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4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체불임금 해소 및 발주자 직접 지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임금체불의 고리를 끊을 해법으로 발주자 직접지급제의 전면 도입을 촉구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체불임금과 건설 하도급을 문제 삼았더니, 이게 뭐 건설 경기를 죽인다고 항의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그럼 불법과 비인권적인 조건에서 건설산업 경기를 활성화하면 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묻고 "하도급이 모든 문제의 원천이다. 부실공사, 산재, 체불임금을 만드는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불법 하도급을 근절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국회에서는 발주자 직접지급의 법제화와 함께 선금·보증·전자카드·퇴직공제 제도의 실효성 재설계가 과제로 제시됐다.
◆ "체불은 사회적 재난…발주자가 직접 지급해야"

좌장을 맡은 박승흡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체불임금과 산업재해의 만연은 사회적 재난이고 참사"라며 "불법 하도급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파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 체불임금을 막는 확실한 대안인 발주자 직접지급제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주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 위원장은 "발주자 직접 지급제는 공사비를 원청과 브로커가 가로채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노동자와 협력업체 계좌에 직접 지급하는 구조"라며 "체불임금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타워크레인 안전과 인력 유지 측면에서도 직접지급이 "중간 착취를 차단하고 안전비용을 제값에 집행하게 한다"는 논지가 토론문으로 제시됐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상임이사는 "현대 국가는 계약의 원리에 의해 유지되는데 임금체불은 노동자와의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불법 타이틀을 달고 있는 다단계 하도급을 바로잡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더는 전진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오희택 L-ESG평가연구원 사무총장은 "공무원들의 탁상행정과 기득권 이해관계자 보호로 대책 아닌 대책이 남발되고 있다"며 "상생결제시스템과 전자카드 연계를 중단하고 직접지급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불법 하도급에서 파생되는 체불임금과 산재, 부실시공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냉엄히 돌아보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정치와 제도가 국민의 삶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국회와 정치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묻게 됐다"고 말했다. 축사와 인사말에선 "정치와 제도는 국민의 삶을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는 기조가 재확인됐다.
◆ 숫자로 본 '체불 공화국'…사후 구제에서 사전 차단으로
'체불임금 해소 및 발주자 직접 지급 토론회'의 자료집에 따르면 2024년 임금체불 발생액은 2조 448억 원으로 하루 67억 원이 체불됐고, 2025년 5월까지 벌써 9482억 원에 이른다. 임금노동자 56명 중 1명,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42.6%가 체불을 경험했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임금체불 문제는 심각했다. GDP 대비 임금체불 규모가 미국의 143배, 일본의 48배라는 지표가 제시됐다.
자료집은 조달청 '하도급지킴이'와 중기부 '상생결제'가 원·하도급사 계좌 압류, 외상매출채권(전자어음) 중심 구조로 체불을 막지 못했다고 짚었다. 반면 국가철도공단의 '체불e제로'는 발주자가 e계정에서 하수급·노동자·장비·자재 계좌로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라 5년간 임금·장비·자재 체불이 없었다고 비교했다. 제도 전환 시 연간 약 6000억 원의 보증수수료 절감 등 부수 효과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본격 토론회에 앞서 현장 증언대회도 진행됐다. 서광종합개발주식회사가 하도급 대금 체불을, 건설노조 덤프트럭이 농어촌공사 장비임대료 체불을, 한국실내건설노조에서 일용 노동자 체불을, 방송작가지부에서 서울지역 외주업체 체불을 증언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 언론노조 박송작가지부·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한국노총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한국실내건설노조가 주관했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민병덕 위원장)가 주최했다. 공동주최자로는 전현희·정준호·염태영·최혁진·이용우·이해식·정동영·안호형·곽상언·이기헌·박홍배 의원실과 전태일재단, L-ESG평가연구원, 한국노동재단이 참여했다.

