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부는 코로나19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지속되자 지난 9일부터 ‘마스크 구매 5부제’를 시행했다. 출생연도에 따라 지정된 날에 마스크를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이로운넷>은 제도 시행 2주차를 맞아 마스크 공적 판매 현장을 찾았다.

마스크 판매 전 소분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18일 오전 9시 50분. 경기도 부천 오정구 소재 A약국을 찾았다. 마스크 판매는 오후 1시 반에 시작하지만 이미 분주했다. 입고된 마스크 수량과 사이즈를 분류하고,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 수량을 등록해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마스크가 10매·5매 묶음으로 오는 경우 2매씩 정리하는 소분작업도 해야 한다. 소분은 오전 12시 무렵 끝났다. A약국 김귀태 대표약사는 “소분작업을 하면서 손님 응대와 약 조제도 함께 해야해 시간이 더 오래 걸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 약사와 인터뷰 하는 동안 약국 직원이 소분작업을 계속했다. A약국과 달리 약사 혼자 업무를 보는 곳은 훨씬 힘이 든다고 김 약사는 전했다. 부천시는 약국에 시청 직원을 파견해 돕고 있기는 하다. 지원인력은 일손이 부족한 약국에 파견돼 마스크 소진 시까지 판매를 지원한다.

시민들 “마스크 구매 다소 수월해져”...마스크 수량·입고시간 안정화 추세

오후 1시 20분. 마스크 구매를 위해 길게 늘어선 행렬.

마스크 배부 13분 전. A약국을 둘러싸는 긴 줄이 생겼다. 대기자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인식한듯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있었다. 

마스크 구매 걱정에 판매 시작 한참 전부터 줄을 선 시민들이 보통 ‘선두그룹’을 이룬다. 마스크 재고 확인어플 사용이 익숙치 않은 노년층이 대부분이다. 맨 처음 줄을 선 70대 여성은 지난 주에 이어 오늘도 오전 12시 10분부터 대기했다. 허리가 좋지 않다는 그는 “앉아서 기다리려고 작은 의자를 들고왔다”고 말했다. 김 약사는 “오래기다리시는 분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에 율무차를 대접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2곳의 매대에서 판매를 진행하고 있는 A약국

“곧 판매 시작합니다. 신분증 미리 꺼내놓으세요!”

오후 1시 28분. 마스크를 낀 약국 직원이 나와 줄 선 시민들에게 안내했다. 30분이 되자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시민들이 왼쪽 문으로 차근차근 들어오도록 유도했다. 매대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된 마스크 판매는 순조로웠다. 시민들은 차례로 왼쪽 문으로 들어와 마스크를 구매한 후 오른쪽 문으로 나갔다. 판매는 9분만에 끝났다. 줄을 선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확보했다. 그리고도 40개가 남았다. 오후 2시 즈음 A약국을 찾은 이들도 마스크를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마스크 구매 5부제를 이해하지 못한 시민도 있었다. A약국 직원은 태어난 연도 끝자리가 2인 여성에게 “어머님은 어제에요! 오늘은 못사세요. 토요일에 오셔야 돼요” 말해야 했다. 또 월요일에 이미 마스크를 구매했던 다른 시민은 다시 약국을 찾았다 허탕을 치기도 했다. 

줄을 선 시민 10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마스크 공적 판매제도에 만족했다. 10대 남매는 “굿닥 마스크스캐너 앱으로 재고를 확인하고 왔다”며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후로 2주째 마스크 구매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아이를 위한 소형마스크도 함께 구매한 30대 여성은 “오늘은 지난주보다 늦게 나왔음에도 보다 수월하게 구매했다”고 소개했다.

마스크 구매가 편해진 이유는 개별약국에 공급되는 마스크 수량이 늘었기 때문. 지난주까지 하루 평균 150매 정도 공급되던 마스크가 이번주 들어 평일기준 250매까지로 늘어났다. 주말인 21일과 22일 약국에 각각 450매에서 500매 정도 마스크가 입고됐다고 약사들은 전했다. 토요일의 경우 대기 줄이 길었지만, 일요일은 대기 줄이 주는 등 안정된 모습을 찾고 있다. 

소형마스크 등 마스크 2매를 구매한 시민

입고시간을 비롯해 공적판매 환경도 정착돼가고 있다. A약국은 2주차에 들어서면서 중구난방이던 입고시간이 오전 9시로 정해졌다. 첫 주에 먹통이 돼 애를 먹게했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도 문제없이 작동됐다고 전했다. 수원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박모 약사 역시 “처음에는 입고시간이 들쭉날쭉했지만, 2번째 주에는 오전 10시에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A약국의 경우 마스크 판매시간을 고정한 효과도 톡톡히 봤다. 한 20대 시민은 “1시 30분이 구매하기 편한 시간이라 지난 주에 이어 다시 찾았다”며 “앞으로도 이 시간에 A약국을 찾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약국 고충은 여전... 대한약사회 “약사 배려 필요”

A약국 문에 붙어있는 안내문

마스크 판매가 전반적으로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약국의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박 약사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병원 및 약국 방문 자체가 현저히 줄어든데다 마스크 판매시간에 약 처방을 받아야 할 환자들이 방문을 꺼리면서 매출 타격이 크다는 설명이다. 

대한약사회는 “상황이 다소 개선됐지만, 그동안 피로가 누적되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약사들이 많다”며 “시민들이 약사를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약사는 “따뜻한 말 한마디만 건네주셔도 당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약사 역시 “약사들도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아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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