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만2881표.’
얼마 전 높은 시청률로 화제를 모았던 한 오디션 프로그램 결승전 ‘실시간 문자투표’ 무효표 수다. 전체 투표수가 773만1781표임을 감안하면, 약 30%가량이 무효표다. 이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문자투표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의 표가 무효표의 다수를 이뤘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5000만명을 돌파했지만, 아직도 전자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코로나19 확산시점에 전자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건 치명적이라는 것. 취재중 만난 한 약사는 마스크 공적판매제도 시행 이후 마스크 판매를 어쩔 수 없이 포기한 약사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컴퓨터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약사들이다. 마스크 중복구매를 막는 ‘중복구매 확인시스템’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마스크 구매자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마스크 재고확인 앱이 나온 이후 마스크 구매성공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선 어르신들 대부분은 마스크 앱 사용법을 알지 못했다. 입고시간과 마스크 재고를 몰라 아픈 허리를 이끌고 약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할머니. 새벽부터 나와 마스크 판매시작을 기다리는 할아버지. 정보장벽에 가로막힌 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기약없이 약국 앞에 줄을 서야했다.
‘전자기기 취약계층’도 재난의 피해자다. 이들은 확진자 동선도, 마스크 재고도, 심지어는 뉴스속보도 접하기 어렵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는 울타리 속에 있으면 빠르고 편하지만, 밖에서는 소외를 넘어 치명적인 위협을 경험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결승전 본방시간, 기자는 어머니에게 문자투표 방법을 설명해줬다. 생각보다 설명에 오랜시간이 걸렸지만, 덕분에 무효가 될뻔했던 어머니의 문자투표는 유효표로 살아남았다. 코로나19 뿐 아니라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르신 등 전자기기 소외자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가 필요하다. 마스크도 효율적으로, 확진자 동선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정보 사각지대를 좁히려는 노력이 모이면 모두가 현재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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