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종료아동이 받는 지원 정책을 담은 책자를 살펴볼 일이 있었다. 취재에 앞서 자료 조사를 하기 위해서다. 책자에는 관련 정책이 템플릿으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정리가 잘 돼 있어, 굳이 기사로 쓸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분이나 지났을까? 고개가 갸우뚱해지며 생각이 바뀌었다. 자료를 하나하나 뜯어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았다. 과연 만 18세의 아동 중 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다. 책자에 나온 안내처로 전화를 걸었다. 

“보호종료아동은 청년 전세임대주택에 최대 몇 년 거주가 가능한가요?”

처음에 안내원은 보호종료아동은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책자를 보고 연락했다고하자 그제야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몇 분이 지난 뒤에야 보호종료아동이 지원 대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안내 책자에 복잡하게 설명된 내용을 물어보니, 잘 모르는 눈치다. 그러더니 공고가 없으면 안내가 어렵다고 했다. 전화 목적을 설명했다.

“진짜 집을 구하는 건 아니라 보고 있는 공고는 없습니다. 대신 정책을 소개하는 기사를 쓰려고 합니다”

다시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질문한 내용을 확인해줬다. 그렇게 같은 과정을 몇 번 반복했다. 계속된 질문에 피곤해서였을까? 결국 회사내 홍보팀 번호를 전달하고 그쪽으로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관련 정책을 제일 잘 알아야 할 안내원이었지만, 아는 게 많지 않았다. 

전화를 끊은 뒤, 책자라는 자료와 기자라는 직업이 없다면 “보호종료아동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는 잘못된 답변 이후, 이 만큼의 안내라도 이뤄졌을지 의문이 들었다.

다음에는 안내 책자를 만든 기관에 전화 했다. 다행히 자세한 설명과 각 지원책의 장단점, 특이사항 등을 들었다. 전화를 마칠 때쯤 이렇게 자세한 설명이 가능한데 왜 안내 책자에는 이런 내용을 담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그 이유를 물었다. 기관에서는 복지부에서 이미 만든 자료를 모았을 뿐, 자료를 재가공할 생각은 하지 못한 듯했다. 

기관 자체적으로는 자료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그 정보를 알기쉽게 담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정보를 처음 전달 할 때, 의문이 남지 않게 했다면 지금까지 겪었던 수고를 덜 수 있지 않았을까? 가독성이 높지 않은 자료 때문에 같은 고생을 했을, 어쩌면 지원받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를 보호종료아동을 생각하니 더 안타까웠다.

“중학교 2학년이 읽어도 이해가 되는 글을 쓰세요”

신문방송학과에 다니는 3년 내내 귀에 딱지 앉게 들었던 말이다. 신문은 중학교 2학년이 읽어도 이해가 돼야 한다. 이제 보니 글을 읽는 대상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라는 말은 비단 기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닌듯 싶다. 국민을 상대하는 정부도 그래야한다. ‘우리는 정책을 공지했고, 안내까지 한다’는 면피는 곤란하다. 특히 안내를 담당하는 직원이 안내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일은 꽤나 심각하다. 국민이 정부의 정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쉬운 글과 말이 필요하다. 더불어 기자, 언론도 정부의 정책을 국민에게 알기 쉽게 전달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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