄, 건강 먹거리 판매, 아이 돌봄, 노후 시설 개편 등으로 각 단지별로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다음달 9일 심사를 마쳐 총 15개 단지를 선발하고, 2022년까지 35개 단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향후로는 주민들이 직접 사회적경제기업을 설립·운영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도 고려 중이다. 이를 통해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사업 첫해에는 참여 단지별 상황과 특성을 반영해 공동주택 내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방법을 찾을 ‘주민소모임 구성 및 활성화’에 집중한다. 먹거리, 건강, 돌봄 등 공동소비 기반의 자조모임 형성을 지원하는 과정이다. 모든 과정에는 전문역량을 갖춘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주민모임 구성부터 실행, 사업화까지 지원해 내실 있는 운영을 돕는다.

2년차에는 단지 내 유휴 공간을 중심으로 주민 주도의 사회적경제기업 설립을 지원하고 사회적경제를 활용하는 생활서비스를 상설화하는 등 지역 내 ‘경제공동체 형성’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3년차에는 지역주민이 사회적경제의 소비자, 투자자, 기업가로 참여하는 경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을 통해 창출된 ‘수익이 지역서비스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 서울시는 단계별로 단지당 3년간 최대 2억 원을 지원한다.

작년 진행된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의 사업 과정. 서울시는 올해 공동주택 프로젝트 실행을 도울 ‘지역 지원기관’도 모집한다.

조완석 서울시 사회적경제담당관은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는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 2.0의 비전인 일상에서 체감되는 사회적경제 추진을 위한 첫 사업”이라며 “주민들의 생활문제를 주민 주도의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하고, 더 나아가 주민 스스로 사회적경제기업을 설립해 지역 주민을 고용하는 선순환 체계 구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2. 서울시민공제, 사회적경제 내 금융안전망으로
서울시는 올해 공제조합 설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작하고, 이후 관련 법령 제정건의, 조례제정 등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호부조형 사회적금융 ‘서울 사회적경제 공제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사회적경제 사업체 촉진을 위해 민간 클러스터 조성을 지원하겠다.

비전선포식에서 서울시는 시민 자조 기반 형성을 돕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공공재원 확대, 시민 참여 증가로 서울시 사회적경제의 규모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반면 공공 의존적이라는 비판도 일었다. 자생력 강화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사회적경제 영역 내에서 자금을 모아 선순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서울 사회적경제 공제조합은 ‘(가칭)서울시민공제’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회원과 플랫폼 노동자들이 모인 ‘서울시민공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결성돼 지난달 28일부터 발기인 모집을 시작했다. 서울시민공제는 거대자본을 중심으로 구성된 보험시장의 대안으로, 서울시 제3섹터 조직 및 소속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이윤 추구가 아닌 조합원의 편익 추구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상호부조형 사회적금융의 새로운 형태를 꾀한다. 추진위 위원장을 맡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사경센터) 이은애 센터장(이하 이 위원장)을 만나 서울시민공제의 취지와 비전을 들었다.

서울시민공제 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이은애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Q. ‘서울시민공제’가 무엇인지 간략히 설명해달라.
A. 시민 주도의 상호부조형 금융 사업으로, 후배들을 위해 사회적경제 1세대가 남기는 자산 기반이다. 국가 및 사보험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서울 소재 사회적경제, 소셜벤처, 비영리조직, 소상공인, 플랫폼노동 등의 창업자(경영자)와 노동자 등 금융 약자를 위한 안전망 제공과 소득 보장 사업을 수행한다.

Q. 왜 필요한가. 어떤 수요가 바탕이 됐는지 궁금하다.
A. 작년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는 ‘시민보험 연구,’ ‘시민공제 수요조사, 각종 간담회 등을 실시해 공제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자본 조달 측면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이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긴급 사업자금 마련인데, 우리끼리 돈을 모아서 서로 융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은 의무지만, 경영자들은 주로 임의가입 대상자라 산업재해 보상이나 실업급여 보장이 어렵다. 사회적경제기업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창업에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해야 한다. 공제기금이 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도 소기업, 소상공인 대표, 무등록사업자 등을 위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노란우산공제’ 혹은 근로자가 없거나 50인 미만 근로자를 사용하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자영업자 고용보험’이 있다. 그러나 전자는 사망, 폐업 등 극단적 상황에만 지급돼 실효성이 낮고 2015년 기준 가입률이 15.1%에 그치며 후자는 개업 후 1년이 넘은 기업의 대표자는 가입 자격이 없으며 공제금을 받으려면 자발적 폐업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장치 역할도 한다. 사회적경제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55%가 취약계층인데, 이들은 이미 생활상의 어려움을 안고 있어 제도권 금융으로부터 소외되고, 그나마 각종 사보험으로 개인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이 보험료가 월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종사자들 안에서도 금융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는데, 이는 기존 시장에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Q. 어떤 조직 형태를 띠는가.
A. ‘공제회,’ ‘공제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등의 형태가 있는데, 비교해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각 형태마다 수행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가 다르다.

우선 시작 형태는 공제회다. 쉽게 말하면 자발적으로 신용 관계를 바탕으로 맺어진 계모임 같은 것이다. 일단 관련법이나 조례가 없는 상태로 먼저 실험하는 공제회로서 출발한다. 서울시가 출연하려면 상위법이 만들어져야 하며, 올해 이 과정을 거친다. 비슷한 예로, 경기도에서는 2010년 '경기도사회복지공제회 설립 및 운영지원 조례'를 제정해 30억 원을 출연, ‘경기도사회복지공제회’를 설립한 바 있다.

다른 법인격은 공제조합이나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서울시와 합의가 이뤄지고, 조직이 가진 공신력이 검증돼 관련 조례만 생긴다면 공제조합을 만들 수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상 금융 사업을 못하지만, 공제 사업은 할 수 있다. 소액의 융자 사업도 허용한다. 대신 수혜자들이 모두 조합원이어야 하며 조합원을 위한 상호부조금융으로 활용해야 한다.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모델은 신용협동조합(신협) 모델이다. 신협은 은행 기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신뢰하면서 여기에 월급통장을 만든다면 긴급 사업자금 같은 자원을 돌게 할 수 있다. 신용협동조합은 ‘지역 신협,’ ‘직장 신협’ 등 종류가 여러개 있는데, 추진위가 검토하는 모델은 ‘단체 신협’이다. 지금은 신도가 많은 교회 등에서 단체 신협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단체 신협은 공제조합이나 사회적협동조합과는 달리 최소 자본금을 5억 이상 모아야 설립할 수 있으며, 지역 및 단체신협은 지난 20년간 신규 설립 인가를 받은 바가 없다. 신협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기존 조합의 경영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신협 중앙회와 금융당국의 관점 때문이다. 일단 우리는 5월 말까지 최소 자본금 5억을 모아볼 예정이다.

?Q. 왜 지금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나.
A.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복합체 협동조합 은행 ‘노동인민금고’도 자본이 많이 축적되지 않았던 초기, 매출의 일정 부분을 쌓아서 만들었다. 우리도 자조적인 연대망을 미리 만들어둬야 한다.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제사업단, 사회혁신금융 등 선배 사례들도 있지 않은가.

또한 우리가 사회적경제 1세대로서 후배들에게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생각했을 때, 금융 성격을 지닌 공제나 민간 클러스터 공간 등 자산 기반을 형성해야 후배들이 이를 이용하면서 사회적경제 진영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의견을 추진위원들끼리 나눴다.


사진. 이우기(사진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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