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되고 사회적경제를 접한 건 3개월. 사회 경험 무(無). 사회적경제 분야에서는 말 그대로 ‘초짜’였고 가진 건 오로지 어린 나이와 열정 하나였다. 처음 한 달간은 사회적경제 정의부터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 등을 몰래 공부했다. 취재 나가기 전에 정리해놓은 책자를 다시 읽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한계는 있는 법. 현장 경험이 없어 아무리 상상해 봐도 사회적경제를 내 일상과 연결하기가 힘들었다.
터닝포인트가 된 건 우연히 내 고향 춘천에서 취재를 시작하면서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병행하면서 집에 내려갈 수 있게 됐다. 사회적경제를 배웠던 곳은 내 책상 앞이 아니라 우리 마을 그리고 동네였다.
첫 번째 취재처였던 육림고개는 왠지 푸근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좋아 자주 찾던 옛날 상가 골목이었다. 그곳이 ‘도시재생 사업’으로 청춘의 아지트로 변하고 있다는 걸 조사하며 알았다.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김찬중 대표님을 만났을 때는 사업도 가치 있게 흘러가야 한다던 지인의 말소리가 겹쳐 들렸다. 그때는 흘려들었는데, 친구가 말했던 건 '사회적 기업가'의 목표와 비전이었다.
마지막으로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를 찾을 때는 도착하자마자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중학생 시절에 학교 앞에서 봤던 휑한 건물이 이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벤처기업의 아지트 역할을 하는 '춘천사회혁신센터'로 바뀌어 있었다. 춘천의 사회적경제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었는데, 내가 몰랐던 거다. ‘귀향 취재 프로젝트’를 마치고 서울 귀경길에 곰곰이 생각했다. 돌이켜보니 무심코 지나쳤던 나의 많은 일상이 사회적경제 안에 녹아있었다.
친구들에게 인턴 소식을 알리며 이론적으로 사회적경제를 열심히 설명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한참 이해하기 어려워해서 그들에게 “너네 강원곳간에서 물건 사본 적 없어? 우리 감자들이 지역 살리겠다고 힘 합쳐서 만든 협동조합에서 납품하는 거야”라고 설명했는데 그제야 친구들은 “아~우리 엄마가 자주 사는 곳이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회적경제가 일상 속의 한 부분으로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어렵다는 인식을 깨버리고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사실은 누구보다 여러분 옆에 가까이 있다고,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이 사회적경제를 움직이는 힘이라고 말해보면 어떨까. 이제는 숨어있는 우렁각시가 아니라, 항상 생각나는 ‘단짝’처럼 사회적경제가 다가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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